역사속 오늘

미국에서 진화론 가르친 교사 기소당해… ‘스콥스 원숭이 재판’으로 이어져

미국 테네시주의 작은 마을 데이튼. 인구래야 1800명이 고작이다. 어느 날 이곳에 특별한 무대가 설치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무대에 등장한 3명의 배우가 혼신의 연기를 다하자 관객들이 환호했다. 24세의 축구 코치이자 고교 생물교사인 존 스콥스, 세 번이나 대통령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윌리엄 브라이언 검사, 그리고 약자 변론으로 유명한 클라렌스 대로우 변호사가 특별무대의 주인공이었다.

각본 도입부는, 1925년 3월 13일 미 테네시 주의회가 제정한 버틀러법으로부터 시작됐다. 법의 요지는 이랬다. “공립학교에서는 인간의 진화를 가르쳐서는 안된다.” 찰스 다윈이 죽은 지도 수십 년이 흘렀으나 미국 남부에서는 여전히 성경을 원론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무렵 진화론을 수용하려는 자유주의적인 움직임이 고개를 들자 이에 반발해 생겨난 근본주의자들은 진화론의 미국 땅 상륙 저지를 그들의 소임으로 알고 적극 대처했다. 결과물이 버틀러법, 즉 반진화론법이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반진화론법의 정당성을 법원에 묻기로 하고, 스콥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스콥스는 1925년 4월 24일 수업시간에 금지된 진화론을 가르쳤다가 예상대로 5월 5일 기소됐다. 법정에서 검사로 나선 브라이언이 “진화론자들은 우리가 미국 원숭이가 아닌 유럽 원숭이에서 진화되었다고 결론지을 것”이라고 조소하자 근본주의자들의 “아멘”소리가 법정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로우의 변론도 추상같았다. “스콥스가 아니라 문명이 법정에 소환된 것이다.”

브라이언이 검사이면서도 피고 측의 증인으로 채택된 날에는 무려 5000명이 몰려와 법정 밖에서 재판이 진행됐다. 대로우가 특유의 반대신문기법으로 브라이언의 반과학성, 반지성, 반근대성을 조목조목 적시하자 브라이언은 철저하게 망가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꼭 이 때문은 아니겠지만 브라이언은 5일 후 숨졌다. 근본주의 역시 웃음거리가 되어 침체의 길을 걸었다. 악법도 법이었던 만큼 스콥스에게는 100달러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피고 측은 항소했으나 고등법원이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기각하는 바람에 ‘스콥스 원숭이 재판’으로 불린 특별무대는 결국 3막까지 가지 못하고 1막에서 막을 내렸다. 반진화론법은 그대로 효력을 유지하다가 1967년 조용히 폐기됐고, 이듬해에는 연방대법원의 위헌판결까지 내려져 미국 땅에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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