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북한 이웅평 대위, 미그19기 몰고 귀순

1983년 2월 25일 오전 10시58분. 예고없는 대공 경보사이렌이 분주했던 금요일의 오전을 뒤흔들었다. 북한의 이웅평 대위가 미그 19기를 몰고 사선을 넘어 남쪽으로 귀순한 것이다. 평남 개천비행장을 이륙(10:30)한 그는 곧 편대에서 이탈(10:32)한 뒤 북한 레이다망을 피하기 위해 고도 50~100m를 유지하면서 시속 920㎞의 속력으로 남하해 10시 45분경 황해도 해주 인근 상공에서 휴전선을 넘었다.

우리 공군기는 이 대위가 날개를 흔들며 귀순 의사를 밝히자 덕적도 방향으로 항로를 유도한 뒤 서울 남쪽 00기지에 착륙시켰다. 전투기 귀순은 6·25전쟁 이후 6번째였고 1970년 12월 박순국 소령의 귀순 이후 13년 만이었다. 이 대위는 귀순 3개월 만에 소령으로, 1996년 대령으로 진급해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갔으나 자신의 귀순으로 북한의 부모 형제들이 힘들게 살고 있다는 소식에 괴로워하다가 2002년 5월 4일 간경화라는 병마의 벽을 넘지 못하고 48세로 숨졌다. 평소 북한 노동당을 떠난 것이지 조국을 배반한 것은 아니라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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