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日 고베 대지진… 6433명 숨지고 4만3792명 다쳐

1995년 1월 17일 오전5시46분, 일본 남동쪽 아와지섬에서 발생한 리히터규모 7.3의 강진이 불과 1분도 안되어 곤히 새벽잠을 자고 있는 고베시를 덮쳤다. 지진으로 고베와 오사카 일대 주민 6433명이 목숨을 잃고, 4만3792명이 다치는 참변을 당했다. 가옥만 24만 채가 무너지고 2500여 곳의 화재로 주택가는 폐허가 됐다. 한신고속도로는 받치고 있던 기둥이 동강나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부서졌으며 한 번도 멈추지 않았던 신칸센도 멈춰섰다. 2차대전 이후 일본 최대 재난으로 기록된 고베 대지진으로 경제적 피해만 10조엔(100조원)에 달했다.

한국 교포들이 많이 살던 곳이라 신원이 확인된 교포만 130여 명이 숨지고 재산피해도 컸다. 독일의 한 보험사 조사에 따르면 20세기에 일어난 지진 중 1000억 달러의 피해를 본 고베 대지진이 가장 큰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정확히 1년 전 1월 17일, 미국 LA에서 발생해 440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낸 LA지진이 2위로 기록됐다. 천재(天災)였다고는 하나 너무 많은 인명피해가 나는 바람에 ‘건설 강국’ 일본의 자존심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특히 비상연락망이 가동하지 않아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지진 발생을 수십 분 뒤 TV를 통해서 알게 됐고 이 때문에 자위대 구호활동 출동에 4시간30분이나 걸려 피해가 더 커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각의 늑장대응과 미숙한 위기관리 체계가 집중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은 이때의 실패를 교훈삼아 만반의 대응을 갖췄다. 국가적 대재앙에 직면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조했다. 그 결과 2004년 10월 고베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강진이 니가타현을 강타했을 때 사망 25명, 부상 2200명에 그쳐 그동안의 대응이 철저했음을 입증해 보였다. 고베 대지진의 교훈을 살려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건물과 시설물 보강공사를 철저히 한게 주효한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일본인들의 결연한 마음 자세가 오늘의 일본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