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블라디미르 레닌 사망

1924년 1월 21일, 인류최초로 공산주의 국가를 실현시킨 블라디미르 레닌이 모스크바 근교 고리키 별장에서 4번째 발작을 일으키며 54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뇌졸중으로 발표됐지만 역사가 늘 그렇듯 죽음을 둘러싸고 설들이 무성했다. 스탈린의 지시로 독약이 장기간 소량씩 투약됐다는 독살설의 진원지는 트로츠키였다. 최근에는 망명 때 걸린 매독에 의한 정신착란설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문이 무엇이든 죽기 전 레닌의 몸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극도로 긴장해야 하는 오랜기간의 혁명 활동과 그에 따른 과로는 1921년 중반부터 격심한 두통으로 발전하고, 반혁명분자가 쏜 탄환을 몸에 지니고 있다가 4년이나 지난 뒤에야 탄환을 제거한 것도 레닌의 생명을 갉아먹었다. 1922년 5월, 첫 발작이 일어났다.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공산주의가 뿌리내릴 때까지 레닌은 일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이런 와중에 1923년 3월 발병한 3번째 정신착란은 레닌을 거의 식물인간으로 만들어버렸다. 숨지기 전 몇 달동안 죽게 해달라고 애걸했으나 스탈린은 아직 살아있는 레닌이 필요했다.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던 레닌의 약속이 아쉬워서였을까, 혹한의 날씨에도 수십 만의 인파가 모스크바에 몰려들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스탈린은 미망인의 반대를 무시하고 시신을 방부처리해 모스크바 붉은광장 지하에 조성된 영묘(靈廟)에 안치했다. 레닌이 신격화될수록 자신의 위치도 단단해질 것이라는 게 스탈린의 계산이었다. 레닌은 죽기 1년 전 작성한 유서에서 스탈린의 편집광적인 권력욕을 경고하며 그의 경질을 시사했지만, 스탈린은 유서를 철저히 은폐한 채 ‘레닌 찬가’에 열을 올리며 입지를 강화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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