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전북 완주·충남 논산의 대둔산은 자연미와 인공미를 섞어놓은 종합세트 선물… 뾰족하게 솟은 암봉과 기암절벽도 절경인데 케이블카, 구름다리, 삼선계단 등 아찔한 경험까지

↑ 구름다리

 

by 김지지

 

☞ 대둔산도립공원 주차장~케이블카 매표소~금강문 입구~구름다리~삼선계단~마천대 정상~용문골삼거리~용문굴과 칠성봉전망대~용문골 입구~주차장(원점회귀)
☞ 총 운동거리 6.5㎞, 운동시간 3시간 47분(휴식 시간 별도)

 

■대둔산은 이런 산

 

대둔산(879m)은 행정구역상 전북 완주군과 충남 금산군·논산시에 걸쳐있는 100대 명산이다. 산세가 수려해 전라북도(1977년)와 충청남도(1980년)가 각각 도립공원으로 지정했다. 그런데도 등산객들의 머릿 속에는 전북의 산이고, 완주군은 ‘호남의 소금강’이라 자랑한다. 정상에 쉽게 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 근육질의 우람한 암릉, 장벽처럼 치솟은 기암절벽 대부분이 전북 완주 쪽에 있기 때문이다.

대둔산 지도

 

2020년 4월 18일, 고교 동창들과 대둔산에 올랐다. 우리들 역시 전북 완주 코스를 탔다. 개인적으로 대둔산행은 세 번째다. 첫 번째는 아내와, 두 번째는 대학친구들과 함께 했다. 그런데 첫 산행은 20년도 더 지나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케이블카만 타고 올라갔다가 주변만 살펴보고 내려왔는지도 모른다. 10여 년 전 두 번째 산행은 눈쌓인 겨울산으로 기억이 선명하나 사진을 따로 보관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이 저장된 폰을 잃어버려 사진이 남아있지 않다.

그런만큼 이번 세 번째 산행에 거는 기대가 컸다. 더구나 시절은 눈부신 연초록의 신록이 자태를 마구마구 뽐내는 때다. 그러나 아쉽게도 4월 18일의 대둔산은 초입에서만 연초록으로 옷을 갈아입었을 뿐 중턱 이후부터는 여전히 속옷 차림이다.

대둔산의 주요 등산로는 완주 방면에 3개, 논산 방면에 2개, 금산 방면에 1개가 있다. 완주 쪽 들머리는 케이블카 매표소, 용문골, 안심골이고 논산 쪽은 군지골의 두 곳, 금산 쪽은 태고사 방향이다. 따라서 이들 코스를 연결하면 다양한 등산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등산객들이 주로 찾는 들머리는 크게 두 곳이다. 완주군 케이블카 매표소와 충남 논산의 수락계곡이다.

다만 같은 산인데도 두 곳의 산세는 각기 다르다. 주능선 기준으로 남쪽의 완주 방면은 수직의 전율을 느끼게 하는 기암기석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암산(巖山) 혹은 골산(骨山)이고 논산 쪽은 수림이 우거지고 계곡이 발달한 완만한 토산(土山) 혹은 육산(肉山)이다. 5~8㎞의 산행거리를 4~6시간 동안 걷거나 쉬는 것이어서 어느 쪽으로 오르든 무난하다.

구름다리 옆 전망대에서 바라본 위쪽의 삼선계단과 마천대 정상

 

■전북 완주(케이블카) 코스

 

전국의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

주능선 남쪽의 전북 완주 코스는 전국의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다. 입석대, 금강문, 칠성봉 등 빼어난 자연 절경에다 산 위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아찔한 구름다리, 오금이 저리는 삼선계단 등 인공 명소가 종합세트처럼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완주 쪽 들머리는 크게 세 곳이나 일반 등산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들머리는 케이블카 매표소 방향 즉 대둔산도립공원에 조성된 운주면 산북리의 집단시설지구다.

이곳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케이블카를 이용하거나 두 발로 오르는 것이다. 주차장의 해발고도가 308m이고 마천대 정상이 879m이므로 고도를 570m 정도 올리면 된다. 두 코스는 케이블카 전망대 위 중턱(610m)에서 합류한 후 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정상인 마천대로 이어진다. 대둔산도립공원 주차장에서 간단히 워밍업을 하고 케이블카 매표소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10분 정도면 족하다. 20분마다 떠나는 케이블카는 관광객이든 등산객이든 5분만에 600m 고지 위 케이블카 전망대에 내려놓는다.

케이블카 전망대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급경사 길을 두 발로 올라갔다. 케이블카 매표소 옆을 지나 수 분간 아스팔트길을 오르니 곧추 세운 대형 화강암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동학농민혁명 대둔산항쟁전적비다. 안내문에 따르면 1894년 12월 공주전투에서 퇴각하면서 동학농민군 1000여 명이 대둔산의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여 3개월 간 항쟁했다. 이들은 1895년 2월까지 정부군과 싸우다가 대부분 전사하고, 지도자급 25명은 2월 18일 거점지인 대둔산 석두골(798m)에서 끝까지 싸우다가 장렬한 죽음을 맞았다. 이때 동학접주 김석순은 한 살쯤 되는 여아를 안고 150m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결했다.

 

케이블카 타지 않고 급경사 길을 두 발로 올라가

전적비를 지나면 한동안 넓고 편한 길이 이어지다가 곧 경사가 가팔라지고 돌계단 길이다. 돌덩어리로 평평하게 만든 계단을 한 발 한 발 밟으며 올라가니 그냥 돌을 박아놓은 게 아니라 경사지 땅을 일일이 다지고 돌덩어리의 평평한 면이 하늘을 향하게 땅 속에 박아놓아 등산을 편하게 해주고 있다. 나무데크를 설치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고 일꾼들의 고생도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적비에서 30분 정도 오르니 동심바위다. 신라 원효대사가 동심바위를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3일을 바위 아래서 지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그저그렇게 생긴 평범한 바위다. 동심바위 부근에서 등정길 위쪽을 바라보면 좌우 절벽을 이룬 입석대와 임금바위가 양쪽에 우뚝 솟아있고 그 사이로 구름다리가 허공을 가로지른다.

좌우 절벽을 이룬 입석대와 임금바위. 구름다리가 그 사이 허공에 걸려있다.

 

가파른 바윗길을 10분쯤 오르면 입석대와 임금바위 사이 협곡을 칭하는 금강문 입구에 이른다. 협곡을 다 올라 오른쪽으로 바위를 돌아 올라서면 케이블카 전망대로 내려가는 길과 구름다리를 건너는 길로 갈라진다. 구름다리 쪽으로 방향을 정하니 시야가 트이면서 구름다리와 삼선계단,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중 첫 관문이 협곡 사이에 걸쳐 있는 구름다리(본명 금강현수교)다. 1985년 개통한, 길이 50m, 폭 1m, 높이 80m의 구름다리는 미끈하게 잘생긴데다 붉은색으로 치장해 누구라도 카메라를 꺼내 들게 만든다. 구름다리를 건너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마득하다.

구름다리를 건너 작은 전망대에 올라서니 단애를 이룬 정상 일대와 가파른 삼선계단이 정면으로 버티고 있다. 잠시 비탈을 올라서면 간이매점인 약수정휴게소가 나오고 휴게소 옆을 지나면 완만한 돌계단(오른쪽)과 수직의 삼선철계단(왼쪽)으로 연결되는 갈림길이다. 구름다리보다 더 아찔하다는 삼선계단은 좁고 급경사여서 아래에서 위로 오르는 일방코스로만 이용되고 있다. 삼선계단은 계단 127개, 길이 36m, 경사 51도로 사다리처럼 가파르고 아래는 낭떠러지여서 아찔하다. 계단 중간쯤부터는 삐거덕거리고 흔들려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고 계단에 기대듯 엎드린 자세가 된다. 무섭게 느껴지면 우회로도 있으니 그 길로 가면 된다.

삼선계단(왼쪽)과 마천대 개척탑

 

뾰족하게 솟은 바위봉우리와 기암절벽이 절경

해발 670m의 삼선계단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삐죽삐죽 솟아오른 봉우리와 구름다리의 풍광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마천대 정상이 가깝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급경사 오르막을 200m 정도 올라가야 한다. 해발 840m의 능선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150m 가면 마천대 정상이고, 오른쪽으로 450m 이동하면 용문골삼거리다. 논산 쪽 군지골(수락계곡)의 수락주차장으로도 내려갈 수 있는데 4㎞ 거리다.

마천대(摩天臺)는 대둔산 북쪽 기슭의 태고사를 창건한 신라의 원효대사가 ‘하늘과 맞닿은 곳’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정상에는 표지석이 없고 한 켠에 10m 높이의 철제 구조물인 개척탑(開拓塔)이 우뚝 솟아있다. 1970년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때 완주 군민이 직접 자재를 운반해 세운 것이라는데 50년이 지난 지금, 생뚱맞아보이는데다 정상의 조망을 해쳐 철거 논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마천대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뾰족하게 솟은 바위봉우리와 기암절벽이 절경이다. 저 멀리 아래에는 집단시설지구의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고, 구름다리와 삼선철계단이 기암봉 사이에 걸려 있다. 사방을 두루 감상한 후 인적이 드문 너른바위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봄날의 햇살을 만끽했다. 충분히 오수를 즐기고 싶었으나 꾹 참고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마천대 정상에서 바라본 서쪽의 암릉

 

마천대에서 완만한 8~9부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600m, 20분 정도 지나면 용문골삼거리(830m)다. 이 구간에는 사방을 내려다보며 걷는 암릉길도 있고 바위산에 자리잡은 조망터도 많다. 용문골삼거리에서 왼쪽으로 400m를 지나면 낙조산장과 낙조대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방향을 틀면 1.6㎞ 거리 아래에 또 다른 들머리인 용문골입구가 있다. 이 용문골입구에서 집단시설지구까지 거리는 1㎞남짓에 불과해 케이블카 전망대~마천대~용문골삼거리~용문골입구 구간은 등산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스다. 용문골삼거리에서 시작되는 급경사 돌계단은 협곡 안으로 길게 이어져 내려간다. 하산길 양쪽 사면(斜面)에는 수많은 암봉들이 계곡길을 호위하고 있다.

용문골삼거리에서 400~500m 정도 내려가면 60m 왼쪽 위로 용문굴(바위굴)과 칠성봉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망대에서 올려다보면 7개의 거대 암봉이 이어진 칠성봉이다. 바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설악산 울산바위 느낌이다. 용문굴에는 용이 돌문을 지나 하늘로 올라가고, 칠성봉에는 용이 승천할 때 7개 별이 떨어져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칠성봉의 7개봉은 하나하나 완벽하다. 봉마다 바위틈에서는 소나무(반송)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고 진달래가 소담하게 자라고 있다. 한폭의 동양화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칠성봉

 

용문골 계곡~케이블카 전망대 코스도 있어

칠성봉 전망대에서 내려와 용문골입구 방향으로 다시 100~200m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케이블카 전망대와 연결되는 오솔길이 나온다. 계속 바위길을 걷다가 오랜만에 만난 흙길이어서 그렇게 발이 편할 수 없다. 주변 수목도 청초하고 무성하다.

케이블카 전망대에 도착하기 100m쯤 전, 장군봉이 200m 위에 있다는 안내문이 있으나 특별하지 않은 장군봉을 보려고 200m를 오를 사람은 없어 보인다. 더구나 설명문에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이 바위에서 전투 지휘를 하고 대승을 거두었다는 바위’라며 ‘갑옷을 걸친 모습을 닮았다 하여 장군봉’이라고 되어 있는데 뻥도 지나치다. 이 코스(4.2㎞) 즉 케이블카 매표소~(30분)~마천대 정상~(30분)~용문골삼거리~(30분)~용문굴(칠성봉 전망대)~(15분)~케이블카 전망대 코스는 쉬는 시간 포함해 3시간 정도 걸리므로 짧은 시간에 대둔산을 한 바퀴 돌아 내려가는 코스로는 최적이다.

용문골 계곡에서 오른쪽 케이블카 전망대로 우회하지 않고 직진해 내려가면 오색 리본을 잔뜩 매단 당집 같은 것이 보인다. 바위굴 아래를 막아 만든 신선암이다. 그렇게 하산하다보면 용문골 입구다. 그곳에서 들머리인 집단시설지구까지는 1㎞ 거리의 아스팔트길이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원점회귀할 수 있다. GPS 지도를 보니 총거리 6.5㎞에 시간은 3시간 47분이다. 점심·휴식 시간 1시간 22분을 포함하니 5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구체적으로 시간으로 살펴보면 들머리인 케이블카 매표소(10시28분) → 동학전적비(10:34) → 동심바위(11:09) ~ 금강문 입구(11:18) ~ 구름다리(11:33) ~ 삼선계단(11:58) ~ 마천대 정상(12:24) ~ 점심과 휴식(1시간 정도) ~ 용문골삼거리(14:00) ~ 용문굴과 칠성봉전망대(14:23) ~ 용문골 입구(15:19)다. 등산 초보자한테는 힘들겠지만 주말 등산객 수준이라면 전체적으로 힘든 코스는 아니다.

 

옹문골삼거리~낙조대 코스

용문골삼거리에서 용문골입구로 하산하지 않고 낙조대까지 다녀오는 길을 살펴보자. 사실은 이 길을 확인하기 위해 7월 4일 또다시 아내와 함께 대둔산을 찾아갔다. 용문골삼거리에서 왼쪽 숲으로 내려서면 유순한 산길이 대둔산 8부 능선쯤에 위치한 낙조산장까지 10~20분간 이어진다. 300~400m 거리다. 능선길을 타면 바로 낙조대로 연결되지만 길을 의식하지 않고 걸으면 낙조산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낙조산장은 산행객들이 쉬거나 자고 갈 수 있도록 논산시에서 현대식으로 지은 무인휴게소이다. 낙조산장에서 논산 쪽 수락주차장까지는 3.3㎞, 마천대까지는 0.7㎞다.

마천대 정상에서 바라본 왼쪽의 낙조산장과 낙조대

 

낙조산장의 논산 쪽 하산길에 설치된 안내문을 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산에서도 그렇지만 대둔산 곳곳에서 성가시게 하는, 일반 파리보다 작은 파리의 이름은 검정뺨금파리이고 썩은나무에 산란 부화하며 야생열매나 등산객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 등을 먹이로 한다고 한다. 매년 5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고산지대에서 활동하다가 여름 장마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소멸한다고 한다.

산장 뒤편에는 고려 말~조선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마애불이 자리하고 있다. 마애불(磨崖佛)은 암벽에 새긴 불상을 의미하는데 양각(부조), 음각, 선각 등 다양하다. 이곳의 마애불은 자연상태의 바위벽에 양각한 불상으로 편안하고 소박한 모습이다.

서해가 보인다는 낙조대(859m)는 낙조산장 입구에서 240m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 낙조대에 올라가니 하늘엔 먹구름이 덮고 있고 지상엔 밝은 햇살이 고루 넓게 비추고 있어 마치 예수가 재림하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아 보였다. 낙조대에서도 논산이나 금산 쪽으로 하산할 수 있다. 낙조산장에서 낙조대 방향으로 120m 쯤 올라가면 사거리가 나오는데 태고사(0.79㎞)와 마천대(0.9㎞)와도 이어진다. 마천대로 가다가 30분쯤 오솔길을 걸으면 용문골삼거리다.

낙조대

 

■충남 논산(군지골) 코스

 

등산객보다는 관광객 더 많아

전북 완주 쪽에서는 기암기봉의 암산이던 것이 신기하게도 충남 논산 쪽에서는 갑자기 토산으로 바뀐다. 그 때문에 논산 쪽 대둔산에는 숲과 계곡, 폭포가 발달해 있고 군지골(수락계곡)이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다. 그러다보니 논산 쪽 대둔산은 관광객보다는 등산객들에게 사랑받는다.

7월 4일 또다시 대둔산을 찾은 것도 이 군지골(수락계곡)을 통해 정상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산행 기점은 수락주차장이다. 이곳에서 낙조산장은 3.3㎞, 마천대는 4㎞ 거리에 있다. 산행은 주차 후 400m의 포장도로와 대둔산 승전탑 입구를 지나야 비로소 시작된다. 엄밀히 말하면 그후에도 수락폭포까지 900m의 계곡 위 데크길을 지나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둔산 승전탑은 등산로에서 170m 정도 왼쪽으로 올라가면 나오는데 규모가 상당히 크다. 1950년 10월부터 1955년 1월까지 대둔산 일대에서 활동하던 빨치산과 영호남에서 패주해 북상하는 인민군을 토벌하다 산화한 국군과 경찰관, 애국청년단원 등 1376여 명의 호국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1986년 세워진 탑이다.

대둔산 승전탑

 

그러고보면 대둔산 주변은 충청도와 전라도를 잇는 군사 요충지여서 유사 이래 수많은 전투가 벌어지는 등 골짜기마다 역사의 애환이 서려 있다. 백제와 신라가 마지막 혈전을 벌였던 황산벌 전투를 비롯해 권율 장군이 1,000명의 군사로 왜군 1만명을 격퇴시킨 배티재 전투, 동학농민군 전투, 그리고 한국전쟁도 모두 대둔산과 주변 지역을 무대로 펼쳐졌다. 군지골이라는 지명도 수많은 병사들의 원혼이 서린 ‘군지옥골’에서 비롯됐다. 벌곡면(伐谷面)의 ‘벌’도 창칼로 친다는 뜻이니 예로부터 이곳이 군사 요충지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완주군에 비해 지도가 부실한 게 문제

승전탑을 다녀와 군지골로 들어서면 900m 길이의 데크길이 쭉 이어진다. 세련되고 편하게 잘 만들어 유모차를 끌고다녀도 전혀 무리가 없다. 다만 계곡에 설치한 긴 데크가 자연친화적인건지 자연훼손인건지는 헷갈린다. 나신이 부끄러운 듯 울창한 숲 속에 몸을 숨긴 선녀폭포를 지나면 머지 않아 수락폭포가 나오고 수락폭포 옆에 급경사의 데크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방향은 다르지만 그곳에서 마천대까지는 1.77㎞, 낙조대까지는 1.87㎞다.

수락폭포(왼쪽)와 선녀폭포

 

수락폭포에서 급경사 데크를 타고 200m 정도 오르면 오른쪽으로 군지계곡을 가로지르는 군지구름다리가 소나무 가지 사이로 아찔한 모습을 드러낸다. 길이 45m, 폭 1m, 높이 47m의 구름다리는 깔딱고개를 거쳐 마천대를 오르는 대둔산의 명물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흔들리는 스릴이 나름 재미가 있다.

구름다리

 

완주 쪽 구름다리가 ‘드러내는’ 다리라면 이곳의 다리는 ‘숨어있는’ 형태다. 다리의 붉은색이 초록과 대비되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군지능선에서 정상인 마천대까지는 가파른 능선과 220개의 철계단으로 이루어져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숨이 턱에 닿는다. 이후 숲과 바위지대가 적당히 섞인 능선을 따라 1시간 30분 정도 올라가면 마천대 정상이다. 이후 낙조대~낙조산장~석천암을 거쳐 하산하는데 주차장까지 3.3㎞ 거리다.

전체적으로 논산 지역은 관광지로서는 잘 꾸며놓았으나 산행 안내에 중요한 지도는 완주군에 비해 많이 부실하고 소홀하다. 한 눈에 논산쪽 산을 개괄할 수 있는 지도가 현장은 물론 논산시 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지도만 제대로 구비했어도 지금보다는 더 많은 관광객이나 등산객이 찾아올텐데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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