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6월 4일, 홍범도와 최진동의 연합 독립군부대인 대한군북로독군부 30여 명이 두만강을 건너 함북 종성군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군 국경초소를 급습했다. 국내 진공(進攻)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탐색전이었다. 일본군 남양수비대 1개 중대가 국경을 건너 독립군의 뒤를 쫓았으나 독립군은 이미 근거지인 북간도 화룡현 삼둔자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접근해오는 일본군에 사격을 가해 60여 명을 숨지게 했다. 6월 6일 오전 10시 무렵이었다.
독립군의 세(勢)를 확인한 일본군이 기관총으로 무장한 보병 1개 대대를 다시 추격대로 편성, 대대적인 독립군 토벌에 나섰으나 독립군은 이미 험준한 고려령 계곡지대 봉오동으로 피신했다. 일본군이 다가오자 홍범도와 최진동은 봉오동의 주민을 대피시키고 마을을 소개(疏開)한 뒤 요소요소에 병력을 배치했다. 6월 7일 오전 6시30분쯤, 일본군이 고려령 골짜기에 다다르자 매복 중이던 독립군이 일본군에게 사격을 가하고 뒤로 빠지는 전술을 구사했다. 고려령 길목인 안산에서 한 번, 고려령 입구에서 또 한 번, 독립군은 두 번이나 교전하는 체하면서 일본군을 봉오동 깊숙한 곳으로 유인했다. 이 과정에서도 일본군을 120명이나 사살하는 등 큰 피해를 입혔지만 아직 전초전에 불과했다.
유인 작전에 말려 일본군의 선봉이 봉오동 어구를 통과하고 주력 부대가 포위망 한 가운데에 들어설 즈음인 오후 3시, 700여 명의 독립군 총구에서 불이 뿜어나왔다. 3면에서 가해지는 일제사격에 일본군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157명이 전사하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 독립군의 피해는 사망 4명에 중상 2명 뿐, 대승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작일 뿐 4개월 뒤 청산리 전투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