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소록도 자혜의원 설립

1916년 5월 17일, 한센병(나병) 환자들을 격리·치료하기 위한 소록도 자혜병원이 문을 열었다. 병원이 설립되기 전 부산·대구·광주 등에 한센병 요양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상당수의 환자들이 유랑으로 떠돌거나 걸식으로 연명하던 때였다. 어린 사슴의 형상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소록도(小鹿島)가 적지(適地)로 선정된 것은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물, 육지와 인접해 있었기 때문이다.

섬 원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이 있었으나 일제는 집과 땅을 강제로 매수·이주시키고 이듬해부터 100여 명의 환자들을 강제수용했다. ‘조선나예방법’이 제정된 1935년부터는 전국의 부랑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이곳에 수용하면서 환자수가 급격하게 증가했으나, 일제가 이들을 환자가 아닌 반 사회인으로 취급, 부작용이 속출했다. 병원 측은 동거를 원하는 환자들에게 불임수술 동의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해 1000여 명의 환자들이 반 강제적으로 거세되거나 불임수술을 받았다. 특히 환자들을 상대로 자행한 생체실험으로 20여 명이 죽었으며 사체는 해부용으로 쓰여졌다.

이 때문에 1942년 6월에는 이들에게 비인간적인 생활을 강요하던 일본인 원장이 이춘상이라는 한센병 환자로부터 피살되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인 원장은 환자들에게 벽돌굽기, 가마니 짜기, 숯 굽기 등의 고된 노역을 시키고 환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돈으로 자신의 동상을 세워 매달 한번씩 동상에 강제로 절을 시켜 원성을 샀었다. 1945년 8월에는 환자들이 의사와 직원들 간의 병원 운영권 싸움에 휘말려 84명이 병원 직원에게 살해되는 참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록도갱생원(1934년) 국립나병원(1968년)을 거쳐 1982년부터는 국립 소록도병원으로 불리고 있으며, 환자수도 한때는 6000여 명을 넘었지만 2018년 현재 500여 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