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4월 7일, 리처드 로저스가 작곡하고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노랫말과 대본을 쓴 뮤지컬 ‘남태평양’이 미국의 뉴욕 브로드웨이 마제스틱 극장에서 처음 공연됐다. 연출은 나중에 영화까지 만들어 호평을 받은 조슈아 로건이 맡았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 ‘발리 하이’(타히티섬 인근의 모레아섬이 실제 배경이다)를 무대로 프랑스인 농장주와 미국인 종군 간호사의 사랑을 그린 ‘남태평양’은 1925회나 공연될 정도로 인기를 끌어 이듬해 토니상 뮤지컬 부문에서 9개나 되는 상을 휩쓸었다.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은 미국 뮤지컬의 기념비적인 작품 ‘오클라호마’(1943년) 때 처음 호흡을 맞춰 ‘왕과 나’(1951년) ‘사운드 오브 뮤직’(1959년) 등과 같은 명작을 잇따라 내놓은 뮤지컬의 명콤비였다. 이들은 오락 수준에 머물렀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1950년대 뮤지컬의 흐름을 주도했다.
원작 ‘남태평양 이야기’(1947년)로 1948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제임스 미치너는 2차대전과 한국전에도 참전한 군인 출신의 작가였다. 1953년 라이프지에 연재된 북한군의 보급로 다리 폭파작전을 소재로 한 소설 ‘도곡리 철교’도 그가 썼다. 1952년 라이프에 실린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서평을 쓴 것이 인연이 돼 라이프가 한국전에 참전 중인 미치너에게 의뢰, 한국전을 소재로 한 ‘도곡리 철교’를 연재했다는 후문이다.
미치너는 1997년 90세로 사망할 때까지 스포츠에서 인종차별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이들 지역을 소재로 한 베스트셀러들을 수없이 내놓았다. 미국 텍사스의 역사를 소설화한 ‘텍사스’, 소설 자체를 테마로 삼은 ‘소설’ 등 4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