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출간

1933년부터 3년간 미 중서부 지역을 휩쓴 가뭄과 농업의 기계화로 지주와 은행의 빚독촉에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고향 오클라호마를 떠나 8000리나 떨어진 풍요의 땅 캘리포니아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어렵게 도착한 풍요의 땅에는 풍요의 상징인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지만 그 풍요는 지주들의 몫일 뿐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여전한 배고픔과 노동착취 뿐이었다. 홍수까지 겹쳐 참상은 극에 달한다.

1939년 3월 14일, 존 스타인벡의 대표소설 ‘분노의 포도’가 출간됐다. 스타인벡은 이주민들의 분노가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있다고 해서 제목을 ‘분노의 포도’로 정했지만 이 표현은 성서 요한묵시록 제14장 19절에 나오는 말이다. 스타인벡은 이주민촌에서 직접 노동을 체험한 뒤 그들에 대한 연민과 현실에 대한 분노를 소설에 담아냈다.

농장주들은 ‘검은 악마적 창조물’ ‘증오를 주제로 한 파괴적인 책’이라며 소설을 맹비난했고, 도서관에서는 금서목록에 올렸다. 스타인벡은 이주민들의 참상을 증명하는 르포기사를 사진과 함께 라이프지에 실어 반론을 펼쳤다. 극단적인 찬반 양론 속에서도 초판이 50여 만부나 팔려나가 정부가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삶에 대한 인간의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아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고, 1962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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