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한국최초의 상설 영화관 ‘경성고등연예관’ 개관

우리나라에서 영화가 처음 상영된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1897년 일본인 거류민을 상대로 한 본정좌(本町座), ‘중국인의 가건물 한 개를 3일간 빌려 영화를 상영했다’는 1897년 10월 19일자 런던타임즈 기사, 1899년 미국인 여행가 버튼 홈스 일행이 고종 황제에게 영화를 보여주었다는 기행문 등을 예로들며 전문가마다 ‘최초’를 달리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1903년 6월 23일자 황성신문에 ‘한성전기회사 기계창에서 활동사진을 상영한다’는 광고가 실린 것으로 비추어 일반 대중이 영화를 처음 접한 시기는 그 무렵 언젠가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협률사(1903년) 광무대(1907년) 단성사(1907년) 원각사(1907년) 등의 극장을 통해 영화가 일반인에게 널리 선보였으나 이 극장들은 탈춤이나 줄타기 등도 함께 공연했기 때문에 순수 영화 전용 극장은 아니었다.

한국최초의 상설 영화관은 일본인이 설립한 ‘경성고등연예관’이다. 이 영화관이 지금의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자리에 세워진 것은 1910년 2월 18일이다. 한꺼번에 600여 명을 수용하고 당시로서는 첨단 영사시설까지 갖춘 목조 2층 양식건물의 영화관에서는 주로 프랑스의 파테영화사에서 수입한 영화가 상영되었다. 이후 지금의 종로2가 YMCA 건물 뒤편에 일본인에 의해 우미관이 세워지고, 계속해서 일본인들이 만든 영화관이 서울의 각 지역에 들어섰다. 단순한 영화해설에 머물렀던 변사가 신파조의 감정을 풀어내며 영화보는 재미를 더해준 것도 이때부터였다. 경성고등연예관 개관 때 기용된 변사는 구수한 입담으로 인기가 대단한 서상호였다. 당대 최고의 변사로 불리던 서상호는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그의 시대를 접었다가 1938년 우미관에서 약물중독으로 객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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