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나는 백패커] 김포 승마산에서 하룻밤… ‘5분이면 정상’ 철석같이 믿고 올라갔다가 끝내 헉헉댄 산행

↑ 김포 승마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일출

 

by 돌고래

 

겨울은 백팩커의 계절이다. 추운데 무~슨! 아니다. 정답이다. 전국의 산과 바다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봄, 여름, 가을 3계절에 비하면 겨울은 온전히 자연을 즐기려는 백패커의 계절이 맞다. 비록 추위에 손가락이 곱아서 감각이 없어지더라도, 차디찬 바람에 코끝이 얼얼해지더라도 침낭과 텐트에 의지해 하룻밤을 보내는 바로 이 맛에 백패커는 겨울을 최고로 친다.

며칠 전 지인들과 가까운 곳으로 퇴근박을 감행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나만 퇴근박이고 다른 일행은 반차휴가내고 김포 승마산에 먼저 도착해 겨울 풍광을 즐기고 있었다. 높이는 130m. 먼저 출발한 일행이 보낸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배낭 메고 5분이면 박지 도착.” 목적지 부근에 도착하니 어두워져 주변이 온통 검은 숲이다. 자동차를 주차시키고 배낭을 챙겨 허리밸트도 묶지 않고 그냥 둘러멨다. ‘뭐 5분이라는데… 이정도야…’

목없는 등산화에다 등산용 스틱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못가서 ‘헉! 이런…무슨 5분!’ 그렇게 한참을 헉헉 대다가 박지에 도착했다. 일행들의 입가엔 웃음이, 내 얼굴엔 땀방울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도착하자마자 일행 텐트 옆으로 내 몽벨 스텔라릿지1 텐트를 쳤다. 그리고 에어매트에 바람 넣어 텐트 안에 밀어 넣고, 그 위로 1200g 동계용 침낭을 펼치니 잠자리 준비 끝이다. 물론 펙과 나사못을 동시에 사용해 텐트를 고정시키는 작업은 ‘손이 시러워 꽁!’ 하더라도 튼튼하게 해야 한다.

잠자리 준비가 끝나면 이제 먹는 일만 남는다. 먼저 온 일행이 설치한 쉘터 안에서 서로들 가져온 음식과 음료(?)를 함께 나누며 정을 두텁게 쌓는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기나긴 겨울밤은 반절이 날아가 버린다. 자연적 욕구를 해소하러 쉘터 밖으로 나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잠시 보다가 이내 “어 추워”하며 쉘터 안으로 들어간다.

승마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화도 야경

 

겨울은 쉘터 안과 밖의 기온 차이가 많이 난다. 자칫 텐트 이동 중에 체온유지가 곤란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쉘터에서 나와 각자 텐트 안에 펼쳐 둔 침낭 속에 들어가는 순간까지가 위험한 순간이다. 이 시간동안 갑작스런 기온의 급강하로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한다는 표현을 실감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침낭 속 온도에 익숙해질 때 쯤이면 포근함에 취해 꿈나라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날 난 밤의 장막이 내려진 후에 도착하여 황홀한 석양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아침의 해돋이는 꼭 보리라 작심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사실 일출시간 한참 전에 눈은 자동으로 떠진다. 새벽 추위에 침낭 속에서 뒹굴거리다 해 나올 시간쯤에 텐트 밖으로 나왔다. 건너편 수안산쪽에서 아침부터 불을 피웠는지 검은 연기가 냇물처럼 흘러 해돋이를 가린다. 그래도 그 사이를 뚫고 언덕크기의 작은 산들 사이로 삐죽 얼굴 내민 태양이 눈부시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언제 보아도 가슴에 호기를 불러일으킨다. 평상시엔 고개숙이고 네네 하던 나의 가슴속에도 호연지기가 잠자고 있었음이 틀림이 없다. 푸헐~ 별!

산에서 가장 추운 때는 일출보고 아침을 먹기 전까지다. 아침을 먹으면 그래도 열기가 돈다. 언제나 그렇듯 아침식사를 재빨리 해치우고, 어제의 역순으로 하산준비를 서두른다. 동네 사람들이 아침운동 삼아 올라오기 전에 전장 정리가 끝나야 한다. 간신히 배낭을 다 꾸리자 60대 산객들이 한 무리 올라 왔다. 우리 일행과 바톤 터치! 우린 인사하고 그대로 하산. 그리고 다음번 박산행을 기약하며 귀가.

승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틀녁 인천앞바다
☞뱀다리

겨울 백패킹에서 보온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장비는 텐트가 아닌 침낭이다. 겨울철엔 보통 침낭 속에 핫팩을 이용해 덥힌다. 그래도 동계 침낭은 필파워(fill power) 좋은 우모 800g 이상이어야 생명유지를 위해 안전하다. 나처럼 추위를 잘 타는 남도 출신은 우모 1200g 정도가 무난하다. 더욱이 배낭에 들어가야 하는 관계로 필파워 지수가 높은 것이 좋지만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본인의 주머니 사정 나름.

참고로 필파워는 ‘다운 1온스(28g)를 24시간 압축한 후 압축을 풀었을 때 부풀어 오르는 복원력을 말한다.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다운재킷이 공기를 많이 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주얼 브랜드 제품은 대개 600 안팎이며,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은 700~900 수준이다.’ 출처 : 네이버 <한경 경제용어사전>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