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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국립공원] ④ 월악산 영봉(靈峰)은 높이 150m, 둘레 4㎞의 거대 암반… ‘한국의 마터호른’이면서 장소에 따라 달리 보이는 ‘네 얼굴의 암봉’

↑ 덕주사 마애불로 내려가기 전, 능선 데크전망대에서 바라본 영봉 중봉 하봉(오른쪽부터)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9㎞, 6~7시간

☞ 코스 : 보덕암 ~ 데크전망대 ~ 하봉 ~ 중봉 ~ 영봉 ~ 송계삼거리 ~ 마애불 ~ 덕주사

 

by 김지지

 

충북 제천의 월악산은 숙원이었다. 신혼이 한창이던 1990년 9월 30일 아내와 다녀오고 그 후 이상하게 인연이 없어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다. 평소 전국의 산을 자주 오르면서도 유독 월악산행을 결정하지 못한 것은 “월악산은 힘들다”는 머릿속의 막연한 기억 때문이다. 이번에 고교동창인 선근 종훈 태훈과 월악산행을 결정하고서도 급경사 암봉에 대한 걱정이 좀처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행히 2022년 11월 11일, 32년만에 감행한 월악산행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힘들지 않아 그동안의 걱정이 기우였음이 확인되었다. 자신감이 생겼는지 초록 이파리와 가을 단풍이 모두 사라져 없고 미세먼지 때문에 시계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내년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산했다.

1990년 9월 30일 월악산에 올랐을 때 우리 부부

 

■월악산국립공원

월악산국립공원은 충북 단양군·충주시·제천시와 경북 문경시에 걸쳐있다. 공원 내에 문수봉(1161m), 대미산(1115m), 월악산 영봉(1091m), 황장산(1077m), 하석산(1034m), 금수산(1015m) 등 1,000m 급 봉우리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있지만 그중 랜드마크는 어디서 바라보든 늘 기세등등한 영봉(靈峰·1091m)이다. 월악산에서도 최고 경관을 자랑하는 곳은 영봉·중봉·하봉 등 3개 암봉과, 봉우리들을 이어주는 암릉에서 조망하는 충주호와 주변 산줄기들이다.

월악산국립공원의 여러 산들에서 네 곳이나 100대 명산에 지정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산세가 빼어나다는 방증이다. 산림청을 기준하면 월악산(영봉), 금수산, 도락산, 황장산이고 블랙야크를 기준하면 영봉, 금수산, 도락산이다. 월악산국립공원은 크게 서쪽의 송계지구와 동쪽의 금수산·도락산지구로 나뉘는데 송계지구의 중심이 영봉이다.

 

■영봉 등정 코스

월악산 영봉 등정을 목적지로 하는 들머리(산행 기점)는 크게 덕주사, 동창교, 신륵사, 수산리(보덕암) 네 곳이다. 가장 보편적인 코스는 덕주사와 마애불을 거쳐 능선을 타고 영봉에 올라갔다가, 신륵사나 동창교 쪽으로 내려가는 코스다. 덕주사(덕주탐방지원센터)에서 영봉까지 거리는 4.9㎞이고 영봉에서 신륵사까지는 3.6㎞, 동창교까지는 4.3㎞다. 대략 4~5시간 걸린다. 길고 힘들면서도 멋진 길은 수산리에서 보덕암을 거쳐 하봉~중봉~영봉에 올랐다가 덕주사로 하산하는 코스다. 11.2㎞에 5~6시간 정도 걸린다. 동창교(송계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영봉에 올라갔다가 덕주사로 하산하는 코스는 9㎞에 4~5시간 걸린다. 가장 짧은 코스(3.6㎞)는 신륵사~영봉 구간으로 3시간 정도 걸린다. 덕주사나 동창교로 하산한다.

국립공원이 제작한 월악산 탐방로등급지도. 보덕암삼거리에서 영봉으로 0.3㎞ 올라갔다가 다시 보덕암삼거리로 내려와 신륵사삼거리로 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영봉에서 신륵사삼거리로 바로 직행하는 급경사 철계단이 놓여있다. 지도의 수정이 필요하다. 지도상 거리도 현지 안내목에 표시된 거리와 다르다.

 

■우리 산행 코스(보덕암 → 영봉 → 덕주사 )

우리 산행의 관심사는 영봉을 거치는 주능선 탐색과 조망이다. 그에 적합한 코스가 덕주사나 보덕암으로 올라가 반대 방향으로 내려오는 것인데 우리는 보덕암 → 영봉 → 덕주사 코스로 잡았다. 그러러면 하봉과 안부(鞍部·산의 능선이 말안장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 중봉과 안부를 거쳐 영봉으로 올라야 한다. 봉우리를 하나하나 계단식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낙타의 쌍봉처럼 오르고 내려가는 식이다. 보덕암에서 영봉까지 4.1㎞, 영봉에서 덕주사까지 4.9㎞를 합해 9㎞다.

문제는 수산리 마을에서 보덕암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길이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고, 상·하행차가 길에서 만날 경우 양보 공간이 마땅치 않고, 보덕암 아래 주차장이 승용차 10여대 정도만 주차할 정도로 협소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대 차량을 피하느라 시간이 지체되고 운이 나쁘면 옴짝달싹못할 때도 있다. 결국 산행객이 많을 때는 수산리 마을에서 보덕암까지 2㎞를 걸어가야 하는데 40~50분 정도 걸린다. 안내산악회 버스는 선택의 여지 없이 수산교에서 하차해 보덕암으로 올라간다.

우리는 평일에다 일찍 도착해 날머리인 덕주사에 주차한 뒤 택시를 불러 보덕암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반대로 보덕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올라가 덕주사로 내려가 택시를 불러 보덕암으로 갈 수도 있지만 오후에 보덕암에서 내려오는 차들 때문에 트래픽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월악산 인근의 호출택시는 여러대가 있는데 현지 협정가는 3만5000원이다. 우리는 그랜저를 운전하는 수안보콜택시(010-5482-9824)를 불러 이동했는데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점잖은 기사의 친절한 안내가 만족스러웠다.

 

▲보덕암(들머리)~데크전망대

산행 기점은 보덕암 아래 주차장이다. 10여대가 주차할 수 있고 화장실도 있다. 해발고도는 380m 남짓이고 영봉까지는 4.1㎞ 거리다. 보덕암은 주차장에서 조금 위쪽의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등산길에서 살짝 벗어나있지만 보덕암 뒤쪽의 보덕굴 때문에 둘러볼 만하다. 보덕굴은 입구가 사람 키보다 크고 내부는 비교적 널찍한 자연동굴이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겨울철에나 볼 수 있는 역고드름 덕분이다. 석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이 지면에 닿아 얼고, 그 얼은 기둥 위에 낙숫물이 계속 떨어져 석순처럼 자란다. 크기는 5∼30㎝ 등으로 다양하고, 모양과 크기도 가지각색이다.

보덕암 주차장(왼쪽)과 보덕암

 

보덕암을 빠져나와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흙길과 침목길과 데크계단을 번갈아가며 올라가다보면 시루떡같은 바위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낙락장송들이 길옆에 도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살짝 아쉬운 것은 11월 중엽 산행이라 초록이 없고 사방이 황량하다는 것이다. 역시 산행은 초록이 살아있고 해가 긴 5월과 9월이 최적이다. 다만 월악산에는 연초록의 소나무 군락지가 많아 황량함을 상쇄해준다.

들머리에서 1시간 20분을 오르니 급경사 철계단의 시작이다. 다시 10분 정도 오르면 절벽 위 테라스 같은 데크 전망대다. 충주호(청풍호) 일대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월악산국립공원의 옥순봉이나 구담봉에서 내려다보는 청풍호에 못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초미세먼지 때문에 충주호 모습이 흐릿하다.

데크 전망대와 그 뒤 충주호. 미세먼지 때문에 시계가 좋지 않다.

 

▲데크전망대~하봉~중봉

전망대를 지나 능선의 낙락장송을 바라보며 5분 정도 올라가니 암봉과 암봉 사이 협곡 위에 놓인 데크다리가 나타난다. 다리 건너편으로는 하봉, 중봉, 영봉 봉우리들이 삐죽삐죽 솟아있고 절벽에는 청초한 색의 소나무들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오전이어서 역광 때문에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다리를 건너 하봉~중봉~영봉 등 연봉(連峯)을 바라보며 암릉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니 협곡 위에 놓인 두 번째 데크다리다. 다리를 건너 능선을 따라가다가 뒤돌아보면 충주호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암봉이 보이는데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하봉은 아니다.

월악산은 지도마다 하봉과 중봉 지명을 표시하고도 정작 월악산 현지에는 표지석이 없다. 이 때문에 하봉과 중봉 위치는 등산객이 산행 중 대충 짐작으로 알아야 한다. 능선을 따라가다가 급경사길을 또다시 올라가면 세 번째 다리가 나타난다. 다리를 건너기 전 이쪽 봉우리가 하봉으로 추정되는데 표지석이 없고 몇 그루의 소나무만 있어 등산객 대부분은 그곳이 하봉인지 모르고 지나친다. 그곳이 하봉인지는 잠시 후 중봉으로 올라가는 급경사 데크계단이나 중봉 정상에서 뒤돌아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래도 확인이 필요해 월악산국립공원에 전화로 문의하니 내가 생각하는 하봉이 맞다. 국립공원에 전화를 한 김에 “국립공원 제작 지도마다 하봉과 중봉이 표시되어 있고 등산객도 하봉과 중봉을 중요 기점으로 삼고 있으니 표지석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담당자가 검토해보겠다고 했으니 언젠가 하봉과 중봉에 표지석이 설치된다면 그 중 일부는 내 공일 것이다.

첫 데크다리. 가운데가 하봉이고 그 오른쪽이중봉이다.

 

하봉 앞 데크다리를 건너면 안부로 내려가는 데크 계단이다. 계단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봉우리가 중봉이다. 하봉과 중봉 사이 안부는 보덕암에서 2.4㎞ 지점이고 해발 고도는 959m다. 어느덧 보덕암에서 2시간 지나왔다. 안부에서 중봉을 향해 오르는데 가다쉬다를 반복하는 일군의 젊은이들이 보여 “20대 초반인가요? 중반인가요?” 물었는데 결정적으로 엄청난 실수였다. 알고보니 제주 대안학교인 보물섬학교의 중고교생들인데 그들에게 20대냐고 물었으니 내 눈썰미에 큰 고장이 난 게 분명하다. 나중에 영봉 정상에서 만난 젊고 잘생기고 인상좋은 인솔 교장선생님께 “중고교생들이 어떻게 이런 험산을 잘 오르느냐”고 물어보니 “학생들이 한라산 정상을 수시로 오르기 때문에 이 정도는 별거 아니다”라며 으쓱해 한다.

중봉 오름길에 2개의 대형 돌기둥이 마주보고 있고 기둥 사이 공간에 바위가 걸려있다. 그 아래에 공간이 트여있어 석문(石門) 느낌을 준다. 과거에는 이 바위가 천연 돌다리 구실을 했으나 지금은 바위 위에 철계단이 놓여있다. 중봉으로 다가가는 암릉에는 여전히 낙락장송들이 군락을 지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중봉 정상을 밟기 전, 철계단에서 뒤돌아보니 하봉 모습 전체가 그제서야 제대로 보인다.그 뒤로는 충주호가 넓게 펼쳐있다. 하봉에서 중봉까지는 20분 거리다. 중봉 정상에는 데크 전망대가 있지만 표지석이 없어 월악산을 처음 오르는 사람들은 이곳이 중봉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다.

대형 돌기둥 사이 공간에 걸려있는 바위(왼쪽)와 영봉 오르기 전 철계단

 

▲중봉~영봉

중봉에서 진행 방향을 바라보면 회색빛의 거대 암벽이 보이는데 영봉의 남쪽 절벽이다. 중봉에서 영봉으로 가려면 또다시 안부로 내려가야 한다. 안부에서 영봉 정상까지 거리는 0.6㎞에 불과한데도 고도 차가 커 올라가는 데만 30분 이상 걸린다. 안부 고도는 960m 정도이고 영봉 정상 고도는 1091m여서 고도를 130m 이상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길은 한동안 급경사 흙길이다가 곧 철계단으로 바뀌어 영봉 정상까지 계속 이어진다. 정상 바로 아래에 이르면 마지막 급경사에 설치된 철계단이 허공에 떠 있는 형태여서 고도감이 대단하다. 마지막 힘을 모으니 마침내 영봉(靈峰, 1091m) 정상이다.

영봉 정상

 

영봉은 높이가 150m, 둘레가 4㎞나 되는 거대 암반이다. ‘월악(月岳)’이란 산 이름도 영봉에 달이 걸린다 해서 지어졌다. 생김새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네 얼굴의 암봉’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북서쪽(중봉 쪽)에서 바라보면 쫑긋한 토끼 귀의 형상, 동쪽에서 바라보면 쇠뿔 모습, 남쪽(송계삼거리)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히말라야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남쪽에서 바라보면 스위스의 마터호른을 닯았다고 해서 ‘한국의 마터호른’으로도 불린다.

영봉은 월악산의 랜드마크이면서 최고 전망대다. 중봉이 거대 암봉인 것을 알려주는 것도 영봉이다. 정상에서는 덕주사로 하산할 때 만나는 남쪽의 송계삼거리 능선과 헬기장이 뚜렷하게 내려다보인다. 다만 멀리 백두대간의 산줄기들이 멋진 스카이라인을 그려낸다는데 주변 산세를 모르는 내 눈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주변 산세를 아는 사람들 눈에는 남쪽의 만수봉, 포암산, 주흘산, 대미산 등 걸출한 내륙의 봉우리들이 보이고, 동쪽으로 소백산이 시야에 잡힐 것이다. 영봉 정상 바로 앞에는 너른 휴게 데크가 있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11월 가을 햇살을 받으며 점심을 하고 있다. 우리도 그곳에 앉아 노닥노닥하며 점심 한 끼를 해결했다. 제주 보물섬학교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에 갖고있는 간식거리 전부를 건네주었다.

영봉에서 바라본 중봉. 오른쪽 뒤가 하봉이다.

 

▲영봉~덕주사(날머리)

우리 하산의 종착점은 영봉에서 4.9㎞ 거리의 덕주사다. 본격적인 하산은 영봉 아래 0.3㎞ 지점에서 사실상 90도의 급경사 철계단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철계단은 수직절벽을 피해 암반을 휘휘 돌아내려간다. 영봉에서 0.8㎞ 내려가니 신륵사삼거리다. 그곳에서 덕주사 방향 길은 영봉 남쪽 절벽 밑으로 돌아간다. 한동안 낙석 방지용 쇠그물 펜스길을 지나지만 그곳만 지나면 800~900m 고도를 유지하며 걷는 비교적 평탄한 능선길이다. 길은 960m봉까지 1㎞ 정도 이어지는데 푸근한 숲길이어서 걷는 맛이 쏠쏠하다.

영봉 아래 급경사 데크계단. 오른쪽은 건너편 봉우리에서 올려다본  계단 모습이다.

 

길을 따라가다 가끔은 뒤돌아보아야 한다. 영봉이 또렷이 조망되는 구간이 몇 군데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뒤돌아보면 하늘을 향해 솟구친 회색의 대암벽이 장엄하다. 영봉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한 눈에 보여준다. 사실 보덕암에서 중봉~영봉으로 오를 때는 능선을 걷는 것이어서 영봉이 이렇게 거대 암봉인지를 알지 못한다.

신륵사삼거리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동창교와 덕주사로 갈라지는 송계삼거리다. 위 영봉까지는 1.5㎞, 아래 덕주사까지는 3.4㎞ 지점이다. 그곳에서 5분 정도 지나가면 영봉 정상에서 내려다보였던 시멘트 헬기장이다. 이곳 역시 영봉 전체가 바라보이는 조망터다. 다시 완만한 능선길을 20~30분쯤 걸어가면 960봉이고 조금 더 진행하면 데크다리다. 다리 양 옆으로는 소나무들이 군락으로 자란다.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전망데크다. 깎아지른 바위 절벽과 노송이 어우러진 하봉 중봉 영봉이 한 눈에 바라보이고 그 왼쪽 뒤로 충주호가 또다시 펼쳐지는데 내 눈엔 이곳이 월악산 최고 전망대다. 이곳에서도 소나무들이 향연을 펼친다. 11월인데도 놀라울 정도로 싱싱하고 연초록이다.

데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영봉 중봉 하봉 모습(오른쪽부터)

 

눈 호강을 듬뿍한 뒤 하산하는데 곧바로 급경사 내리막 철계단이 이어진다. 거리는 약 800m나 된다. 하지만 그냥 내려가면 섭섭하다는 듯 월악산이 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왼쪽 멀리 길게 펼쳐진 거대 암벽과 암릉이다.

데크전망대에서 내려갈 때 보이는 거대 암벽과 암릉

 

그렇게 30분을 걸어내려가면 고려시대 불상인 마애불(보물 제406호)이다. 13m 높이의 수직암벽에 양각으로 새긴 부처상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다. 얼굴은 돋을새김하고 몸통은 선각으로 처리했다. 부처의 지혜로 여겨지는 머리 위 육계(인도식 머리 상투)는 별도 조각으로 몸돌 위에 얹혀 있다. 마애불 뒤 바위 아래에 감로수가 있다. 우물이 바위 틈새에 있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이름처럼 물맛이 달고 맛있다. 꼭 마셔볼 것을 권한다. 마애불에서 덕주사까지는 1.6㎞에 20분 걸린다. 덕주사에 도착하니 7시간이 지났다. 점심과 휴식을 포함한 시간이다.

덕주사 마애불

 

▲덕주사

덕주사에는 신라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와 누이 덕주공주의 사연이 전해진다. 내용인즉 이렇다. 신라를 멸망시킨 고려 왕건이 경순왕의 딸 덕주공주를 제천 월악산 아래 덕주사에, 아들 마의태자를 하늘재 아래 충주 땅인 미륵대원지에 가둔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던 공주는 동생 마의태자의 모습을 생각하며 남향으로 마애불을 새기고, 마의태자는 북쪽의 공주 모습을 그리며 북향으로 미륵불을 세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덕주공주는 기록에서 확인되지 않는, 오로지 전설 속에서만 등장하는 인물이다. 덕주사에도 정확한 역사적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창건자와 창건연대는 미상이다. 결국 덕주사를 둘러싼 이야기 대부분이 전설이라는 것인데 다행히 전설에 기반한 스토리가 남아있으니 생산적인 전설이다.

덕주사 대웅전(왼쪽)과 덕주탐방지원센터 옆 영봉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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