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박스

김태수 변호사 <사형을 집행하라!> 출판… 사형제 폐지 주장하는 ‘목소리 큰 소수’의 위선 집요하게 파고든 화제작

↑김태수 변호사

 

by 김지지

 

교도소에 복역 중인 사형수는 59명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되었으나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채 교도소에 복역 중인 사형수는 2022년 7월 현재 59명이다. 그들 중에는 10명 이상 살해한 희대의 연쇄살인범 강호순, 노인과 부녀자 등 21명을 살해한 유영철, 13명을 살해한 정남규 등도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버젓이 살아있는 것은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 한꺼번에 23명이 사형된 것을 마지막으로 1998년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이 사형 집행을 중단하고 이후 정권도 손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엠네스티는 2007년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하고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5차 유엔총회에서 ‘사형 집행 모라토리엄(일시적 유예)’ 결의안에 찬성했다.

그러나 우리 형사소송법에는 ‘사형 집행 명령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하여야 하며, 사형의 집행은 법무부장관의 명령이 있은 때로부터 5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누구보다 앞장서 법을 지켜야 할 정부가 대놓고 법을 무시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형존폐론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목소리 큰 소수’의 사형 폐지 주장이 마치 국민 다수의 여론인 것처럼 포장되고 호도되는 것도 사형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 절대 다수는 여전히 사형제에 찬성하고 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86.1%가 사형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2021년 9월 한 언론사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7.3%가 사형제 유지에 찬성했다. 이처럼 사형제 존속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데도 역대 정부는 ‘목소리 큰 소수’의 질타가 두려워 국민의 동의를 받지도 않고 사형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가 합헌임을 선언해도, 법원이 꾸준히 사형을 선고해도 애써 무시한다.

 

사형수 정성현과 김태수 변호사의 만남

사형수 59명 중에는 2009년 2월 26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정성현도 있다. 2007년 12월 경기도 안양시에서 이혜진(당시 10세)양과 우예슬(당시 8세)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추행한 후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두 어린이를 살해하고 시신을 여러 토막으로 잘라 야산에 묻거나 하천에 버린 죄로 기소된 인물이다.

정성현은 이 범행 3년 전인 2004년 7월에도 경기 군포시 여관방에서 전화방 도우미(44)와 사소한 말싸움을 하다가 무자비하게 주먹을 휘둘러 도우미가 사망에 이르자 시신을 절단해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검찰은 도우미 죽음에 대해서도 정성현을 살인죄로 기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없다”며 살인죄가 아니라 상해치사죄를 인정했다. 도우미 시신이 일곱 토막으로 조각난 뒤 야산에 암매장되어 오랫동안 부패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재판부도 정확한 사인을 밝힐 수 없어 “살해의 고의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잔혹성 때문에 정성현은 이후 사형 관련 기사에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럴 때마다 정성현은 언론이 자신의 죄목을 어떻게 기사화했는지 살펴본 후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자신을 ‘살인마’라고 표현했다고 경기도 지역의 한 신문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은 물론 헤럴드경제, 파이낸셜뉴스, 서울신문, 동아일보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일부 재판에서는 승소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마침내 조선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딸의 참혹한 죽음, 그 후 7년…>(2014년 3월 5일자 사회면)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는 처참하게 숨진 혜진 양의 아버지가 딸의 비명(非命)을 잊기 위해, 술에 기댔다가 7년 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내용인데 정성현은 기사 중 “살인범은 이양을 비롯한 3명을 살해한 혐의” 표현이 허위라며 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즉 자신은 어린이 2명의 살해 혐의만 유죄로 확정되고 노래방 도우미 살해 부분은 상해치사죄 판단을 받았으므로 ‘3명을 살해한’이라는 표현이 허위라는 것이다.

소송은 김태수 변호사에게 넘겨졌다. 김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사법고시에 합력한 후 주로 기사로 인한 명예훼손 소송을 맡아 언론의 자유와 한계에 관한 중요 판례들을 여럿 이끌어 낸 바 있어 명예훼손에 정통한 변호사다. 양극단의 주장과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분쟁의 한복판에서 ‘고용된 총잡이’가 아니라 ‘온건한 합리주의자’로서 의뢰인에게 유익하고 정의의 요구에도 어긋나지 않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을 직업적 소명으로 삼고 있다.

김태수 변호사의 노작 <사형을 집행하라>

 

‘목소리 큰 소수’의 허위와 모순을 세상에 알리기로 작심

김태수 변호사는 변호사 상식에 비추어 볼 때 기사는 소송감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성현이 3명의 무고한 목숨을 빼앗은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인데 그것을 한 줄로 엮어 “이 양을 비롯한 3명을 살해한 혐의”라고 했다고 해서 무슨 문제냐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가 정성현에게 패소한 바 있어 방심할 수 없었다. 김 변호사가 법리를 꼼꼼히 분석해 소송에 임한 결과 1심과 2심에서 승소(원고 청구 기각)한 것은 물론이고 대법원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정성현은 이후에도 자신 관련 기사가 조선일보에 나올 때마다 소송을 제기해 총 4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언제나 ‘원고 청구기각’이었다. 재판부는 “살해는 고의에 의한 죽임 뿐 아니라 상해치사나 폭행치사와 같이 의도하지 않은 살인의 경우에도 사용하는 용어”라며 원고(정성현) 패소 판결을 했다.

김태수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정성현에 대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의 분노는 점차 국가에 의한 불법의 지속,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지식인·종교인·법률가들의 위선적 논리가 압도적 국민 여론을 누르고 있는 현실로까지 확장되었다. 김 변호사는 “도대체 우리가 왜 이런 자와 공존해야 하는지 도대체 언제까지 동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이상 답변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각오로 사형제 폐지론자들의 허위와 모순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

수년간에 걸친 결실이 최근 간행한 <사형을 집행하라!>(조갑제닷컴)다. 부제 <‘침묵하는 다수’를 위한 사형존치론>에서 알 수 있듯 ‘침묵하는 다수’가 더 이상 ‘목소리 큰 소수’에 끌려다니지 않도록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책을 발간한 목적이다. 책에서 김 변호사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우리 국민의 절대 다수가 사형제를 지지하고 있음이 밝혀져 사형제 존폐론 주제가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는데도 늘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는 ‘목소리 큰 소수’에 의해 이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라며 ‘목소리 큰 소수’를 가차없이 비판한다.

 

<사형을 집행하라!>가 던진 화두

<사형을 집행하라!>가 던지는 중요한 화두는 피해자의 유족 문제이다. 20여 명을 죽이고도, 사형확정 판결을 받고도 버젓이 살아 있는 유영철에게 큰형이 피살된 후 두 동생은 자살하고 형수 조카는 행방을 모르는 이 기막히고 모순된 현실을 김 변호사는 참을 수 없었다. 김 변호사가 생각하는 유족의 가장 큰 아픔은, 그들이 사랑한 사람은 비참하게 죽었는데 죽인 자들은 멀쩡하게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떨쳐버릴 수 없는 고통이다. 살인범이 살아 있으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정신적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며, 법적 절차를 마무리 짓고 자신들의 슬픔에도 마침표를 찍고 싶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형 집행은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예의라고 힘주어 말한다.

사형폐지론자들의 폐지 근거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한다. 개인의 일탈을 환경의 책임으로 돌리는 주장에 대해서는 가난한 집이나 결손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지금의 사형수처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 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세상을 향해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가난과 장애를 앞에 내세워 흉악범죄를 변호하려는 이런 시각이야말로 또 다른 의미에서의 차별이며 편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오판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박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형확정수 중 오판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고,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는 한 앞으로도 오판이 문제가 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런데도 ‘오판의 가능성’이라는 관념적 가설에 발목을 잡혀 애꿎은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이고 토막살인까지 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당신이 안전하게 천수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겠소”라고 국가가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종교인들이 앞장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그들이 자식도 없고 친지들과도 연을 끊어 별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얽혀 있는 보통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 피해자가 내 자식이 될 수도 있고, 내 형제가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보통사람들의 관점으로는, 인권만을 앞세운 대안 없는 비판에는 결코 공감할 수가 없다.

사형페지론자들의 폐지 주장에는 ‘정치적 악용’도 있다. 그러나 김 변호사에 따르면 사형수 59명 가운데 정치범이나 사상범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어린아이를 납치·살해하고 금품을 요구해 사형을 선고받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2명 이상을 무참하게 살해한 자들이고 전원이 다 남자다.

 

사형존폐론을 공론 영역에서 실천 영역으로 끌어내

김 변호사가 생각하는 사형제는 사회공동체의 붕괴를 막고 개개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결코 야만적이지 않다. 그들을 영구히 가두어둘 수도, 그렇다고 쉽게 풀어줄 수도 없는 이 모순적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딱 하나, 당초 법이 명한 대로 집행하는 방법뿐이다. 사형제는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고 인류사회의 구성원이길 거부한 자에 대한 사회공동체의 형벌이라는 것이다.

팩트를 중시하는 조갑제 기자는 책의 독후기(讀後記)에서 이 책을 이렇게 평가한다. “김태수 변호사는 사형페지론자들의 최대 약점인 위선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사형 선고를 받고도 정부의 비겁함으로 연명해가는 살인범들의 범행을 적나라하게 소개하고, 이들을 감싸는 소설가, 종교인들의 순진함을 가차 없이 비판한다. 특히 살인자의 인권도 중히 여긴다는 이들이 살인 피해자와 유족들의 고통에는 냉담한 점, 그 위선의 극치를 이렇게 통렬하게 드러낸 책은 일찍이 없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 식자층에서 사형존폐론을 이야기할 때 왜 피살자보다 더한 고통을 안고 가다가 목숨을 끊기도 하는 유족들에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지 탄식하게 만든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 제기이다.” “사형존폐론을 공론(空論)의 영역에서 ‘집행할 것이냐 아니냐’의 실천 영역으로 끌어내린 이 책을 읽으면 창백한 지식인들이 즐기는 ‘논리 놀음’의 허망함을 실감할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살인의 현장과 지긋지긋한 재판, 그리고 처연한 사형장엔 그런 말장난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김태수 변호사를 인터뷰한 <월간조선> 2022년 8월호 목차

 

사형제 위헌 여부 따지는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

이런 와중에 헌법재판소가 12년 만에 사형 제도가 헌법을 위배하는지를 심사하는 공개 변론을 2022년 7월 14일 열었다. 앞서 헌재는 사형제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두 차례 내린 바 있다. 1996년에는 7대2 의견으로, 2010년에는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 사형제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오려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최근 임명된 일부 재판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 혹은 ‘적극 검토’ 의견을 밝힌 바 있어 이번에는 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사형제 페지론자들은 “사형이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고 오판 가능성도 있다”면서 “사형제의 이점으로 주장하는 범죄 억제 효과에 대해서도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사형제보다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절대적 종신형으로도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생명권은 인간의 기본권으로 생명 박탈은 곧 생명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사형제는 생명을 잔혹한 방법으로 해하는 등 인륜에 반하고 공공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범죄자에게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정의의 발로”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사형제에 따른 생명의 박탈을, 극악무도한 범죄로 무고하게 살해당했거나 살해당할 위험이 있는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탈과 같게 볼 수 없다”며 “두 생명권이 충돌하면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권 박탈 방지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유럽 대다수 국가들이 사형제를 폐지한 배경에 대해서는 “유럽연합이 사형제 폐지를 회원국 자격으로 못 박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일본을 포함 84개국이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등 사형제를 존치하는 것만으로 그 나라가 후진적이거나 야만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을 계기로 사형제에 대한 관심이 또다시 불거졌을 때 그에 맞춰 출판된 <사형을 집행하라!>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논제인 ‘사형제 존폐론’ 논쟁에 불을 지피고 사형제 유지 쪽에 힘을 실어주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형제 폐지론자들에게도 일독(一讀)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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