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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 용봉산] 산 아래에서 바라보면 밋밋해 보여 동네 뒷산처럼 생각하기 쉬우나 조망 탁월하고 산세 빼어난 ‘100대 명산’이지요

↑ 용봉산 정상(최고봉) 가다가 뒤돌아본 악귀봉(왼쪽)과 노적봉

 

by 김지지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4.6㎞에 4~5시간
☞ 구룡대매표소 → 병풍바위 → 용바위 → 악귀봉·노적봉·최고봉(정상)·투석봉 → 미륵불 → 용봉폭포 → 산림휴양관 → 원점회귀

 

수년 전, 충남 홍성 용봉산의 존재를 알고부터 이제나저제나 다녀오고 싶었으나 인연이 닿지 않아 가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불쑥 용봉산이 생각나 아내와 함께 홍성으로 차를 몰았다. 2022년 6월 1일이었다.

 

■용봉산 개요

우리나라 지형은 동고서저(東高西低)여서 충청남도 서해안 일대에는 높은 산이 없다. 충남에서 가장 높다는 서대산(904m)은 충북과 전북의 경계에 있고, 그 다음으로 높다는 논산의 대둔산(879m)은 전북의 산으로 알려져 있다. 순수 충남 땅에서 가장 높은 공주·계룡시의 계룡산(845m)은 내륙에 치우쳐 있어 서해안 일대에서는 홍성의 오서산(790m)이 가장 높다. 그런데 홍성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산은 오서산보다 높이가 훨씬 낮은 용봉산(381m)이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과 홍성군 홍북면 경계에 있으나 정상이 홍성에 속해 있어 ‘홍성의 용봉산’으로 알려져 있다. ‘홍성팔경’의 제1경이면서 블랙야크 지정 ‘100대 명산’이기도 하다.

용봉산은 너른 평야에 불끈 솟아 있다. 앞으로는 홍성군 홍북읍과 예산군 삽교읍의 너른 평야가 펼쳐 있고 그 한 가운데에 내포신도시가 자리잡고 있다. 2010년 내포신도시로 명칭이 정해진 후 2012년 논밭이던 이곳에 충청남도청과 충청남도경찰청, 충청남도교육청이 이전하고 주변이 속속 개발되면서 상전벽해의 신도시로 탈바꿈했다.

용바위 능선 데크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내포신도시

 

높이는 낮지만 용의 몸집에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용봉산(龍鳳山)이다. 최고봉(정상) 해발이 381m에 불과하고 아래에서 쳐다보면 밋밋하기 그지없어 그저그런 동네 뒷산이나 야산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올라보면 내포신도시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일 정도로 조망이 탁월하고 시각적으로 막힘이 없다. 게다가 기암기석의 바위산이어서 산세도 빼어나다. 너댓개의 봉우리를 타고 넘는 종주 산행도 4~5시간이면 충분하다.

 

■종주 산행

 

▲들머리

들머리는 크게 세 곳이다. 용봉산을 기준으로 남쪽 자락의 용봉초등학교와 북동쪽의 구룡대매표소, 그리고 동쪽의 용봉산자연휴양림이다. 이 가운데 주요 봉우리 위주로 오를 때는 용봉산자연휴양림이 좋고 4개봉을 넘어서는 종주에는 용봉초등학교와 구룡대매표소가 편리하다. 세 곳 모두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할 수 있다. 용봉자연휴양림에서 종주를 시작해도 구룡대매표소까지 둘레길로 0.6㎞를 걸어가면 되니 안될 건 없지만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으로 진행하는 종주산행의 기분을 내려면 구룡대매표소에서 출발하는 게 좋을 듯 싶다. 우리는 구룡대매표소를 종주 들머리로 삼았다.

코스는 용봉산을 바라볼 때 오른쪽(북쪽)으로 올라가 왼쪽(남쪽)으로 내려온다. 구체적으로는 구룡대매표소→병풍바위→용바위→임간휴게소→악귀봉→노적봉→최고봉(정상)→투석봉→용도사 미륵불→용봉폭포→산림휴양관→구룡대매표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홍성군 제작 지도에는 종주 산행(4.6㎞)을 하는데 3시간 30분 걸리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우리는 2시간이 더 걸렸다. 구룡대매표소 아래에는 무료 공영주차장도 있으나 입구에서 한참을 내려가야 하고 위치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 차라리 입구에서 가까운 유료주차장(3000원)을 이용하는 게 좋다.

용봉산 산행 지도

 

▲구룡대매표소~병풍바위~용바위

용봉산은 어디로 올라가든 1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구룡대매표소로 입장해 구룡대 다리를 지나면 곧바로 삼거리다. 왼쪽 계단을 따라 300m 정도 진행하면 산림휴양관이고 오른쪽은 병풍바위로 올라가는 산길과, 계곡을 따라 용봉사로 진행하는 평지길로 갈라진다. 용봉사 → 0.5㎞, 병풍바위 → 0.6㎞다. 우리는 종주에 맞게 병풍바위를 향해 올라간다. 초반 길은 전체적으로 바위산이다.

20분 정도 오르니 너른 마당바위가 나타나고 비로소 조망이 터진다. 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고 신도시답게 신축 아파트와 건물이 곳곳에 솟아있다. 곧이어 특이하게 생긴 바위가 거대 바위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블로그를 보면 하나는 거북바위, 다른 하나는 말머리뼈 바위라고 하는데 도무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지나가게 될 용봉산 곳곳에는 이처럼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많으나 일부만 이름이 있고 대부분은 이름이 없다. 각자 상상력을 발휘해 생각나는 대로 부르면 좋을 듯 싶다.

용봉산에는 벤치나 평상이 여기저기 많아 홍성군민을 위한 것이든 외지에서 찾아온 등산객을 위한 것이든 홍성군이 꽤나 공들인 것을 알 수 있다. 들머리에서 35분 정도 0.6㎞를 오르니 병풍바위 바로 아래 삼거리다. 왼쪽 용봉사까지 0.3㎞, 직진하면 용바위까지 0.3㎞다. 병풍바위 절벽 아래에서 병풍바위를 올려다보면 마치 창자가 꼬여있는 듯 복잡하고 구불구불한 모습이다. 병풍바위 위로 올라가니 위태롭게 보이는 절벽 위에서 의자바위가 오고가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 아래에 용봉사가 내려다 보인다. 의자바위에 직접 앉아보면 푹 안기는 느낌이 들면서도 절벽에서 가까워 살짝 겁이 난다. 멀리 능선 위로 용바위가 바라보이고 왼쪽으로 악귀봉과 노적봉이 우뚝하게 보이는 쉼터데크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쉼터 앞에는 돌을 쌓아올린 듯한 내남바위가 보이고 그 뒤 오른쪽으로는 예산군의 수암산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길게 이어져 있다.

의자바위와 용봉사

 

▲용바위~악귀봉~노적봉

용바위 능선은 구룡대매표소에서 0.9㎞, 병풍바위에서 0.3㎞ 올라간 곳에 있다.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100m 정도 능선을 따라 북진하면 데크 전망대다. 전망대는 충남도청과 내포신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 명소다. 데크전망대를 지나면 예산 땅의 수암산(260m)으로 이어지고 중간에 용봉산과 수암산을 나누는 안부가 있다. 거대한 군함처럼 솟은 수암산 정상 암봉에 서면 예당평야가 속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수암산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 하산하면 예산군 덕산면의 덕산온천으로 연결된다.

데크 전망대에서 용바위로 되돌아와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도무지 용이 연상되지 않는다. 이렇듯 용봉산에는 바위 생김새와 연결되지 않는 이름이 많다. 그 많은 기암에 이름을 붙이다보니 일부는 작위적이다. 용바위에서 바라보면 우리가 곧 지나게 될 악귀봉, 노적봉, 최고봉(정상) 3개봉이 연봉(連峯)으로 보인다. 용바위에서 악귀봉으로 가려면 살짝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하는데 가장 낮은 곳에 ‘임간휴게소’로 불리는 넓은 안부 쉼터가 있다. 용바위에서 0.3㎞ 거리다. 숲 한가운데 조성한 휴게소엔 평상과 벤치가 많아 많은 사람이 쉬어갈 수 있다. 임간휴게소에서는 0.36㎞ 떨어진 용봉사로도 내려갈 수 있는데 중간에 고려 초기에 조성된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보물(제355호)이니 만나고 싶었으나 오늘의 목표가 종주여서 다음으로 미루고 악귀봉을 향해 길을 떠났다.

임간휴게소에서 0.4㎞ 떨어진 악귀봉으로 올라가다가 뒤돌아보면 저 멀리 병풍바위와 용바위의 전모가 비로소 드러난다. 북쪽으로는 수덕사의 덕숭산과 용봉저수지가 보이고 그 뒤로 예산의 가야산이 긴 꼬리를 하고 있다. 악귀봉 오름길에 동물을 닮은 독특하게 생긴 바위가 서 있으나 도무지 무슨 동물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철계단을 오르면 만나는 삽살개 바위는 그런대로 비슷하다.

병풍바위

 

암봉의 협곡 위에 놓여있는 다리를 건너니 악귀봉(369m)이다. 높이는 정상보다 낮지만 조망은 용봉산 전체에서 최고이고 기암들의 집합체여서 ‘용봉산의 백미’ 소리를 듣는다. ‘작은 만물상’ 답게 정상 부근에는 동물을 닯은 기암이 많다. 물개바위는 안내판이 있어 금방 식별할 수 있으나 동물과 닮은 몇몇 바위에는 이름이 없어 나 홀로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를테면 코알라바위, 미어캣바위다. 악귀봉 서쪽 암봉 위에 백패커들에게 인기있는 전망데크가 있다. 낙조대로 불리는 그곳 바로 앞에 삐죽 솟아오른 바위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중 가장 왼쪽에 두꺼비바위가 있다. 오른쪽 끝 부근에는 안내판은 없지만 내 눈에는 미어캣이 고개를 내민 것 같은 바위가 보인다. 악귀봉의 또다른 매력은 막힘이 없는 조망이다. 병풍바위가 얼마나 멋진 곳인지도 악귀봉에 올라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악귀봉에서 노적봉(351m)까지는 0.23㎞다.

노적봉 가다가 뒤돌아본 악귀봉

 

삽살개바위(왼쪽)와 물개바위

 

악귀봉 옆 낙조대(왼쪽)와 건너편 두꺼비바위

 

▲노적봉~최고봉(정상)~투석봉

노적봉은 이름 그대로 멀리서 보면 볏가리를 쌓아놓은 듯해서 이름이 붙었다. 노적봉 정상에서 바라보면 오른쪽에 최고봉(정상)이, 왼쪽 끝에 최영장군 활터가 보인다. 노적봉에는 용봉산의 명물인 ‘옆으로 크는 소나무’가 있으나 모르고 지나쳐 두고두고 아쉽다. 수직의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줄기의 굵기는 어른 팔뚝보다는 작고 키는 어른 팔 길이 정도다. 안내판 설명에 따르면 수령이 100년이 넘는다고 한다.

노적봉에서 용봉산 최고봉(381m)까지는 0.36㎞다. 길은 다시 한번 고도를 낮추었다 암릉을 타고 솟구친다. 최고봉 오르기 100m 전에 삼거리가 있고 그곳에서 산줄기를 따라 0.3㎞ 지난 곳에 최영장군 활터가 있다. 설명에 따르면, 소년 최영이 그곳에서 5㎞ 떨어진 홍성읍의 은행정 방향으로 활을 쏜 다음 자신의 애마와 화살 중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애마와 내기를 했다가 애마가 늦은 것으로 잘못 알고 말의 목을 쳤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최영 장군이 이곳 홍북면 노은리에서 태어난 것에 착안해 이런 전설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활터에는 멋진 정자가 세워져 있고 너른평야가 시원하게 펼쳐보인다. 삼거리에서 활터까지 다녀오는데 15분 정도 걸린다.

최영 장군 활터

 

최고봉(381m)에 도착하니 들머리에서 어느덧 3시간 40분이 흘렀다. 쉬엄쉬엄 오르고 절경을 눈에 담고 멋진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최고봉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龍鳳山’을 새겨넣은 거대한 정상석이다. 최고봉에서 남쪽 투석봉(358m)까지는 완만한 능선이고 거리는 0.23㎞다. 그런데 투석봉은 딱히 개성이 없어 바로 패스다. 4개봉을 거쳤으니 이제 하산이다. 하산길은 남쪽의 백월산과 홍성읍을 바라보며 걷는 바윗길이다. 암릉을 지나면 소나무숲이다. 내려서는 도중 원두막처럼 생긴 정자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10분 정도 더 내려가니 투석봉에서 0.6㎞ 내려온 5부 능선에 위치한 삼거리다. 그곳에서 용봉초등까지는 0.6㎞이고 용봉산자연휴양림까지는 1.2㎞ 둘레길이다.

용봉산 정상석

 

▲둘레길 : 미륵불~용봉폭포~원점회귀

우리는 용봉초등학교까지 내려가지 않고 5부 능선 쯤에서 용봉폭포를 지나 산림휴양관 방향으로 이동했다. 용봉초등학교로 내려가도 원점회귀할 수 있으나 아스팔트 길인데다 멀리 도는 길이어서 대부분 삼거리에서 산림휴양관으로 가는 5부 능선의 둘레길을 선택한다. 다만 바로 둘레길에 들어서면 안된다. 삼거리에서 아래로 100m 정도 내려간 곳에 대형 미륵불이 있기 때문이다. 미륵불은 거대 바위 앞에 돌출한 자연석을 깎아 만든 8m 높이의 불상이다. 머리 부분만 선명하고 몸의 형상은 과감히 생략해 자연석을 거의 그대로 살렸다. 고려 중기 때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는데도 용봉사 위 마애여래입상 처럼 보물이 아니고 충남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눈코입은 물론 손가락 사이의 구분선(線)이 너무 명료해 최근 누군가 손을 댔기 때문이 아닐까 문화재 문외한으로 추측해본다.

미륵불(왼쪽)과 용봉사 위 마애여래입상

 

삼거리에서 동쪽의 용봉폭포와 자연휴양림을 거쳐 구룡대매표소로 원점회귀하려면 5부 능선쯤에 조성한 둘레길을 걸어야 한다. 다만 이곳 둘레길 대부분이 평지에 흙길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흙길은 일부이고 살짝 오르내리는 너덜길이나 데크길이 의외로 많다. 조망처도 많지 않다. 그래도 이 길이 좋은 것은 나름 호젓한 산길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용봉폭포 사진은 못찍었는데 봄 가뭄으로 물이 하나도 없어 도무지 폭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험 안내가 많은 것으로 미루어 순탄하지도 않다. 재수없으면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갈 수도 있다. 사실상 막바지인 산림휴양관에 도착했으나 그곳에서 구룡대매표소로 가는 길 안내가 부실해 헷갈린다. 산림휴양관 바로 앞 능선을 따라 올라가다가 왼쪽으로 숲속의집이 보이면 나무계단을 따라 100m 정도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오른쪽 방향이 구룡대매표소로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구룡대매표소로 돌아오니 오후 6시 30분이다. 4.6㎞를 걷는데 점심 시간 포함해 5시간 40분이나 걸렸다.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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