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야기

소련 달 탐사선 ‘루나2호’, 인류최초로 달에 명중

↑ 루나 2호

 

소련이 1957년 10월 4일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하면서 유일 초강대국을 자부하던 미국의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미국은 3개월이 지난 1958년 1월 미 최초의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 겨우 체면을 차렸다. 미국은 더 나아가 달 착륙만은 소련에 앞서겠다며 1958년 한 해 동안 파이어니어 0~3호까지 4번의 무인 달 탐사선을 발사했으나 계속 실패해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파이어니어 0호(1958.8)는 발사 후 77초 만에 고도 16㎞지점에서 폭발하고, 파이어니어 1호(1958.10) 역시 달에는 이르지 못하고 관측 자료만을 지상으로 보내왔다. 11월과 12월에 발사된 2호와 3호 역시 실패로 끝났다.

미국이 파이어니어 4호 발사를 준비하던 1959년 1월 2일, 이번에는 소련이 361㎏ 무게의 소련 최초의 달 탐사선 ‘루나 1호’를 발사했다. 그러나 루나 1호는 발사 이틀 후 달로부터 5,000∼6,000㎞ 빗나가 “지구 중력권을 벗어난 최초의 물체”라는 찬사에 만족하며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최초의 태양계 인공행성이 되었다. 루나 2호는 1959년 9월 12일에 발사되어 33시간 만에 소식이 끊겼다. 그런데도 소련 과학자들은 짧게 탄식만 할 뿐 표정이 밝았다. 소식이 끊겼다는 것은 탐사선이 달에 명중했다는 것이고 이것은 루나 2호에게 부여된 달 명중 임무를 제대로 수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루나 2호는 달의 ‘맑음의 바다’에 충돌, 인류가 만든 우주선과 지구 밖 천체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라는 영예의 주인공이 되었다. 또한 달에 자기장과 방사능대가 없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하는 과학적 성취도 거뒀다.

1959년 10월 4일 발사된 루나 3호는 달 뒷면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함으로써 인류 역사 이래 누구도 보지 못한 달 뒷면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루나 우주선은 1976년까지 모두 24차례 발사되어 달에 충돌하거나 인공행성이 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달에 관한 각종 정보를 소련에 보내주었다.

 

소련의 ‘루나 2호’ 성공으로 미국은 충격에 휩싸여

루나 2호가 달에 명중하자 미국은 스푸트니크에 이어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달까지의 거리 38만㎞를 정확히 날아가 움직이는 달을 맞혔다는 것은 소련이 얼마든지 핵폭탄을 장착한 미사일을 미국 본토에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미국은 루나 1호 발사 2개월이 지나 파이어니어 4호(1959.3)와 5호(1960.3)를 발사했으나 두 번 모두 달에서 빗나가 인공행성이 되었다. 결국 미국은 무력감에 빠져 5년 동안 파이어니어 프로젝트를 연기했다.

그 기간 달 탐사 임무를 맡은 것은 레인저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레인저 1호(1961.8)부터 6호(1964.1)까지 발사하고도 월면 촬영에 실패하는 등 좌절의 연속이었다. 미국이 비로소 월면 촬영에 성공한 것은 1964년 7월에 발사되어 수천 장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낸 뒤 ‘구름의 바다’에 충돌한 레인저 7호 발사였다. 8호와 9호 역시 수천 장의 생생한 사진을 보내왔는데 특히 9호(1965.3)가 달의 표면 등을 촬영하는 모습은 TV로 생중계되어 전 세계를 흥분시켰다.

레인저 프로젝트의 마지막 우주선인 레인저 9호는 충돌하기 0.25초 전까지 수천 장의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낸 후 장렬하게 전사했다. 충돌로 TV 화면이 검게 바뀌었을 때 영국의 BBC방송은 ‘가미카제 미션(자폭 임무)’이라고 보도했다. 레인저 9호는 사람들에게 달에 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는 성공을 거뒀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이듬해 소련의 루나 9호가 미국보다 4개월 앞서 달 표면에 직접 착륙해 사진을 찍어 전송했기 때문이다.

1966년 1월 31일에 발사된 루나 9호는 2월 3일 역사상 최초로 달의 ‘폭풍우의 바다’ 표면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또다시 미국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렸다. 루나 9호의 연착륙은 소련이 역추진 로켓 분화점 기술을 극복했다는 것을 증명함과 동시에 달 표면이 딱딱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성과였다. 루나 9호가 보내온 달 표면 사진에 의하면, 달표면에는 먼지가 없고 요철이 심했으며 크고 작은 돌 모양의 물체가 산재해 있었다.

미국은 1966년 6월 2일 ‘서베이어 1호’가 달의 ‘폭풍우의 바다’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착륙 후 지구로 전송한 사진은 달 표면이 평평하며 유인 우주선 착륙에도 견딜 만큼 단단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판독한 NASA는 “폭풍우의 바다가 아폴로 달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로 적격”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1967년 11월에 발사된 ‘서베이어 6호’는 달 표면을 스친 다음 다시 떠올랐다가 재착륙하여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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