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야기

美 세계최초 통신위성 ‘텔스타 1호’ 발사

↑ 텔스타 1호

 

텔스타 1호를 이용해 처음 전송한 이미지는 AT&T사 옥상에 펄럭이는 성조기

통신위성이 등장하기 전, 대륙간 장거리 통신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해저케이블과 단파무선통신을 통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해저케이블은 막대한 시간과 노력과 경비를 들여야 하는데다 전세계에 해저케이블을 설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단파는 기상의 영향을 받아 기상이 나쁠 때는 통신장애가 생겨 안정감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위성의 첫 시도는 1960년 8월 12일 저궤도에 성공적으로 발사된 거대한 풍선이다. 이 풍선 통신위성은 전파를 거울처럼 반사만 하는 단순한 기능 때문에 ‘에코(메아리) 1호’로 불렸다. 우주공간에서 휘발성 물질에 의해 30~40m까지 팽창하는 이 풍선 위성은 알루미늄 박(箔)과 마일러라고 하는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되어 있어 제법 전파를 잘 반사했지만 수동형 통신위성이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세계 첫 통신위성은 1962년 7월 10일 새벽, 미국의 AT&T사 벨연구소와 항공우주국(NASA)이 합작해 개발하고 나사의 델타 로켓에 실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발사대에서 발사된 통신위성 ‘텔스타 1호’다. 공 모양의 위성을 집열판으로 뒤덮은 지름 88㎝, 무게 77㎏의 ‘텔스타 1호’는 저궤도인 800∼5600㎞의 타원궤도를 돌며 지구에서 쏘아올린 희미한 전파를 태양전력으로 100억배 증폭시켜 다시 지구로 전송하는 우주 상공의 중계탑 역할을 했다.

발사 후 텔스타 1호가 적정한 궤도에 안착하자 육상 기지국이 있는 메인주 앤도버 근교에 있는 대형 나팔형 안테나가 텔스타를 향해 방향을 고정했다. 그리고 몇 분 뒤 AT&T사 옥상에 펄럭이는 성조기가 미 전역의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상은 대서양 너머 영국과 프랑스의 일부 TV화면에서도 보였다. 비록 20초에 불과했지만 세계를 흥분시키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국제 TV방송의 혁명을 알리는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발사 다음날인 7월 11일 아침, 영국 지상파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쇼가 미국 시청자들에게 실시간으로 방송되었고 그날 밤에는 프랑스 배우 이브 몽탕이 파리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미국 TV에 등장했다.

본격적인 첫 방송 신호는 2주 후인 7월 23일에 전송되었다.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와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면이 유럽의 안방에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런던의 전경과 파리의 야경, 이탈리아 어부의 모습 등도 텔스타 1호를 통해 미국의 TV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에는 미국의 존슨 부통령과 미국전신전화회사(ATT) 회장 간의 첫 전화통화가 텔스타 1호를 통해 이뤄졌다.

메인주 앤도버의 육상 기지국

 

인류를 위해 실질적으로 기여한 첫 인공위성 영예 안아

텔스타 1호는 이처럼 미국과 유럽 간의 TV 전송과 다중전화 신호의 전송에 성공했으나 낮은 고도에서 2시간 36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타원궤도로 움직였기 때문에 실제 통신이 가능한 시간은 매번 20분을 넘지 못했다. 1962년 11월 23일 갑작스런 고장을 일으켰다가 그해 12월 20일 재가동되었으나 1963년 2월 21일 통신두절로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그럼에도 1957년 ‘스푸트니크 1호’ 이후 발사된 여러 위성가운데 인류를 위해 실질적으로 기여한 첫 위성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뒤를 이어 1963년 5월 7일 텔스타 2호가 좀더 높은 궤도로 발사되었다.

풍선위성이나 텔스타 1호 등의 실험은 대부분 성공적이었으나 저궤도 위성의 짧은 통신시간과 고비용의 추적장치가 문제였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정지궤도 위성이었다. 정지궤도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유명한 소설가이자 영국행성간협회 회장 아서 클라크가 1945년 10월 ‘무선 세계’라는 무선잡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발표한 적도상공 3만5786㎞에 위치한 궤도를 말한다.

클라크는 정지궤도에서는 위성의 공전주기와 지구의 자전주기가 같아 위성이 지구 상공에 계속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며 이 때문에 대륙 간 방송과 전화 중계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120도 간격으로 정지궤도에 위성을 3기만 쏘아 올린다면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라도 신호 전달이 가능해져 지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단점도 있었다. 정지궤도 위성과 지구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 위성의 송신 출력이 매우 강하고 수신 감도가 뛰어나야 통신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지궤도가 대안으로 떠오르자 1963년 2월 미국 휴즈 항공사의 ‘신콤 1호’가 정지궤도를 향해 최초로 발사되었다. 그러나 1호는 실패했다. 1963년 7월에 발사된 2호는 부분적인 성공에 그쳤다. 그러다가 1964년 8월 19일 태평양 상공에서 TV 프로그램을 전송할 수 있는 ‘신콤 3호’가 세계최초로 정지궤도에 안착함으로써 그해 10월 일본 도쿄올림픽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지구촌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신콤 3호 발사 다음날인 8월 20일에는 11개국이 참여한 상업위성망 ‘인텔샛’ 컨소시움이 결성되었다. 인텔샛은 1965년 4월 인텔샛 1호 위성 ‘얼리 버드’를 대서양 정지궤도에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1967년에 태평양 상공, 1969년에 인도양 상공에 위성을 쏘아올려 클라크의 공상을 24년 만에 실현시켰다. 1969년 7월의 아폴로 11호 달 착륙 모습이 전세계에 위성으로 생중계될 수 있었던 것도 인텔샛의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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