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야기

아프리카 기아 난민 돕기 위한 ‘라이브 에이드(Live Aid)’ 콘서트

↑ 1985년 7월 13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장면

 

1984년 어느날,  TV를 보던 아일랜드 록 가수 밥 겔도프가 자신의 가슴을 쳐

1982년부터 수년간 계속된 20세기 최악의 가뭄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면서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밭에는 곡물을 심을 수 없었고 우물에는 먹을 물이 없었다. 이미 10년 전 가뭄으로 수십만 명의 아사자를 냈는데도 또다시 재앙이 아프리카를 엄습, 아프리카인 5억 명 중 1억5000만 명을 기아로 내몰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정 불안과 반정부 게릴라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우익이든 좌익이든 보급로를 장악한 반군들은 구호양곡의 수송을 방해했고, 이로 인해 아프리카는 더욱 참혹한 상태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에티오피아가 가장 비극적이었다. 10년 전 가뭄으로 20만 명의 아사자를 낸 에티오피아는 그때의 참극이 원인이 되어 셀라시에 황제가 쫓겨나고 사회주의 국가가 수립되었으나 나아지기는커녕 사태가 더욱 악화되었다.

서방국가들은 사회주의 국가 에티오피아에 투자하길 꺼렸고, 이 때문에 농촌은 자연재해에 무방비한 미개발 상태에 머물렀다. 소련은 무기만 지원했고, 에티오피아 정부는 25만 명의 상비병력을 유지하는 데 국가 예산의 40%를 쏟아부었다. 결국 1985년 6월까지 200만 명의 아사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 아프리카에서 에티오피아에서만 1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아프리카의 비극은 1984년부터 전 세계 언론에 소개되었다.

1984년 11월 어느날, TV를 보던 아일랜드 록 가수 밥 겔도프가 가슴을 쳤다. TV에는 에티오피아 난민의 참담한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겔도프는 곧바로 음악계 친구들에게 특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영국 최고의 인기 팝스타들이 영국의 작은 도시 노팅힐의 한 스튜디오에 모인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보이 조지, 듀란 듀란, 조지 마이클 등 36명의 스타들은 그 자리에서 ‘밴드 에이드(Band Aid)’를 결성하고 ‘Do they know it’s a Christmas?(그들이 크리스마스를 알까요?)’를 녹음했다. 노래가 영국 차트 1위에 오르고 수백만 장이 팔리자 미국 팝스타들의 마음도 꿈틀거렸다.

 

팝음악이 시대정신의 산물임을 보여준 현장의 승리

미국의 팝스타들을 끌어모으는 데 팔을 걷어붙인 인물은 가수이자 사회운동가인 해리 벨러폰티였다. 팝스타 50여 명이 뜻을 같이하겠다며 자선그룹 ‘USA for Africa’를 결성했다. 하지만 빡빡한 개인 일정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1985년 1월 28일에 있을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시상식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시상식이 끝나고 밤새 뒤풀이 파티를 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날만은 달랐다.

스티비 원더, 티나 터너, 다이애나 로스, 신디 로퍼, 케니 로저스, 빌리 조엘 등 쟁쟁한 음악 스타들이 그날 밤 할리우드의 A&M 스튜디오로 비밀리에 모였다. 그렇게 모인 50여 명은 밤늦게까지 마이클 잭슨이 작사하고 라이어넬 리치가 작곡한 역사적인 노래 ‘We are the world’를 녹음했다. 싱글 음반에 담겨 1985년 3월 7일 발매된 노래는 엄청난 인기와 찬사를 누리며 미국 차트에서 4주간 정상을 차지했다. 세계적으로 2000만 장이 판매되면서 1980년대 최다판매 싱글 음반이 되었다.

1985년 6월, 음반 판매 수익으로 구입한 음식, 비타민, 약품, 의류 등을 실은 대형 화물기가 미국으로부터 에티오피아로 날아갔다. 노래 한 곡으로 아프리카에 지원된 물자의 누계는 총 6300만 달러(약 713억 원)어치에 달했다. 노래 한 곡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실제 사례가 된 셈이다. 1985년 7월 13일, 민족과 국경을 초월한 인류애가 노래의 대합창으로 지구촌에 울려 퍼졌다. 아프리카 기아 난민 돕기 자선운동의 결정판인 초대형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가 영국과 미국 두 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경쟁 상대이던 영국과 미국의 아티스트들은 이날만큼은 손을 잡고 마음을 합쳤다.

콘서트는 세계 유명가수 200여 명이 출연한 가운데 16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7만 2000여 명이 운집한 영국 런던의 웸블리 구장에서는 폴 매카트니, 마돈나, 비치 보이스 등이 열창으로 관중을 매료시켰다. 9만 명이 운집한 미국 필라델피아의 존 F 케네디 스타디움에는 조앤 바에즈, 밥 딜런, 에릭 클랩튼 등이 출연해 팬들을 황홀경에 빠뜨렸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필 콜린스의 출연이었다. 영국의 웸블리 구장에서 초반 공연을 마친 콜린스는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1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미국 무대에 올라 팬들에게 깜짝쇼를 선사했다.

16개의 인공위성에 실려 전 세계 약 160개 국에서 동시 또는 녹화로 중계된 공연은 세계 20억 인구가 시청했다. 모금액은 예상액 1200만 달러의 4배가 넘는 5300만 달러나 되었다. 팝음악계 사상 일찍이 없었던 ‘사상 최대의 빅 이벤트’였고, 팝음악이 시대정신의 산물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 현장의 승리였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비극은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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