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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국립공원] 토왕성폭포, 하늘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듯 신비롭고 웅장 

↑ 전망대에서 바라본 토왕성폭포.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물이 말라있다.

 

by 김지지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5.6㎞ 거리에 3시간

☞ 탐방지원센터 →(2.4㎞)← 비룡폭포 →(0.4㎞)← 토왕성폭포전망대 →(2.8㎞)← 탐방지원센터

 

육담폭포와 비룡폭포, 다른 산에 있다면 그 자체로 멋진 폭포

설악산 토왕성폭포는 우리나라 폭포 중 가장 길다. 설악산 매표소를 통과해 토왕성폭포로 가려면 권금성 케이블카 터미널 직전 왼쪽의 쌍천을 가로지르는 비룡교를 건넌다. 이후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쌍천을 옆에 끼고 숲길을 30분쯤 걸어가면 널찍한 공터가 나오고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조금만 더 걸어올라가면 곧 토왕골이다. 숲길은 유순하고 평탄하다. 금강소나무를 비롯한 아름드리 상록수와 활엽수가 적당히 섞여 있고, 숲에서 내뿜는 나무와 흙 내음에 머리까지 맑아진다. 뒤이어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골짜기 안으로 들어서면 양옆으로 바위벼랑을 이룬 토왕골로 진입한다.

토왕성폭포와 울산바위 지도

 

비룡교를 기점으로 1.8㎞ 정도 걸어가면 육담폭포다. 직하 폭포가 아니라 ‘S’자 형태로 꺾여 흘러내린다. 웅장하기보다는 수려하다. 6개 폭포가 확연히 구분되진 않지만, 경사가 완만한 폭포 아래마다 작은 담이 있다. 계곡 위쪽을 바라보면 육담폭포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육담교)가 계곡의 일부인 양 자연스럽다. 2014년 7월 개통되었는데 이 다리 덕분에 토왕성폭포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출렁다리와 육담폭포 일부

 

육담폭포 지점부터는 본격적으로 악산이다. 육담폭포에서 400m를 오르면 단순하면서도 자연미가 빼어난 16m 높이의 비룡폭이다. 폭포 아래 사는 용에게 처녀를 바치자 용이 승천했고 가뭄을 면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두 폭포는 토왕성폭포 때문에 경유지처럼 느껴지지만 다른 산에 홀로 있다면 그 자체로 인정받을만한 멋진 폭포다.

비룡폭포

 

비룡폭포에서 토왕성폭포까지는 400m 급경사다. 데크 계단만 900개다. 100m가 길게 느껴질 정도로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는다. 400m를 올라가는데 20분이 걸렸다. 보통은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토왕성폭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노적봉 중턱의 전망대에 다다르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전망대에 서면 길다란 토왕성폭포와 주변의 기암들로 이뤄진 웅대한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토왕성폭포는 2013년 지정 명승 제96호, 2011년 국립공원 100경 중 하나로 지정되었다.

토왕성폭포 (출처 국립공원관리공단)

 

토왕성폭포, 해발은 790m, 높이는 320m인 3단 연폭

토왕성폭포는 화채봉(1350m)에서 흘러 칠성봉(1077m)을 끼고 돈 뒤 수직으로 물줄기를 떨군다. 해발고도는 790m이고 폭포 높이는 320m로 3단 연폭이다. 수직의 상단(150m), 완경사의 중단(80m) 그리고 또다시 하단(90m) 수직폭포가 한줄기로 이어져 내려와 하늘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듯 신비롭고 웅장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폭포 물줄기는 비룡폭포, 육담폭포, 쌍천을 지나 동해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물이 말라있기 때문이다.

일년 중 며칠이나 물줄기를 볼 수 있을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연구한 결과가 있다. 일강우량이 100㎜는 넘어야 장쾌한 모습의 물줄기를 볼 수 있다고 보고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일(日)단위로 강우에 의한 토왕성폭포의 일유량을 계산해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를 볼 수 있는 날을 연간 8일 정도로 추정했다. 일강우량이 30㎜ 이라면 약한 물줄기라도 볼 수 있는데 연간 55일 정도다.

18세기 말 단원 김홍도가 정조의 어명으로 금강산 및 관동팔경 사생여행길에 나섰다가 토왕폭의 멋진 풍경에 반해 그림으로 남겼다. ‘김홍도 필 60폭 금강산화첩’ 5권 중 2권의 8번째 그림이다. 폭포 오른쪽은 노적봉, 왼쪽은 선녀봉을, 그림 맨 오른쪽은 지금 케이블카가 운행하는 권금성 부근을 연상시킨다.

단원 김홍도가 그린 ‘토왕폭’

 

토왕성폭포는 1970년 설악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낙석이 잦고 사고 위험이 큰 비룡폭포 위쪽의 출입을 금지시켜 일반 탐승객들과는 멀어졌다. 그래서 그동안 토왕성폭포를 볼 수 있는 특권은 노적봉에 오른 사람에게만 주어졌다. 다행히 2015년 12월 토왕성폭포 전망대가 만들어져 이제는 누구나 토왕폭의 전모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전망대에서 토왕성 쪽 기암괴봉을 사진으로 찍어 가족 단톡에 올리니 조카 진영이가 “스테고 사우루스 공룡을 닮았다”며 이미지를 보내왔는데 정말 비슷했다. 설악동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니 오후 6시다. 벌써 날이 깜깜해져 낮에는 그렇게 많던 관광객이 모두 사라져 썰렁하다. 나름 고생을 했으니 배를 채워야겠다. 1년 전 가봤던 속초 대포항 북쪽의 외옹치항의 횟집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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