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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국립공원 절골을 걷다] “깎아 세운 암벽들이 좌우병풍처럼 들어서 ‘십리돌병풍’을 만들고, 구름과 물을 벗 삼아 걷는 ‘운수동천(雲水洞天)’”이지요

↑ 주왕산 절골의 가을단풍 모습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13㎞ 거리에 7시간 정도

☞ 절골분소 →(3.5㎞)← 대문다리 →(2.0㎞)← 가메봉사거리 →(0.2㎞)← 가메봉 →(1.5㎞)← 큰골상류 →(2.6㎞)← 용연폭포 →(1.1㎞)← 용추폭포 →(2.2㎞)← 대전사

 

by 김지지

 

고교 동창인 동정 부부와 우리 부부가 경북 청송의 주왕산에 오른 것은 2021년 10월 3일이다. 이번 산행지는 누구나 한번은 다녀왔을 법한, 나 역시 3년 전 다녀온 메인 코스(상의탐방지원센터~주방계곡·주봉)가 아닌, 비교적 인적이 드문 절골 코스다. 주왕산의 뒷산이자 속살로 불리는 절골을 지나 가메봉에 오른 뒤 주방계곡을 거쳐 상의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하는 일정이다. 절골에서 혹시나 하고 가을단풍을 기대했건만 10월인데도 단풍은 아직 얼굴을 내밀지 않고 초록의 나무들만 골짜기에 가득했다. 그렇다면 이 글에 사용된 가을 사진은? 3주 후 절골을 다녀온 친구의 사진이다.

주왕산 전체 지도

 

■주왕산의 산책(散策)코스와 산행(山行)코스

 

주왕산은 곳곳에 불쑥불쑥 솟아있는 거대 암벽과 사시사철 수량 풍부한 계곡과 어우러져 누구나 선호하는 명산이다. 해서 국가가 인정하는 국립공원이면서 산림청·블랙야크·월간산이 지정한 100대 명산이다. 주왕산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주방계곡은 문화재청 지정 대한민국 명승(제9호)이기도 하다.

주왕산에서 최고 탐승지는 초입의 대전사(절)에서 용연폭포(제3폭)까지 3.4㎞를 걷는 산책구간이다. 그중 압권은 거대 암벽 사이에 깊고 좁게 패인 용추협곡과 그 암벽을 한눈에 조망하는 주봉(720m)이다. 용추협곡은 주왕산에서 최고 비경으로 꼽히고, 주봉 정상은 위압적인 주왕산의 전체 모습을 살펴보는 최적의 조망지다.

주왕산 탐승은 크게 산책코스와 산행코스로 나뉜다. 산책코스는 다시 메인코스인 주방계곡과 절골계곡으로 나뉜다. 주방계곡 길은 주왕산을 대표하는 산책길이다. 출발지는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옆 상의탐방지원센터다. 초입의 대전사에서 출발해 주방계곡 길을 따라 용추협곡과 용추폭포(제1폭), 절구폭포(제2폭)와 용연폭포(제3폭)까지 다녀오는 걷기 길이다. 정장에 구두를 신고 걸어도 무방할 정도로 길이 편하다. 왕복 7㎞ 거리에 3시간 정도 걸린다.

초입의 대전사에서 바라본 기암

 

국립공원, 100대 명산, 대한민국 명승으로 유명한 곳

주방계곡 산책길은 주왕산의 거대 암봉을 머리에 지고 간다고 할 정도로 길 양 옆으로 거대 바위들이 우뚝 솟아있다. 대표적인 암봉이 급수대, 시루봉, 학소대다. 급수대는 기암 위에서 숨어 살던 주왕(주왕산 이름의 어원이 된 전설의 왕)이 주방계곡 물을 두레박에 담아 끌어올렸다는 기암절벽이고, 학소대는 옛날 학이 살았다는 기암이다. 시루봉은 도를 닦던 승려 두 명이 득도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용추폭포는 용추협곡의 끝 지점에서 흘러내리는 3단 폭포다.

용추협곡을 지나면 숲길과 계곡길이 번갈아 이어지는데, 그 길에 2개의 2단 폭포가 더 있다. 용추폭포에서 1㎞ 올라간 지점의 숲 안쪽에 숨어있는 절구폭포와, 다시 0.4㎞를 걸어올라가면 보이는 주방천 최대 폭포인 용연폭포다. 흔히 주방계곡에서는 산책길 바로 옆에 있는 용천협곡과 용연폭포 등만 감상하지만 사실 주방계곡에는 길 안쪽으로 0.4~1.0㎞ 정도 올라가야 만나는 굴이 많다. 주왕굴, 무장굴, 연화굴 등이다. 나 역시 주방계곡을 두 번이나 오르내리면서도 들르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내 주왕산의 다음 목표는 이 굴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용추협곡(왼쪽)과 용추폭포

 

절골의 자랑은 자연 그대로 모습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산지가 지척인 것도 유인 요소다. 절골 한가운데를 걷는 절골 산책 코스는 왕복 거리가 7㎞이고 3시간 정도 소요되어 트레킹에 안성맞춤이다.

주왕산 산행코스는 크게 세 곳이다. 주봉(720m)과 장군봉(687m) 그리고 가메봉(883m) 코스다. 세 봉우리 모두 상의탐방지원센터와 연결된다. 장군봉은 초입 왼쪽으로, 주봉은 초입 오른쪽으로 오른다. 가메봉은 주봉을 거쳐 갈 수도 있지만 용연폭포 부근 후리메기 입구를 거쳐 올라가는 산꾼들이 더 많다. 어느 쪽으로 올라가든 6.7㎞ 거리다. 장군봉 코스는 대전사에서 2.3㎞ 거리의 장군봉에 오른 뒤 능선을 한 바퀴 돌아 용연폭포를 거쳐 다시 대전사로 돌아오는데 거리가 10.6㎞다. 이 구간에서 산책코스(용연폭포~대전사) 3.4㎞를 제외하면 순수 산행 거리는 7.2㎞다. 주왕산 주봉은 대전사에서 출발해 오른쪽 주봉마루길로 올라간다. 주봉에 오른 뒤에는 후리메기 삼거리~용연폭포를 거쳐 대전사로 원점회귀한다. 거리는 10㎞다. 이 코스 역시 산책코스를 빼면 산행거리는 6.6㎞다.

시루봉 모습. 왼쪽 일부만 나온 바위는 학소대다.

 

☞ 주왕산 주방계곡~주봉 코스가 궁금하다면 클릭!

 

■직접 걷고 올라본 주왕산 절골-가메봉 코스

 

▲절골 개괄

주왕산 절골 계곡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메인 입구인 상의탐방지원센터에서 택시나 승용차로 20분 정도(10㎞)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입소문을 타고 절골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주산지도 가까워 일타 쌍피다. 절골은 주방계곡처럼 화려하거나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 빼어난 경관과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탐승객도 많지 않아 호젓한 트래킹을 즐기는데 제격이다. 계곡 길인데도 거의 평지나 다름없고 곳곳에 바윗길, 오솔길, 돌다리, 나무데크 등을 설치해 걷는데 불편함이 없다.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3~4시간 정도면 남녀노소 누구나 왕복 7㎞를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계곡 끝지점(대문다리)에서 가메봉도 오를 수 있다. 다만 가을에는 탐방로 예약제를 시행하므로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에서 예약하는 것이 좋다.

절골 이름은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운수암(雲水庵)’이란 절이 계곡 안에 있었다고 해서 붙여졌다. 운수암 위치는 200년 전 청송 출신의 선비 서원모의 책 ‘주왕산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주왕산지’에 “계곡 십 리 길이 끝나는 곳에 평탄한 언덕이 하나 있으니 바로 암자가 위치한 곳”으로 기록되어 있다.

 

▲산책코스 : 절골탐방지원센터~대문다리… 왕복 7㎞에 3~4시간 걸려

우리는 절골 계곡을 지나 가메봉에 오른 뒤 내원마을터~용연폭포~대전사를 거쳐 상의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한다. 절골탐방지원센터 → (3.5㎞) ← 대문다리 →(2.2㎞)← 가메봉 →(1.4㎞)← 큰골 →(2.6㎞)← 용연폭포 →(3.4㎞)← 대전사 순으로 총거리는 13㎞ 정도다. 이 가운데 절골탐방지원센터~대문다리 구간(3.5㎞)과 큰골~용연폭포~대전사 구간(6.8㎞)이 산책코스여서 사실상 순수 산행거리는 3~4㎞ 정도다.

우리 산행의 들머리(절골탐방지원센터)와 날머리(상의탐방지원센터)가 달라 상의탐방지원센터에 주차하고 절골탐방지원센터행 택시를 호출하니 청송읍에서 출발한다며 2만 7000원을 요구한다. 다소 비싸다 싶었으나 부근에 택시가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거리와 시간은 10㎞에 20분 정도다. 절골탐방지원센터는 절골로 들어서는 1차선 좁은길 끝에 있다. 진입로도 좁지만 주차장도 협소하다. 직원 차량을 빼면 주차할 수 있는 차량은 10대가 채 안되어 보인다. 우리는 일찍 도착해 확인하지 못했지만 차량이 몰릴 경우 진입로 한참 아래 길에 주차해야 할 것 같다.

절골탐방지원센터를 통과하자마자 머리 위로 ‘구름과 물을 벗삼아 걷는 운수(雲水) 길’이라고 쓰여진 아치형 안내목이 맞는다. 길가에 세워진 설명에 따르면 깎아 세운 암벽들이 좌우병풍처럼 들어서 ‘십리돌병풍’을 만들었고 계곡의 경치가 빼어나 조선 후기 문인들이 구름과 물을 벗 삼아 걷는 이 길을 ‘운수동천(雲水洞天)’이라 불렀다”고 되어 있다. 그러면서 “조선후기 문인 권이복은 주왕산에는 산의 줄기가 갈라져 골짜기를 이룬 곳이 셋 있는데 서쪽은 월폭, 가운데는 광혈, 동쪽은 운수동(雲水洞)이라고 했다.” “십리길이 끝나는 평탄한 언덕에 운수암이 있었다고 한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절골 초입 모습

 

원시 자연 모습이 온전히 남아 있어 탐험하듯 계곡 즐기는 맛이 쏠쏠

초반에는 평평한 나무데크가 한동안 이어지다가 서서히 협곡의 속살을 보여준다. 계곡 폭은 좁아지고 바위는 거대 암벽으로 바뀐다. 기암절벽이 계곡 좌우로 길게 이어지고 울창한 숲이 풍경을 더한다. 계곡을 한 굽이 돌 때마다 색다른 비경이 펼쳐지는데 병풍을 펼쳐놓은 듯 수려하다. 수직암벽 마다 나무들이 뿌리내리고 바위마다 이끼 낀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렇듯 원시자연의 모습이 온전히 남아 있어 탐험하듯 계곡을 즐기는 맛이 쏠쏠하다. 가을 단풍철이면 온통 붉게 물들어 탐방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더구나 길을 내기 어려운 깎아지른 협곡에는 어김없이 목조다리나 나무데크 잔도를 설치해 길을 이어주고 계곡물 때문에 길이 방해받는 곳에는 돌다리나 바위담을 쌓아 길을 틔어준다.

절골탐방지원센터에서 그렇게 40분 정도 걸어가면 두 계곡이 합쳐지는 합수머리다. 신술골로 불리는 그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10여분 오르면 널따란 지형이 나오는데 그곳이 절터란다. 하지만 알림판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주왕산국립공원 측에서도 절터임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

길 따라 더 올라가면 협곡과 기암괴석은 홀연히 사라지고 얕고 천천히 흐르는 계곡물이 울창한 숲과 하나가 되어 평온한 풍경을 연출한다. 도란도란 담소하며 걸을 수 있다. 주방계곡과 절골계곡은 비슷한 듯 다르다. 둘 다 계곡이 발달했으나 규모는 주방천이 크고 넓고 깊다. 주방계곡 길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계곡을 내려다보며 걷는 길이라면, 절골은 계곡을 바로 옆에 끼고 걷는 길이다. 그래서 절골은 계곡 물에 손을 담그고 탁족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 여름철에는 언제든 계곡으로 뛰어들 수도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반대로 주방계곡은 절골보다 크고 깊어 계곡물 소리가 명랑쾌활하고 힘차다. 절골의 이런 매력에도 주왕산 탐방의 1순위는 주방골이다. 주방골이 주식, 절골이 간식이기 때문이다. 주방골을 다녀온 사람이 절골을 찾는 것이지 주방골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절골을 우선하진 않는다.

초입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자갈로 탑을 쌓아놓은 자갈탑이 산객의 눈길을 끈다. 자갈탑에서 30분 정도 지나니 두 번째 합수머리이자 계곡 탐승의 반환점인 대문다리다. 초입에서 3.5㎞ 거리인 그곳에 ‘대문다리’라는 아치형 목조 조형물이 산객을 맞는다. 대문다리에서 오른쪽이 갈전골, 왼쪽이 가메봉 골짜기다. 탐승객은 뒤돌아 내려가고 등산객은 골짜기를 따라 다시 올라간다. 그렇게 20분 정도 0.7㎞를 올라가니 비로소 가메봉(883m) 들머리다.

절골(왼쪽)과 대문다리

 

▲산행코스 : 대문다리~가메봉~큰골… 산봉과 산릉이 파노라마로 꿈틀거려

계곡에서 가메봉까지는 1.5㎞ 거리다. 고도는 400m 정도 올려야 한다. 길이 가팔라 다소 힘이 들긴 해도 아주 급경사가 아니고 험산이 아니어서 쉬엄쉬엄 오를만하다. 30분 정도 오르면 <삼성굴 100미터>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오래전 임진왜란 때 임씨, 조씨, 김씨 성의 세 사람이 피란한 굴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방향 가리키는대로 오른쪽 계곡 쪽으로 들어가봤으나 찾지 못하고 허탕만 쳤다. 가메봉 정상에 오르려면 정상 200m 아래 안부(가메봉 사거리 갈림길)를 지나야 한다. 골짜기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안부는 가메봉, 절골탐방지원센터, 큰골(내원암터), 왕거암(907m)으로 갈 수 있는 사거리 갈림길이다. 안부에서 급경사 길을 10분 정도 오르니 마침내 가메봉이다. 정상은 열댓 명이 설 수 있는 대형바위다. 사방이 트여있어 크고작은 주변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산봉과 산릉이 파노라마로 꿈틀거린다.

가메봉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의 산봉과 산릉

 

가메봉에서 하산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가메봉 → 가메봉 갈림길 → 후리메기 삼거리 →후리메기 입구 → 대전사가 한 길이고, 방금 올라온 안부(가메봉 사거리) → 큰골 → 내원마을터 → 용연폭포 → 대전사가 다른 길이다. 가메봉은 3.7㎞ 떨어진 주왕산 주봉과도 이어진다. 우리는 가메봉에서 안부를 거쳐 큰골로 내려와 내원마을터와 용연폭포를 지나 대전사로 하산한다. 안부(가메봉 사거리)에서 큰골까지 1.3㎞는 숲속을 걷는 급경사 흙길 구간이다. 누가 주왕산 아니랄까 하산길에 아름드리 나무들까지 쭉쭉 뻗어있다.

큰골은 주방계곡 상류의 용연폭포 위 계곡 이름이다. 시골길 같은 분위기에 평지 흙길이어서 그렇게 편하고 순할 수 없다. 큰골 시작 지점에서 용연폭포까지는 2.6㎞이고 후미메기 입구까지는 0.3㎞를 더한다. 후리메기 입구부터는 주방계곡 탐방로와 겹친다. 큰골~용연폭포 중간에 내원마을터를 지난다. 내원마을은 국립공원 지정 후 사라졌지만 2005년까지는 서너가구가 살았던 전기·전화조차 없던 산골마을이었다. 내원마을터~용연폭포는 1㎞ 남짓 거리다. 용연폭포는 언제 보아도 매력적이다.

용연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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