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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여기저기] ② 숨은벽 ~ 백운동암문 ~ 북문 :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숨은벽 암릉길… 잘 알려지지 않은 조망터 두 곳도 꼭 올라가세요

↑ 암릉길(왼쪽)이 아찔하다. 오른쪽은 암릉길 옆 수직 절벽

 

by 김지지

 

☞ 내맘대로 평점(★5개 만점). 등산요소 ★★★ 관광요소 ★★★★

 

☞ 코스와 거리 : 총 8.2㎞

밤골공원지킴터 →(숨은벽 능선 2.8㎞)← 구멍바위 →(깔딱고갯길 0.9㎞)← 백운동암문 →(급경사 하산길 1.0㎞)← 갈림길 →(오름길 0.5㎞) → 북문 →(완만한 하산길 2.2㎞)← 효자동 →(둘레길 0.8㎞)← 밤골공원지킴터(원점회귀)

☞ 산행 시간(휴식 포함) : 7시간 30분

 

작년 10월 북한산 숨은벽에 두 번 올랐는데도 또 다시 숨은벽이다. 전국에 가고 싶은 산이 그리 많은데도 왜 9개월 동안 숨은벽을 세 번이나 찾아간 것일까. 원인 제공자는 고교 동창 태훈이다. 이 친구는 한때 열심히 산을 탔다. 북한산 백운대를 올라갈 때는 근육을 키우겠다며 종아리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올랐으니 참으로 무모한 친구다. 결국엔 무릎에 이상이 생겨 2년 전 무릎수술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산이 좋아 통증을 참아가며 가벼운 산에 올랐다.

그러던 중 2021년 6월 말 친구들과 전북 진안의 마이산과 순창의 용궐산에 다녀오더니 무릎에 이상이 없다며 북한산 숨은벽에 같이 오르자고 한 것이 이번 산행의 시작이다. 날자를 7월 3일로 정하고 나서 고교 동창인 영석, 종훈, 종서에게 의사를 타진하니 “Why not?”이란다. 태훈과 종훈이는 숨은벽이 처음이고 영석은 대학 1학년 때 잠시 활동했던 산악부원들을 따라 온 적은 있으나 자세한 기억은 없다고 한다.

숨은벽 주변 지도

 

■숨은벽은

 

왜 숨은벽일까.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자리잡은 거대 암벽인데도 북한산 중턱에서나 보일 뿐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자주 찾아 ‘들킨벽’이란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숨은벽은 급경사의 200m 암벽이다. 따라서 일반 등산객이 숨은벽에 오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숨은벽이 인기가 많은 것은 30~40분간 암릉을 걸으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 등 거대 암벽을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이면 백운대와 이어진 파랑새능선의 단풍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들머리는 경기도 고양시 효자동의 밤골공원지킴터다. 도로에서 안쪽으로 200~300m 들어간 곳에 있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효자2동 주차장에 내리고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북한산 밤골공원지킴터’를 검색하면 된다. 주변에 승용차 20여 대의 주차공간이 있으나 늦으면 만차가 되므로 서두르는 게 좋다. 밤골공원지킴터와 둘레길(1㎞)로 연결된 사기막골에서도 출발할 수 있다. 그곳에도 적당한 주차공간이 있다. 밤골공원지킴터 안내판이 백운대(숨은벽 경유)까지 왼쪽길로 4.3㎞, 오른쪽길로 4.1㎞임을 알려준다. 왼쪽은 능선길이고 오른쪽은 계곡길이다. 두 길은 숨은벽 아래까지 세 곳에서 합류한다.

 

■우리 산행은

 

▲밤골공원지킴터~너럭바위

8시 35분, 밤골공원지킴터에서 왼쪽 능선길로 올라간다. 한동안 완만한 흙길에 숲길이다. 숲을 기준하면 계곡길에 비할 바는 못되나 명산이라면 모름지기 조망을 빼놓을 수 없다. 숲에 가려 한동안 보이지 않던 조망이 터진 것은 산행을 시작한지 45분 정도 지나서다. 조망이라야 인수봉 뒷면이지만 그래도 산행에서 조망은 언제나 반갑다.

그곳을 지나면 곧바로 사기막공원지킴터와 밤골공원지킴터로 갈라지는 갈림길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밤골공원지킴터 → 2.2㎞, 사기막공원지킴터 → 2.1㎞, 백운대 → 2.8㎞다. 능선길 안내판에서 알아둘 것은 ‘사기막공원지킴터’는 능선길이고 ‘밤골공원지킴터’는 계곡길이라는 점이다. 이걸 잘못 이해했다가 작년 산행 때 계곡길과 능선길을 구분 못해 약간 헷갈린 적이 있다. 장맛비가 새벽에 내리다가 그쳐 기온은 높지 않다. 비구름이 하늘을 가려 뙤약볕도 없다. 그래도 장마철 습한 것은 어쩔 수 없어 온몸이 땀에 젖는다.

길이 편한지 영석과 종훈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주요 화제는 와인이다. 종훈이야 와인 업계 CEO를 지냈으니 관련 지식이 해박한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영석은 와인과 무관한 업계에 종사하는데도 아는 게 많다. 대화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칠레 미국 등 국경을 넘나든다.

들머리에서 50분 정도를 오르면 급경사 오름길의 시작이다. 바위가 미끄러워 엉금엉금 기어가는 구간도 있다. 다행히 태훈이가 뚜벅뚜벅 잘 걷는다. 태훈의 무릎 상태가 많이 좋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등산 합격증을 받은 것이다. 1주일 뒤 태훈과 충남 예산 가야산에 함께 올라갔을 때는 내가 못쫓아갈 정도로 씩씩하다. 옛날처럼 무리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산행을 시작해 50분 정도 지나면 급경사가 시작된다.

 

9시 50분 거대한 해골바위가 가로막는다. 해골바위 위로 너럭바위(또는 마당바위) 몸통이 떡하니 놓여있다. 보통은 해골바위 왼쪽으로 우회해 너럭바위로 올라간다. 그러나 1년도 안된 기간에 세 번이나 숨은벽을 찾은 나로서는 경사가 심하지만 너럭바위 몸통을 타고 올라가 바위 위로 올라가고 싶다. 너럭바위 위에 서있는 사람에게 큰소리로 물어보니 미끄럽다며 올라오지 말란다. 사실 너럭바위 몸통은 경사가 심한 슬랩이어서 나같이 짧은 다리나 보통의 등산화를 신고서는 무리다. 슬랩이란 바위 표면에 요철과 홀드(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딜 수 있는 바위나 약간 나온 부분)가 없는 매끄러운 경사 바위를 말한다.

너럭바위로 오르는 우회길 역시 바위를 지나는 길이지만 안전시설을 갖추어 놓아 위험하지는 않다. 우회하다가 왼쪽(동쪽)을 바라보면 가까이는 영장봉이, 멀리는 북한산의 효자리 계곡(사기막골 계곡)과 상장능선이 길게 뻗어있다. 우회길로 5분이면 너럭바위로 올라선다.

너럭바위에서 숨은벽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했다.

 

▲너럭바위~암릉길~전망바위

너럭바위 틈에 뿌리 내리고 질긴 목숨을 이어가는 소나무가 독야청청하다. 사시사철 불어오는 모진 비바람에 기울어 있긴 해도 전혀 기죽지 않은 늠름한 모습이다. 영석은 바위틈에 뿌리내린 나무들을 볼 때마다 감동하고 감탄한다. 고양이 한 마리가 소나무 아래에서 등산객이 주는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너럭바위에서 내려다보니 왜 해골바위인지를 비로소 알 수 있다. 바위 윗면에 2개의 구멍이 뚫려 있고 그곳에 물이 고여 있어 해골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

너럭바위는 숨은벽 능선에서 최고 조망을 자랑하는 곳이다. 너럭바위에서 보면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로 숨은벽이 솟구쳐 올라있다. 백운대 위쪽은 안보이지만 인수봉과 숨은벽은 우람하고 장엄하다. 인수봉 뒷면(북벽)은 남쪽 백운대피소에서 보이는 매끄러운 모습과 달리 울퉁불퉁 근육질이다.

뒤돌아본 너럭바위(왼쪽)와 해골바위

 

너럭바위를 지나면 바위 사이에서 무리지어 사는 송림을 지나 온통 암릉길이다. 족히 100m는 되어 보인다. 오른쪽은 깎아지른 수직 절벽이다. 안전장치가 없고 폭이 넓지도 않아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살짝 다리가 후들거리고 조심스러워진다. 암릉길을 걸으면서 나름 등산을 좋아하는 아내를 다음 기회에 모시고 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살펴봤으나 쉽지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힘이 들거나 위험해서가 아니라 겁이 많아서다. 거대 수직 절벽 위에 물개바위가 있으나 올라갈 때는 수직 절벽에 시선을 빼앗겨 보이지 않는다. 암릉을 지나 뒤돌아보니 비로소 물개바위가 보이고 그 아래로 방금 지나온 암릉길이 길게 펼쳐있다. 새삼 아찔하다.

바람골로 불리는 우측 계곡 건너편 능선은 백운대를 향해 거칠게 고도를 높이는 파랑새능선이다. 그곳의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2014년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탐방객 6000여 명을 대상으로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숨은벽 단풍이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랑받는 풍광이다. 덧붙힌다면 1위는 백운대 일출, 2위는 오봉, 3위는 인수봉, 5위는 북한산성 성곽이다.

백운대로 이어진 파랑새 능선

 

물개바위를 지나면 10분도 안돼 숨은벽의 위용을 바로 앞에서 느낄 수 있는 전망바위가 보인다. 그 바위 중간쯤에서 숨은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저 아래 너럭바위가 원경 조망터라면 이곳 전망바위는 인수봉과 숨은벽의 근육과 핏줄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근경 조망터다. 너럭바위에서 전망바위까지 암릉길은 대충 30~40분 걸리는데 사방의 풍광을 보노라면 행복감이 절로 밀려온다. 암릉길이야말로 숨은벽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까이서 살펴본 숨은벽

숨은벽을 가까이서 보니 황갈색을 띠고 있고 경사면이 매끄럽다. 암벽 아래부터 정상까지 슬랩 길이가 200m나 된다. 아래에서부터 45m 길이의 대슬랩이 눈앞에 펼쳐진다. 빨래판 슬랩이라고도 부른다. 숨은벽은 다시 20m 슬랩과 가장 난코스라는 콧잔등바위 등 4피치 구간을 지나야만 정상에 설 수 있다. 오늘은 보이지 않지만 날씨 좋은 날에는 릿지 등반으로 슬랩을 오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숨은벽 전망바위(왼쪽)와 가까이서 살펴본 숨은벽 슬랩

 

‘릿지(Ridge)’는 원래 능선을 지칭하는 용어이지만 우리나라 산꾼들에게 ‘릿지’는 바위가 많은 암릉을 뜻한다. 북한산에는 원효봉 릿지, 염초봉 릿지, 망경대 릿지, 인수봉 릿지, 숨은벽 릿지 등 여러 암릉이 뻗어 있다.  그중 숨은벽 릿지는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고 스릴과 절경을 모두 느낄 수 있어 북한산의 여러 릿지 등반 가운데 최고 인기다. 릿지 등반에 갓 입문한 산꾼들이 즐겨 찾는 곳도 숨은벽 릿지다.

그러나 일반 등산객이 숨은벽을 오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추락위험지역 출입제한> 설명문이 그곳에 있다. 요점은 안전장비 착용하고 2명 이상 이동하고 위험지역과 날씨를 살펴보라는 내용이다. 암벽등반 기술은 기본이다.

일반 등산객은 전망바위와 숨은벽 사이에 뚫려있는 구멍바위 오른쪽으로 급하게 내려갔다가 다시 급경사 깔딱고갯길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 구멍바위를 지나 150m쯤 내려서면 ‘밤골공원지킴터 2.8㎞, 백운대 1.3㎞’ 안내판이 보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35분쯤 오르면 좁은 바위틈이 보인다. 그곳을 지나가면 갑자기 세상이 확 트인다. 가까이는 영봉이 멀리는 도봉산의 봉우리들이 펼쳐있다. 조금 내려간 곳에 갈림길 안내판이 있다. 오른쪽으로 0.5㎞를 가면 백운동암문(위문) 옆으로 올라가는 백운대이고 0.1㎞를 직진하면 도선사나 영봉으로 이어지는 백운대피소다.

깔딱고갯길(왼쪽)을 오르면 좁은 바위틈이 나온다.

 

▲최고 전망터 두 곳

이 대목에서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은 두 곳의 전망터를 소개한다. 1년 사이 세 번을 다녀오는 동안 함께 숨은벽에 올랐던 10명의 친구 중 이 전망터를 아는 친구가 없는 것으로 보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임에 틀림 없다. 한 곳은 인수봉 남벽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평평한 너른바위이고 다른 한 곳은 숨은벽 꼭대기를 내려다보고 인수봉 서벽의 상단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 암봉이다.

백운대(왼쪽)와 인수봉(오른쪽) 사이 암봉. 저곳에 오르면 숨은벽 꼭대기가 내려다보인다.

 

너른바위는 좁은 바위틈에서 빠져나와 백운대피소로 내려가지 않고 인수봉 쪽으로 붙어 200m 정도 내려간 곳에 숨어있다. 이곳에도 연초록을 잃지 않고 있는 기품 넘치는 소나무들이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무엇보다 인수봉 남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주말이면 인수봉에 달라붙어있는 암벽 클라이머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남벽 오른쪽 너머에는 오봉과 자운봉·만장봉·선인봉 등 도봉산의 우뚝한 봉우리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성채를 이루고 있다. 수락산과 불암산은 물론 그 너머 알지 못하는 이름의 산들도 멋진 산그리메를 그리고 있다. 반대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와 만경대가 우뚝하게 솟아있다.

인수봉 남벽(왼쪽)과 서벽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 암봉은 위에 소개한 좁은 바위 틈을 나오자마자 왼쪽 봉우리로 5분 정도 치고 올라가면 나온다. 암봉에 서면 삐죽 튀어나온 숨은벽 꼭대기가 내려다 보인다. 평소라면 숨은벽 암벽을 타고 올라오는 암벽 클라이머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묘기를 뽐내겠지만 오늘은 비가 와서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정상 등산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인수봉 서쪽 옆구리도 가까이 보이고 클라이머들끼리 주고받는 얘기까지 뚜렷하게 들린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백운대 북사면 능선이 아래로 길게 뻗어있고 능선의 이런저런 바위들이 마치 원숭이나 코끼리 모습으로 백운대를 향해 기어오르는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숨은벽 꼭대기(왼쪽)와 엄지바위

 

▲하산길(백욷동암문~북문)

이제 하산이다.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 백운동암문(위문)을 지나 원효봉 아래 북문을 거쳐 원점회귀한다. 백운동암문은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에 위치한 성문이다. 북한산성 성문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조선 숙종 때 북한산성 성곽을 축조하면서 비상출입구로 설치한 8개 암문 중 하나다. 위문으로도 불린 것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다. 북한산성에는 8개 암문 말고도 6개 대문이 있다. 대서문, 대남문, 대동문, 대성문, 중성문, 북문이다. 가사당암문, 부암동암문, 보국문, 용암문 등은 암문이다.

백운동암문을 향해 가는데 두 여성이 멀리 만경대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전 암봉 전망터에서 한 젊은이로부터 만경대 오르는 게 어렵지 않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다음에는 필히 만경대에 올라가보리라 다짐해본다. 백운대도 올라가 숨은벽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것이다. 백운동암문을 지나자마자 급경사 하산길이다. 올라오는 등산객에게는 대표적인 깔딱고갯길이다. 하염없이 내려가다보면 왼쪽으로 노적봉이 보이고 뒤돌아보면 백운대와 만경대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과거 원효봉을 거쳐 북문에서 백운동암문으로 몇차례 오른 적이 있지만 역으로 내려가기는 처음이다.

백운동암문(왼쪽)과 암문 위에서 바라본 만경대 쪽 모습

 

평면 지도상으로 북문으로 올라가는 갈림길까지 1㎞여서 가볍게 생각했으나 막상 내려가니 엄청난 경사여서 1시간이나 걸렸다. 갈림길은 북문과 대서문(북한산탐방지원센터) 방향으로 갈라진다. 북문까지 오름길은 0.5㎞다. 완만한 고개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곳 역시 급경사다. 소나기까지 내려 미끄럽다. 힘들게 올라가고 나서야 북문이 원효봉(511m) 바로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몰랐다기 보다 잊었던 거다. 원효봉과 영취봉 사이 안부 지점인 해발 430m 지점이다. 10여년 전 여름, 친구들과 북한산 13문을 온종일 돌았던 적이 생각나 반가웠다. 북문을 출발해 영초봉 거쳐 백운대까지 올라가는 능선이 있으나 전문가들에게만 열려있을 뿐 일반인에게는 통제구간이다.

의상능선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주요 봉들. 왼쪽부터 원효봉 염초봉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

 

북문에서 효자비가 있는 곳까지 1.8㎞이고 효자비에서 밤골공원지킴터까지 1.1㎞이지만 완만한 흙길 숲길이어서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네 번째 엉덩방아를 쩠다. 배낭을 매지 않았다면 크게 다쳤을 것이다. 나만 여러번 넘어지자 친구들의 등산화 밑창이 달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비 때문에 미끄러울까봐 평소 잘 신지 않는 새 등산화를 신고왔다고 하니 등산화는 신지 않으면 경화(硬化)되어 밑창이 떨어지고 미끄럽게 된다고 한다. 등산로 출입구를 빠져나오니 밤골공원지킴터까지 가는 둘레길 1.1㎞가 기다리고 있다. 원점으로 돌아오니 영석이 자신의 GPS로 12㎞를 지났다고 하는데 지도상으로는 8~8.5㎞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갈림길에서 북문 방향 오름길와 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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