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박스

[인천농민 신형준의 ‘세상 바투보기’] ‘사실’을 숭배함… 입시 성적 평균은 여학생이 높으나 최상위층엔 남학생이 많다는 엄연한 사실을

↑ 수능 시험지

 

나는 사실에 바탕 하지 않으면 신뢰하지 않는다

비록 삼류였지만, 오랫동안 기자를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사실’을 숭배합니다. 그렇기에, 소위 ‘정치적 공정성’에 대해 때로 의구심을 갖습니다. 공정하게 보이거나 도덕적 혹은 윤리적으로 옳아 보이는 주장일지라도, 그것이 사실에 바탕 하지 않으면 신뢰하지 않습니다.

100m 혹은 마라톤 경기를 보면서 “흑인 백인 황인 간 차이는 없다. 피부색은 그저 색소 차이일 뿐이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통계적으로 본다면, ‘육체적 능력’으로 볼 때 ‘유전적 표현형’이 검은 색으로 발현된 사람들을 능가할 ‘인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인구 중 가장 많은 색깔의 사람들이 황인이지만, 100m를 10초 안에 주파한 황인은 지금까지 단 세 명만 나왔을 뿐입니다.(일본 2명, 중국 1명) 흑인은 짐 하인스가 1968년, 10초 벽을 깬 이후 막말로 ‘수두룩박죽’ 나왔음에도요. 100명이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마라톤도 동북부 아프리카 출신들이 장악한 지 꽤 됐습니다. 복싱 헤비급 챔피언을 황인이 차지하기는 지난 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정치적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 혹은 페미니즘 차원에서 볼 때 ‘피를 확 끓게 할 수도 있는’ 통계 하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작년 12월 23일, 수능 성적을 발표했습니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수능 성적을 발표하면서 이런저런 통계치와 자료를 발표합니다. 이때 남녀 성적 분포를 과목별로도 발표합니다.

수년 동안 이 통계를 지켜봤습니다. 이중 저의 관심을 끄는 것은 교육부(교육과정평가원은 교육부 소속입니다)의 발표와는 ‘결이 다른’ 통계였습니다. 교육부는 해마다 과목별 평균 성적을 발표하면서 “여성 지원자의 성적 평균이 남성보다 높다”고 이야기합니다. 100% 사실입니다.

한데요, 최상위권 성적, 예를 들면 만점자나 1등급(수능 성적은 9등급으로 나뉩니다. 상위 4% 안에 들면 1등급, 상위 4~11% 안이면 2등급 이런 식입니다.)의 남녀별 분포는 어떨까요? 2020 학년도 수능 성적을 예로 들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통계적 경향’은 매해 같았습니다.

 

남녀 간 수능 성적 평균과 최상위층 분포 비교

우선 수학부터 보겠습니다. 이과 학생들이 치르는 수학 가형의 남성 응시자는 10만 1780명, 여성 응시자는 5만2089명이었습니다. 그러면 만점(100점)을 받은 사람은 통계적으로만 본다면, 남성 2 대 여성 1의 비율로 나와야 합니다. 남성은 748명, 여성은 145명으로, 5대 1이었습니다. 98점(수능에서 원점수 99점은 국영수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1점짜리 문제가 없거든요)은 8명 대 3명, 97점은 99명 대 17명, 96점은 1806명 대 472명입니다. 남자가 4배 이상 많습니다.

에이, 수학을 잘하는 여성은 문과 수학을 쳤겠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문과 수험생이 치르는 수학 나형 통계를 그럼 볼까요? 남성은 14만 702명 여성은 17만 1960명이 치렀습니다. 만점자, 혹은 1등급에는 여성이 무조건 많아야 합니다. 100점 만점은 남성 405명 여성 256명입니다. 98점 남성 3명 여성 2명, 97점 남성 22명 여성 17명, 96점 남성 783명 여성 497명입니다. 수학의 평균 점수는 분명 여성이 더 높은데, 최상위권은 남성이 압도합니다.

에이, 수학은 그럴 수도 있지만, 국어는 그렇지 않을 거야. 남성이 수리에 강하고 여성은 언어에 강하잖아! 예, 그래서 국어를 보겠습니다. 문과나 이과의 구분 없이 치르는 국어의 경우, 남성 응시자는 24만7747명, 여성은 23만5321명입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1.053배 많습니다. 그러니 만점이든 1등급이든 통계적으로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5% 정도 더 많아야 합니다. 만점은 남성 463명, 여성 314명입니다. 남성이 1.475배 많습니다. 98점은 915명 대 614명(남성 기준 1.49배 많음. 이하 동일 기준 적용.), 97점 604명 대 481명(1.256 배), 96점 925명 대 744명(1.243 배)입니다. 그 어느 최상위권 점수대를 보든 남성이 여성보다 ’성별 분포‘ 이상으로 많습니다. 그래도 남녀별 최상위권 성적 차이가 수학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절대 평가인 영어는 성별 성적 분포를 발표하지 않기에 따질 수 없지만(영어가 절대 평가였을 때 남녀별 성적 분포를 발표했는데, 그때도 최상위권은 남성이 응시자 성별 분포 비율 이상으로 많았습니다.), 탐구 과목에서도 이런 경향은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특히 이과 학생들이 치는 과학 탐구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최상위권은 남성이 더 잘합니다.

 

국내든 세계든 마찬가지 결과

한데요, 이것이 우리나라만의 특징일까요? 아닙니다. OECD 국가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치르는 시험인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 재밌습니다. 평균은 여학생이 높은데, 최상위층은 남학생 비율이 더 높습니다. 이 시험은 읽기와 수학, 과학 3과목으로 이뤄집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저는 답을 댈 능력이 없습니다.(하긴, PISA 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최 측 역시 ‘이유’를 대지는 못하더군요.) 다만, 우리가 사실을 솔직하게 바라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남녀의 ‘차이’는 과연 없는 것일까요? 예를 조금 돌려서, 통계적으로 보면 ‘2세’를 바라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의 정도 차이는 과연 없는 것일까요? 왜 대부분의 아이들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을 때 ‘엄마’를 댈까요? 엄마가 가정주부로 아이를 더 오랫동안 돌봐서일 뿐일까요?

2세를 9개월 동안 자기 몸 안에서 길러낸 뒤 출산의 고통을 겪은 사람과, 냉정히 말해 정자를 뿌려댔을 뿐인 사람이 2세를 대하는 사랑의 차이가 과연 통계적으로 볼 때 없을까요?

지인들로부터 자녀의 대학 진학 상담을 요청받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간혹 최상위권 이과 여학생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조언합니다. “수학이나 과학 없이는 못 살겠다가 아니면, 수학이나 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학과는 가능하면 진학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나 물리학과도 갈 수 있고, 의대도 갈 수 있는 성적이라면 가능하면 의대를 가라고 말합니다.

문·이과 진로를 고민하는 극최상위권 여학생에게도 비슷하게 말합니다. ‘내가 수학 등에 정말로 굉장히 특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문과를 가서 로스쿨이나 행정고시 등을 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반전 하나. 성적이 ‘굉장히’ 좋은 편이 아니라면, 저는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이과를 가라고 권합니다.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먹고 살려면 이과 진학이 유리합니다. 세상을 감바리로만 바라보는 이런 천박함, 죄송합니다. 물론 이런 ‘꼰대적 조언’이 미래의 퀴리 부인의 탄생을 막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하여튼 ‘사실’을 통계적으로 따진다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바투보기’는
‘가까이에서 정밀하게 바라본다’는 뜻이다. 고유어 ‘바투'(두 대상이나 물체의 사이가 썩 가깝게)와 ‘보기’를 합친 필자의 造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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