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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인의 일본 산책] 규슈 후쿠오카의 ‘돈타쿠 마츠리’… 매년 200만~300만명 참가하는 840년 역사의 민속행사

↑ 전통복장을 입고 행진하는 참가자들

 

by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후쿠오카(福岡) 시의 인구는 130만 명이다. 환경이 좋아 일본 내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로 정평이 나있다. 그런데 조용하던 도시가 평소와는 달리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 대었다. 호텔 방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넘쳤다. 황금연휴를 맞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돈타쿠’라고 하는 도시 축제(祭)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 곳곳에 공연 무대가 설치되었고, 거리에는 퍼레이드가 한창이었다. 차량 정체가 드믄 이 도시에 교통 체증이 일기까지 했다. 특히 내가 묵은 하카다(博多) 역 주변에는 사람들이 들끓었다.

돈타쿠 마쓰리 퍼레이드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전통 마츠리… ‘돈타쿠’는 네덜란드어 ‘Zondag(휴일)’에서 유래

축제의 정식 이름은 ‘하카다 돈타쿠 미나토(港) 마츠리(博多どんたく港まつり)’다. 77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온 야마가사 마츠리(祇園山笠祭り)’와 함께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마츠리다. 이 축제의 어원을 보면 더욱 재미있다. 네덜란드 말인 ‘Zondag(휴일)’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황금연휴 기간인 5월 3일과 4일에 매년 열리는 이 마츠리는 후쿠오카의 잔치만이 아닌 전국적인 행사가 되어 뉴스의 중심권에 서게 되었다.

후쿠오카 사람들은 “이 축제는 84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적인 민속행사”라고 한다. 그런데 ‘58회 마츠리’라는 안내판이 궁금하여 완장을 찬 한 관리자에게 물었더니, “1962년부터 시민이 참가하는 축제가 되어 올해로 58회를 맞고 있다”고 했다. 매년 200~300개 단체, 2만~2만5000명이 퍼레이드에 참가한다. 시내 30개소에 설치되어 있는 본무대와 공연무대에는 많은 단체가 춤과 노래를 하면서 시민들을 불러 모은다. 축제에 참가한 시민은 매년 200만~300만명 정도나 된다. 때마침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30도에 가까운 무더운 날씨였지만, 땡볕에서도 마냥 즐거워하는 시민들은 박장대소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다.

가면을 쓴 행사 요원

 

지하철 회사 직원들은 표 1장으로 전 시내를 돌 수 있는 티켓을 파느라고 열을 올렸다. 1구간 보통요금의 2배 가격으로 전 시내를 돌 수 있는 티켓은 파격적인 요금이다. 모두가 시민을 위한 특별한 배려다. 황금연휴와 어린이날을 앞둔 한 시민은 “아이들과 이토록 재미있는 마츠리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후쿠오카 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어린아이와 함께 퍼레이드에도 참가할 것이라고 했다.

돈타쿠 마츠리 안내문

 

무형민속문화재의 하나인 ‘하카다마츠바야시(博多松囃子)’가 뿌리

돈타쿠(Zondag)의 어원이 네덜란드 말이라고 하지만, 이 마츠리의 기원은 국가 선택 무형민속문화재의 하나인 ‘하카다마츠바야시(博多松囃子)’이다. ‘하카다마츠바야시’라는 것은 본디 교토(京都)에서 유행한 것으로 정월에 전문 예능인이나 마을 주민들이 영주나 귀족들의 집을 방문하여 각종 연예나 피로연에서 축하 행사를 개최하였던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와나카 요시후미(岩中祥史) 씨는 ‘하카다 학(博多 學)’에서 “하카다마츠바야시(博多松囃子)의 기원은 15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그 보다도 더 앞선 400년 전에도 이러한 축제가 있었다. 이 축제는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가 1642년에 부활되었다. 그 시기는 후쿠오카 성이 구축되었던 시기다. 성주는 구로다(黑田)였다”고 서술했다. 후쿠오카 시민들이 자랑하는 것처럼 840년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마츠리라는 것을 입증하는 글이다.

이 축제도 ‘기온 야마가사 마츠리(祇園山笠祭り)’처럼 흐름을 중시한다. 야마카사(山笠)가 박진감 넘치는 남성적인 흐름이라면, 돈타쿠는 그 흐름에 예(藝)를 가미했다. 이 축제는 ‘후쿠카미류(福神流)’ ‘에비스류(惠比須流)’ ‘다이고쿠류(大黑流)’의 삼복신(三福神)과 함께 치고(稚兒: 축제 시 때때옷을 입고 행사에 참가하는 어린이)가 하카타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마츠리(祭)다. 이들의 행렬은 시내를 돌면서 축제의 흥을 돋운다. 아무튼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퍼레이드다. 200~300여 개의 단체들은 나름대로 준비해온 묘기를 펼치면서 거리를 행진한다.

‘후쿠카미류(福神流)’ ‘에비스류(惠比須流)’ ‘다이고쿠류(大黑流)’의 삼복신(三福神)이 치고(稚兒)와 함께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

 

숨어지내던 동성애자들도 거리 활보하고 다녀

시대의 흐름일까? 여러 단체 중에서 주목을 받는 행렬이 있었다. 전통적인 마츠리 행사에 동성애자들이 참가하여 거리를 활보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숨어 지내던 동성애자들이 당당하게 시민들에게 자신들을 선 보였던 것이다.

‘문화가 중요하다’의 저자 새뮤얼 헌팅턴은 로버트 에저튼의 말을 인용하여 “도시에 살든 농촌에 살든 다양한 사회 속의 인간은 공감, 친절, 사랑 등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때때로 환경의 도전을 놀라울 정도로 장악하고 또 이겨낸다. 반면에 그들은 신념, 가치, 사회적 제도 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성애자들도 환경의 도전을 이겨내고, 신념과 가치를 가진 것일까? 그들은 용감하게 행진을 했다.

문화 행사는 여러 가지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행사를 준비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협동심이 생긴다. 이러한 협동심은 업무 수행에도 도움이 됨은 물론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문화가 경제발전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있다. 막스베버는 ‘자본주의의 발흥이 본질적으로 종교에 바탕을 둔 문화적 현상이다’라고 했다. 오늘날 세계의 모든 나라가 문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경쟁력을 키우는 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일까?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대우건설과 팬택에서 30여 년 동안 홍보업무를 했다. 2008년 홍보컨설팅회사 JSI 파트너스를 창업했다. 폭넓은 일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엮어 글쓰기를 하고 있다. 저서로 <현해탄 파고(波高) 저편에> <홍보는 위기관리다> <커피, 검은 악마의 유혹>(장편소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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