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자신의 영향력 밖에 있는 섬나라 영국때문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늘 속이 탔다. 1803년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동요시키기 위해 이집트 상륙작전을 감행했으나 실패하고 자신의 함대가 1805년의 트라팔가르 해전에서까지 넬슨의 영국 함대에 대패하자 부득불 군사작전을 포기하고 영국을 고립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성공을 담보하려면 먼저 동쪽의 오스트리아와 프러시아를 수중에 넣어야 했다. 1806년 8월 1000여 년 동안 이어온 신성로마제국의 숨통을 끊어놓고, 10월에는 프로이센군을 격파하고 베를린 입성에 성공했다. 그리고 11월 21일, 나폴레옹은 영국과의 통상·통신을 금지하고 영국의 상선이 유럽 땅에 정박하지 못하도록 폴란드에서 이베리아 반도에 이르는 유럽의 전 해안을 봉쇄하는 이른바 ‘대륙봉쇄령’을 베를린에서 공포했다.
그러나 봉쇄령으로 영국보다 유럽 대륙이 오히려 더 큰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되자 유럽 각국은 영국과의 밀무역으로 어려움을 타개하려 했다. 특히 곡물과 목재를 영국에 수출하고 공산품을 수입해 경제를 꾸려 온 러시아로서는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러시아에서 밀무역이 성행하자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몰락을 자초한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