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美 페리 제독 함대, 일본 앞바다에 출현

1853년 7월 8일 오후 5시쯤, 3500t급의 증기선 ‘사스크에한나호(號)’를 기함으로 한 4척의 증기선과 범선이 일본 에도(현재의 도쿄)만 우라가항 근해에 출현했다. 일본인이 ‘흑선(黑船)’이라고 칭한 배들은 1852년 11월 미국의 노포크항을 떠나 대서양·케이프타운·인도양을 거쳐 중국 해안을 지나 220여일 만에 일본에 도착한 미국의 통상사절배였다. 배에는 페리 제독이 타고 있었고, 그는 수호조약체결을 원하는 필모어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소지하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난생 처음 보는 증기선에 혼비백산했다. 노쇠해진 막부(幕府)도 수수방관 만 할 뿐 혼란에 휩싸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논란 끝에 일본이 친서를 접수하자 페리는 도착 9일 만에 일본을 떠났다가 이듬해 초 8척의 함선을 이끌고 다시 에도만에 나타났다. 그 사이 일본은 개항을 결정하고 3월 31일 미국과 ‘가나가와(神奈川) 조약’을 체결, 하코다테와 시모다를 개항하고 미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다. 일방적인 내용이었지만 깊은 잠에 빠져있던 일본에게는 변혁의 도화선이었다. 215년 만에 쇄국을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대양으로 나가기 전 거쳐야 할 소용돌이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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