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국내 인터넷 시작

1990년 6월 1일,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의 미래를 크게 바꾸어놓을 작은 이벤트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있었다. KAIST의 전길남 교수가 ‘썬스팍1’이라는 워크스테이션급의 컴퓨터를 켜자 곧이어 국내 하나망(HANANET)과 미국 하와이 대학 간에 설치된 56Kbps 인터넷 전용선을 따라 이메일과 데이터 파일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인터넷이 국제 사회에 출생신고를 하는 순간이었다.

다만 국내 인터넷의 효시는 1982년 7월 서울대 전자계산학과와 경북 구미에 있는 한국전자기술연구소를 네트워크로 연결시켜준 SDN(System Development Network)의 출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인터넷 통신 프로토콜 TCP/IP를 이용했지만 미국과는 연결되지 않았던 국내 온라인망이었다. 1983년 8월, SDN은 네덜란드의 한 컴퓨터를 통해 유럽 전산망인 EUNET에 연결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미국망과는 접속이 안됐다. 군사적인 이유로 미국이 1986년까지 전용회선 접속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무렵 미국 하와이 대학을 중심으로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태평양지역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려는 구상이 논의되자 우리나라에서도 KAIST, 한국통신, 포항공대, ETRI 등을 중심으로 해외 인터넷에 직접 접속하는 하나망 구축 프로젝트가 논의됐다. 그 결과 1990년 3월 24일, KAIST 컴퓨터와 하와이 대학 간의 컴퓨터가 56Kbps전용망을 통해 처음 연결될 수 있었다. 우리쪽의 한 연구원은 ‘네트워크가 연결됐다(Network is connected)’는 이메일을 하와이대에 띄우며 그 순간을 감격해했다. 그러나 그날의 접속은 망과 망의 접속이 아니었다.

6월 1일, 10여개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하나망(HANAMET)이 인터넷에 직접 연결되고 이듬해 미국의 NSFNET(9월 2일 인터넷출현 참조)와 접속함으로써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개막됐다. 주로 학계나 연구기관에서만 이용되던 인터넷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상용서비스에 들어간 것은 1994년 6월 20일 한국통신이 ‘한국 인터넷(KORNET)’ 서비스를 시작하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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