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조명하 의사, 일본 천황의 장인에게 독검 던져 숨지게 한 의거 거행

1928년 5월 14일 오전 9시55분경, 무개차 한대가 대만 타이중시 다이쇼초 도서관 앞을 지나고 있었다. 차 안에는 대만 주둔 일본군을 검열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일본 천황 히로히토의 장인이자 육군 대장인 구니노미야 구니히코(久邇宮邦彦)가 타고 있었다. 차가 커브길을 도는 순간 한 청년이 군중 속에서 뛰쳐나와 차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독이 묻은 단검으로 구니노미야를 향해 힘껏 던졌다.

그러나 독검은 구니노미야의 왼쪽 어깨를 스친 뒤 운전사 등에 맞고 떨어졌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현장에서 체포된 청년은 23살의 조명하 의사였다. 1905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조의사가 독립운동에 투신하기로 결심한 것은 6·10만세운동을 겪은 뒤였다. 국내에서 독립운동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조 의사는 ‘항일을 위해서는 먼저 일본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현해탄을 건넜다. 낮에는 공장과 상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학교를 다니며 항일의 기회를 노렸으나 좀처럼 기회를 만나지 못하자 상하이 임시정부에 참여하기로 하고 일본을 떠났다.

대만은 그가 상하이로 가던 중 일시 체류하던 곳이었다. 구미노미야는 이때 입은 상처로 이듬해 1월 17일 사망하고, 조 의사는 그에 앞서 황족위해죄로 사형선고를 받아 1928년 10월 10일 “조국광복을 보지 못하고 죽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는 유언을 남기고 이국땅 대만에서 처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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