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체르노빌 원전 폭발… 20세기 역사에서 전쟁을 제외한 가장 큰 재앙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24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북쪽으로 100여㎞ 떨어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가동중인 4기 가운데 제4호기 원자로가 터빈발전기 관성운전시험 중 폭발한 것이다. 히로시마 원폭의 350배나 되는 대규모 폭발이었다. 이 폭발로 원자로에 있던 핵연료 가운데 3~4%가 공중으로 분산돼 동쪽 스칸디나비아 쪽으로 날아가 그 지역까지 오염시켰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아침이 되어서야 간밤에 체르노빌 원전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정부의 특별 지시가 없어 일상생활을 계속했다. 소련 정부가 공식적으로 폭발사고를 인정한 것은 이틀이 지난 4월 28일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건을 축소하는 데만 급급해 “체르노빌 원전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해 총 3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4월 30일이 되어서야 반경 30㎞ 이내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으나 이미 대부분의 주민이 방사능에 노출돼 죽음으로 내몰린 뒤였다. 230만 명에서 500만 명 정도가 방사능에 노출돼 최소 6500명에서 3만 명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있는 사람도 사고 후유증으로 갑상선 기능부전과 백혈병, 암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사고는 우연한 실수에서 비롯됐지만 소련의 비밀주의와 무사안일주의로 인한 늑장대처가 사고를 더욱 키웠다는 점에서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20세기 최악의 인재(人災)임에 분명하다. 그린피스는 이 날을 ‘20세기 역사에서 전쟁을 제외한 가장 큰 재앙의 날’로 정했다. 체르노빌 원전은 2000년 12월 15일 영구 폐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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