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반둥평화회의 폐막

1955년 4월 18일 아시아 23개국과 아프리카 6개국 대표들이 인도네시아 반둥에 모여 첫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를 열었다. 참가국이 속한 아시아·아프리카의 대륙 이름을 따 ‘AA 회의’라고도 하고 회의가 열린 도시 이름을 따 ‘반둥회의’라고도 불렸다. 회의는 수세기 동안 서유럽과 북미 열강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시달려온 아시아·아프리카 민중이 외세에 대한 저항을 집단적으로 선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회의를 처음 발기한 나라는 ‘콜롬보 그룹’이라 불리던 인도네시아·인도·파키스탄·스리랑카·미얀마 5개국이었다. 주최측은 남·북한을 포함, 대만·남아공·이스라엘 등 어느 한 진영에 현저하게 치우쳤거나 인종차별적인 국가를 제외한 아시아·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을 초청했다. 29개국의 국기가 휘날리는 회의장에 자리를 함께 한 320명의 사절단은 14억 명을 대표했으며 이는 당시 세계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개최국인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인류역사상 최초로 유색인들이 대륙을 넘어 회합을 가졌고 침묵하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다시 찾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는 4월 24일 ‘세계 평화와 국제협력 증진에 관한 선언’을 발표하고 폐막됐다. 보통 ‘반둥 10원칙’이라 불리는 이 선언은 비동맹과 중립주의, 상호협력 등의 정신을 담은 것으로 ‘제3세계’라는 새로운 세력의 등장을 세계에 알린 것이었다. 그러나 반둥 회의장에서 드러난 각국의 상이한 이해관계는 곧 이어 발생한 중국·인도 국경분쟁, 중·소분쟁 등으로 더욱 첨예하게 대립돼 결국 알제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2차 아시아·아프리카회의’는 무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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