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돈키호테’ 작가 세르반테스 사망

러시아의 대문호 투르게네프가 말했다. “‘돈 키호테’와 ‘햄릿’ 만큼 인간을 저돌형과 우유부단형으로 적절하게 묘사한 문학작품은 없었다”고. 공교롭게도 두 작품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와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1616년 4월 23일 같은 날 죽었다. “스페인 문학의 유일한 걸작품은 다른 모든 작품들을 조악한 것으로 만든다.” 몽테스키외의 말이다. 유일한 걸작품이란 ‘돈 키호테’였고, 소설이 출간된 1605년은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 때의 번영과 레판토 해전(1571년)의 승리로 한껏 고양됐던 스페인의 영웅적 분위기가 서서히 식어갈 때였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무적함대도 영국에 격파(1588년)되고 영토까지 점령·약탈당하면서 국가의 기운도 수명을 다한 듯 했다. 당시 아버지 세대가 영웅적이고 열광적인 분위기의 황금시대를 살았다면 아들 세대는 패배, 실망, 환멸을 경험했다. 세르반테스는 이같은 영광과 쇠퇴의 시대를 걸쳐 살았고, 자신의 자서전이자 자화상이기도 한 ‘돈 키호테’는 두 세대의 상반된 분위기가 살아있는 필치로 그려졌다.

번영의 시대(1547년)에 태어난 세르반테스 개인사에도 영광과 좌절이 교차했다. 24세에 레판토해전에 참전, 스페인의 영광스런 승리를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 행운을 얻었지만 전투 중 총에 맞아 왼손이 불구가 되고 설상가상 귀국하던 중 그가 탄 배가 알제리 해적들에 나포돼 5년동안 갤리선의 노를 젓는 노예생활을 맛봐야 했다.

그는 풀려난 뒤에도 시인으로, 구매 담당자로, 세금 징수자로 생계를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았으나 어느것 하나 성공하지 못했다.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세르반테스 개인에게도 영웅주의 시대는 끝이 났고 환멸의 시대가 찾아왔다. 다행히 그는 포로생활 때 겪었던 영웅적 모험들을 잊지 않았고 이 경험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돈 키호테’를 통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스페인의 운명과 개인의 경험은 ‘돈 키호테’에 그대로 투영돼 주인공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었다. 2002년 5월 노벨연구소가 세계 유명작가 100명에게 의뢰해 세계 문학사상 가장 훌륭한 문학작품을 선정한 결과 ‘돈 키호테’가 압도적으로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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