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레니 리펜슈탈이 연출한 베를린올림픽 기록영화 ‘올림피아’ 공개

히틀러의 49번째 생일이던 1938년 4월 20일. ‘20세기 최고의 기록영화’로 손꼽히는 레니 리펜슈탈의 ‘올림피아’가 베를린 극장에서 처음 공개됐다. 1936년 8월 1일부터 14일 동안 치러진 베를린 올림픽의 전 과정을 400㎞의 필름에 담아낸 ‘올림피아’는 미국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웬스의 멋진 육체미와 손기정 선수의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 등을 통해 인간의 몸이 얼마나 힘있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독창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1부 ‘민족의 제전’과 2부 ‘미의 제전’으로 이뤄진 다큐멘터리는 슬로 모션, 줌 인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영상을 선보여 그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베를린 올림픽을 통해 권력기반을 굳건히 하고 독일 민족의 위대함을 전 세계에 선전할 생각이었던 히틀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제작돼 ‘나치의 선전영화’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다큐멘테이션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젊은 시절 무용수와 배우로 활동했던 리펜슈탈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것은 1932년 ‘푸른 빛’을 제작하면서였다. 히틀러의 연설에 감동한 그는 곧 히틀러에게 만남을 간청했고 히틀러는 자신의 미적 환상을 충족시켜줄 적임자로 리펜슈탈을 지목했다. 1934년 뉘른베르크에서의 나치 전당대회를 기록한 ‘의지의 승리’는 다큐멘터리의 신세기를 개척했다는 평가와 함께 리펜슈탈을 최고의 영화감독 반열에 올리는데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리펜슈탈의 영광도 1945년 독일의 패망과 함께 끝이 났다. 나치 전범재판을 통해 4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평생 ‘나치’라는 멍에를 짊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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