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장훈, 일본 프로야구 데뷔

일본의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1959년 4월 10일, 고교를 갓 졸업하고 프로야구단 ‘도에이’에 입단한 19살의 장훈(1940~ )이 6번 타자로 타석에 섰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야구단 1군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대우가 극심하던 때라 큰 부담을 안고 타석에 선 장훈의 표정엔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세살 때 불장난하다 다친 오른손을 일본인 의사가 치료거부만 하지 않았던들, 이로인해 오른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붙지만 않았던들 장훈은 투수로 그 자리에 섰는지 모른다. 더구나 그는 5살 때 오사카에서 피폭까지 당해 늘 죽음의 그림자가 그를 따라다녔다. 고교 시절 왕정치와 고교 야구계를 양분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뛰어난 활약을 보인 장훈이었지만 프로야구의 벽은 역시 높았다. 개막전 첫 상대인 한큐 브레이브즈의 선발 투수가 던진 공 3개에 3진을 당한 것이다. 수비에서도 외야플라이를 머리 위로 넘기는 결정적인 실수까지 범했다. 결과는 교체였다.

그날 밤 장훈은 밤새도록 배팅 훈련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2군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초조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튿날 상대 투수는 전년도 성적 14승 4패라는 발군의 성적을 기록한 ‘한큐’의 아키모토였다. 그러나 데뷔 두 번째 타석에 선 장훈의 눈에 공이 선명하게 들어왔고 장훈은 좌중간 2루타를 날렸다. 데뷔 첫 안타였고 일본 프로야구 최다안타 기록인 3085안타의 시작이었다. 다음 타석은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 역시 23년간 기록했던 504개 홈런의 첫 출발이었다. 4타수 3안타(홈런 포함)가 그날의 기록이었다. 데뷔 첫 해 장훈은 신인왕을 수상했다. 1982년 41세로 은퇴할 때까지 기록한 7차례의 ‘수위타자’는 3085개의 안타와 함께 지금까지 일본 프로야구에서 깨지지 않는 대기록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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