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너스 리, WWW 첫 공개… 인류 역사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놓은 대혁명
‘월드와이드웹(WWW)’은 인류 역사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놓은 대혁명이었다. 혁명의 봉화를 처음 지핀 이는 팀 버너스 리(1955~ )였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1976년 옥스퍼드대 퀸스칼리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한동안 통신장비 제조사와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 다니다가 1980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계약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CERN은 20여 개 유럽 국가가 과학 발전을 위해 1953년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세운 연구기관으로 각국에서 파견된 5,000여 명의 연구원으로 늘 북적거렸다. 등록된 전화번호만 1만 개가 넘었다. 무엇보다 연구소 내부의 연구 결과는 물론 전 세계의 많은 연구원들이 보내오는 데이터의 양이 엄청났다. 하지만 데이터가 제각각 흩어져 있어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이 소비되고 심지어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일어났다.
연구소는 이 정보들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공유할 대책 마련을 위해 버너스 리에게 관련 업무를 맡겼다. 당시에도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고퍼’, ‘아키’와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으나 고퍼와 아키는 디렉토리 구조이고 키보드로 일일이 쳐서 검색하는 방식이어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버너스 리는 이런 점을 고려해 연구원들의 리스트와 컴퓨터,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개인용 웹 프로그램 ‘인콰이어'(1980)를 개발했다. 각 페이지에는 색인 카드를 두어 정보를 찾을 때 링크만 따라가면 되도록 했다. 하지만 버너스 리가 CERN과의 계약 만료로 1981년 초 CERN을 떠나면서 연구는 유야무야되었다.
중단된 연구는 버너스 리가 1984년 9월 CERN의 정식 연구원으로 복귀한 후 재개되었다. 버너스 리는 네트워크와 연구원들의 컴퓨터를 연결해 컴퓨터 기종은 물론 운영체제와 언어가 다른 시스템에서도 서로 불러올 수 있는 방식을 구상했다. 그리고 1989년 CERN 안의 컴퓨터와 CERN 밖에 있는 전 세계의 연구원 컴퓨터를 연결할 수 있는 ‘하이퍼텍스트 프로젝트’를 연구소에 제안했다. 하이퍼텍스트는 1965년 시어도어 넬슨이 처음 제기한 개념으로, 문서의 특정 자료가 다른 자료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을 때 순서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문서 형태를 말한다.
버너스 리는 1990년 11월 넥스트 컴퓨터 운영체제에서 돌아가는 최초의 그래픽 웹브라우저를 개발했다. 이 브라우저로 만든 HTML 문서를 동료 컴퓨터와 연결한 뒤 1990년 12월 25일 웹서버에서 서로 통신하는 데 성공했다. 마침내 ‘WWW’의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월드와이드웹(WWW)’은 ‘지구촌을 묶는 거미줄’이라는 뜻
버너스 리는 곧 발명품 이름을 짓는 데 고심했다. 그래서 붙인 이름이 ‘지구촌을 묶는 거미줄’이라는 뜻의 ‘월드와이드웹(WWW)’이었다. 버너스 리는 첫 작품으로 CERN의 전화부를 웹사이트에 올렸다. 하지만 당시의 웹사이트는 명령어를 키보드로 입력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웹사이트가 정보화 혁명의 첨병으로 자리 잡으려면 마우스 시대를 더 기다려야 했다.
버너스 리는 웹 소식을 하이퍼텍스트 문서로 만들어 틈틈이 텔넷 서버에 올리는 한편 인터넷 프로그램 언어(HTML), 인터넷 주소(URL), 통신규약(HTTP)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WWW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이 월드와이드웹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소프트와 소스 코드를 1991년 8월 6일 뉴스그룹 ‘alt.hypertext’에 공개했다. 이 소스 코드가 외부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세계는 WWW로 묶이는 지구촌 가족이 되었다.
CERN은 유료화를 저울질하다 버너스 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특허 출원을 포기하고 1993년 4월 30일 누구나 월드와이드웹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공표했다. 인류가 그들에게 엄청난 빚을 지는 순간이었다.
버너스 리는 WWW을 개발·보급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3월 ‘타임’지가 ‘20세기 20대 지성’을 발표할 때 아인슈타인 등과 나란히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2004년 7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고 핀란드 정부가 수여하는 제1회 밀레니엄 기술상을 받았다. 2007년 5월에는 미국의 ‘포브스’지가 선정한 ‘1950년 이후 세계를 바꾼 15인’에 이름을 올렸다.
버너스 리가 인터넷 혁명을 일으켰다면 초기에 이를 확산시킨 사람은 마크 앤드리슨이다. 그는 웹 형태의 정보를 한층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 ‘모자이크’를 개발해 무료로 공개하고 1994년 11월 짐 클라크와 함께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 1.0을 발표해 인터넷 대중화에 불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