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우리나라 최초 극영화 ‘월하의 맹서’ 상영

1923년 4월 9일, 우리나라 최초의 극영화 ‘월하의 맹서(月下의 盟誓)’가 서울 경성호텔에서 처음 상영됐다. 조선총독부 체신국이 저축을 장려할 목적으로 제작한 계몽영화이다보니 스토리는 단순했다. 주색잡기에 빠져 파산 직전에 놓인 약혼자의 빚을 대신 갚아주고 혼인을 앞둔 어느 달 밝은 밤에 미래를 다짐하며 저축할 것을 맹세한다는 내용이다.

‘대도전’ ‘흑두건’ 등 역사소설을 남긴 작가 윤백남이 연출과 대본을 맡고 그가 창단한 민중극단 단원 15명이 배우로 출연했다. 윤백남은 최초로 시나리오를 쓴 작가로도 족적을 남겼다. 여배우가 처음 영화에 등장한 것도 ‘월하의 맹서’를 주목받게 한 요인이었다. 여자가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지면 혀를 차고 눈을 흘길 때였지만 윤백남은 과감히 민중극단 단원이었던 이월화를 여주인공으로 출연시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초의 여배우 이월화는 짝사랑의 아픔을 겪어 일본에서 자살했다는 소문만 남기고 은막 뒤로 사라졌다. 영화사 전문가들은 1919년 10월 단성사에서 상영된 ‘의리적 구토(義理的 仇討)’를 한국 영화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지만, ‘의리적 구토’가 연극을 하면서 무대에서 처리하기 곤란한 야외 장면들을 영화로 비춰주는 연쇄극용 영화였기 때문에 ‘월하의 맹서’를 최초 영화로 보는 영화인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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