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아문센의 남극 탐험과 스코트의 남극 동사(凍死)

인간의 발길을 한번도 허용하지 않은 곳, 그 남극점을 향한 인간의 처절한 도전이 시작된 것은 20세기 초였다.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이 치열한 경쟁에 로알 아문센과 로버트 팰컨 스콧이라는 걸출한 두 탐험가가 달려들었다.

출발은 영국의 스콧이 빨랐다. 1910년 6월 1일 영국을 출항한 스콧은 탐험선 ‘테라 노바’의 뱃머리를 남극으로 돌렸다. 1904년에 남위 82도 17분에서 발길을 되돌린 적이 있어 스콧으로서는 두 번째 탐험이었다. 그의 조국 영국도 첫 북극점 정복을 미국에 빼앗겼던 터라 남극점 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스콧이 호주의 멜버른항에 도착했을 때 전보 한 통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극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아문센.” 노르웨이의 아문센이 ‘프람호’를 이끌고 2개월 늦게 탐험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아문센 역시 남극탐험은 두번째였다. 베테랑 탐험가 아문센의 돌연한 등장은 스콧에게는 충격이었고 위협이었다. 더구나 남극대륙에 설치한 아문센의 기지가 자신의 기지보다 110㎞나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불안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탐험의 성패와 생사를 갈라놓은 것은 스콧의 준비소홀과 아문센의 치밀성에 있었다.

1911년 10월 20일, 기지를 출발한 아문센의 탐험대 5명이 남극점을 향해 썰매를 몰았다. 52마리의 썰매견이 썰매 4대를 끌었다. 남극점까지는 직선거리로 1260㎞. 출발이 빠른데다 준비까지 철저해 순조로운 일정이었다. 12월 14일, 마침내 관측기 바늘이 90도에서 멈춰섰다. 인류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한 것이다.

아문센보다 13일 늦게 출발한 스콧은 중도에 판단착오로 설매를 끄는 말들과 개들을 돌려보내고 사람 넷이서 썰매 하나씩을 끌었다. 12월 31일에는 5명의 정예대원 만 남고 나머지는 기지로 돌아갔다. 1912년 1월 18일, 마침내 스콧도 남극점에 도달했으나 그곳에는 이미 노르웨이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통한의 눈물을 흘렸으나 이미 때는 늦었고 귀로가 문제였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추위와 굶주림으로 1명은 미쳐 죽었고 동상에 걸린 1명은 동료들에게 짐이 될까봐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했다. 스콧을 포함한 세 사람은 기지를 18㎞ 남겨두고 부둥켜안은 채 죽음을 맞았다. 1912년 3월 29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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