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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 칠갑산] ① 천장로… 천장호 출렁다리 둘러보고 등산까지 하는 대표 코스

↑ 천장호 출렁다리

 

by 김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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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사이 두 번이나 찾아간 이유는

칠갑산(561m)은 충남 청양군의 대표 산이다. 서울에서 멀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막상 가려면 승용차로 2시간 이상 걸린다. 게다가 풍광이 아주 빼어나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지난 2월과 3월, 초록 계절이 아닌데도 두 번이나 찾아갔다. 왜 그랬을까. 고교 동기들과 칠갑산을 찾아간 것은 2월 8일. 칠갑산은 처음이었다. 만족 반 아쉬움 반이었다. 천장호 출렁다리를 건너 칠갑상 정상에 오른 것은 만족이고, 천장로로 올라갔다가 같은 코스로 내려온 것은 아쉬움이다.

칠갑상 정상에서 바라본 산장로 방향

 

칠갑산 등산로는 보통은 2~3개 정도인 다른 산들과 달리 고만고만한 코스가 8개나 된다. 따라서 코스 한곳만 올라서는 칠갑산을 다녀왔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2월 8일 코스 한 곳만 경험한 것은 고교 동기 10여 명이 함께 떠난 단체등산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하산 후 충남 서산에 있는 고교 친구 집을 방문해야하므로 시간이 부족하다며 서두른 탓에 다른 코스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후 다른 코스가 계속 궁금하던 차에 3월 말쯤 서울에서 벚꽃의 꽃망울이 터지는 것을 보고 칠갑산을 다시 떠올렸다. 벚꽃길로 유명한 청양이 서울보다 남쪽이므로 서울보다는 벚꽃이 더 많이 피었을 것이고 나무들마다 연초록의 새순이 고개를 내밀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칠갑산 행을 다시 부채질한 것이다. 사실 청양의 벚꽃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포함될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길에는 벚나무 가지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벚꽃 피는 봄이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장곡사 삼거리에서 36번 국도와 만나는 주정교 삼거리까지 5.7㎞의 구간이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벚꽃길이다.

칠갑산 주변의 벚꽃길 (출처 청양군청)

 

그러나 3월 25일 아내와 함께 칠갑산에 찾아갔을 때 청양의 벚꽃은 꽃봉오리들이 고개도 내밀지 않고 있었다. 그냥 앙상한 겨울의 나목 상태 그대로였다. 나중 알고보니 청양은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아서 3~4주 정도 늦게 꽃이 핀다고 한다. 벚꽃과는 인연이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2개 코스를 더 경험하고 나니 칠갑산 전반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칠갑산이 알고 싶소

칠갑산(561m)은 전국 100대 명산 답게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세는 크지 않아도 백제의 옛 도읍지인 공주의 서쪽과 부여의 북쪽과 맞닿아 있어 역사가 깊다. 백제는 칠갑산을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여겨 이곳에서 제천의식을 행했다. 서북방의 요새 역할을 하며 나·당연합군과 36일간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칠갑산은 각각의 계절마다 나름의 풍광을 자아내지만 특히 인기있는 계절은 봄이다. 봄이면 산을 중심으로 한 바퀴 휘도는 자동차도로가 모두 벚꽃터널 길로 변하고 산자락은 온통 진달래를 피워 낸다. 등산로는 산책길을 연상케 할 만큼 순하고 정비가 잘되어 있어 가족·연인 단위로 산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칠갑산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콩밭매는 아낙네야 /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로 시작하는 ‘칠갑산’ 노래를 1989년 주병선이 노래한 후였다. 그래서 칠갑산 하면 사람들은 먼저 노래를 떠올린다. 노래의 유명세는 칠갑산 자락 어딜 가나 만나게 되는, 호미 들고 머리에 수건 두른 ‘콩밭 매는 아낙네’ 상에서 실감할 수 있다. 천문대 쪽 등산로 들머리, 천장호 출렁다리 앞, 칠갑산 옛 국도변, 장곡사 들머리 등에서 이 아낙네를 만날 수 있다.

콩밭 매는 아낙네 동상. 왼쪽은 천장호 입구에 있고 오른쪽은 칠갑광장에서 천문대로 가는 길에 있다.

 

다만 칠갑산을 두 차례 다녀온 내 느낌으로는 산세 자체는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다. 보통은 기암괴석, 고목이나 거목,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이 어우러져야 명산으로 분류하는데 칠갑산은 그런 기준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자연미 부족을 메꾼 것이 인공미다. 천장호 구름다리가 대표적인 인공미다. 결국 성형미인이라는 얘기인데 사실 칠갑산 말고도 요즘 전국의 유명 산이 인공 시설물을 설치한 덕분에 많은 등산객을 끌어들이고 있으니 여성의 성형수술이 대세이듯 인공미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칠갑산의 또 다른 매력은 편안한 능선길과 울창한 숲이다. 내가 칠갑산을 찾아간 두 번 모두 나무들은 발가벗은 나목 상태였으나 그런데도 여름철이면 숲이 무성하리라 상상하도록 나무들 가지가 많았다. 실제로 여름철 사진을 보면 그렇게 무성할 수 없다. 육산(肉山)이라 암릉미는 떨어지지만 어머니 품처럼 넉넉하고 포근하다는 것도 칠갑산의 자랑 중 하나다.

칠갑산 정상에서 보이는 산그리메 (출처 청양군청)

 

■주요 등산로는 5곳, 부속 등산로는 3곳

칠갑산의 주요 산줄기는 다섯 갈래다. 이 산줄기 능선을 이용하는 등산로는 8곳이다. 예전 청양지역 산악인들은 칠갑산 등산로가 정상을 중심으로 마치 자전거 바퀴살처럼 방사상으로 7개 코스가 전개되어 있다 해서 ‘칠갑칠로(七甲七路)’라 했다는데 칠갑산 도립공원이 소개하는 등산로는 8곳이고 내가 보아도 8곳이 맞다. 등산로 8곳 중 5곳은 주요 등산로이고 3곳은 이 등산로에 딸려 있는 부속 등산로다. 5곳은 천장로, 산장로, 장곡로, 사찰로, 도림로이고 3곳은 휴양로(중간에 사찰로와 합류), 지천로(장곡로와 합류), 칠갑로(산장로 합류)다.

출발지에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2.5㎞(도림로)~6.5㎞(휴양로) 정도이고 산행 시간은 1시간10분에서 3시간30분 정도로 다양하다. 다만 봄에는 산불예방을 위한 입산통제 구간이 있어 사전에 칠갑산도립공원사무소(041-635-7693)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삼형제봉-칠갑산 정상 코스가 대표적인 입산통제 구간이다.

코스를 간단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코스1(천장로) : 천장호→정상(3.7㎞, 1시간 30분)

▲코스2(산장로) : 칠갑산주차장→칠갑광장→자비정→정상(3㎞, 1시간 20분)

▲코스3(장곡로) : 칠갑산장승공원→삼형제봉→정상(4.8㎞, 3시간 20분)

▲코스4(사찰로) : 장곡사→정상(2.9㎞, 1시간 30분)

▲코스5(도림로) : 도림계곡 사방댐→정상(2.5㎞, 1시간 10분)

▲코스6(휴양로) : 칠갑산자연휴양림→장곡사→정상(6.5㎞, 3시간 10분)

▲코스7(지천로) : 까치네유원지→삼형제봉→정상(3.9㎞, 2시간 20분)

▲코스8(칠갑로) : 구기자타운→정상(5.1㎞, 3시간30분)

칠갑산 등산로

 

8곳 코스 중 등산객들이 즐겨 이용하는 코스는 서너 곳이다. 첫째는 칠갑산의 명물인 천장호 출렁다리를 지나는 천장로의 원점회귀 코스다. 둘째는 칠갑산장승공원에서 장곡로로 올라가 사찰로의 장곡사로 내려오는 코스다. 장곡사에서 장승공원까지가 1.3㎞의 평지길이어서 사실상 원점회귀 코스나 다름 없다. 셋째는 칠갑광장에서 산장로를 타고 정상을 거쳐 사찰로를 통해 장곡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다만 이 길은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사실 나는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른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택시를 일부러 불러 날머리에서 들머리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산의 다양한 얼굴을 접하고 산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식을 좋아한다. 3월 칠갑산도 올라갈 때는 장곡사의 사찰로를, 내려올 때는 칠갑광장의 산장로로 내려와 택시를 불러 날머리인 칠갑광장에서 들머리인 장곡사로 이동했다.

 

■천장로 : 관광(천장호 출렁다리)과 등산 겸하는 코스

천장로는 관광과 등산을 겸하는 코스다. 관광이라 함은 천장호 출렁다리가 이곳에 있어서다. 천장호는 칠갑산 아래에 있는 대형 인공저수지이고 출렁다리는 천장호를 건너는 길이 207m, 폭 1.5m, 높이 24m의 다리로 2009년 개통했다. 국내 최장을 자랑하지만 다리가 호수 바로 위를 지나 일반적인 출렁다리가 주는 아찔함과는 거리가 멀다. 출렁다리에는 구기자와 고추를 형상화 한 거대한 탑이 세워져 있다. .

주차장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0.77㎞ 거리에서는 ‘콩밭 매는 아낙네’ 동상과 청양의 또 다른 상징물 ‘청양고추’ 상이 등산객을 맞는다. 칠갑산은 가로등 장식도 고추, 다리 장식도 고추, 칠갑산 산길 안내 표지판도 고추 모양이다. 사실 매운 고추의 대명사인 청양고추는 그 이름의 유래가 경북 ‘청송’과 ‘영양’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는 게 정설이지만, 청양에선 청양산 고추 종자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하고 일반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왼쪽이 등산로이고 오른쪽이 천장호를 끼고 도는 둘레길이다. 등산 시작 전이든 후이든 둘레길을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1㎞가 채 안되는 짧은 길이지만 호변길이어서 호젓하고 운치가 있다.

천장호 둘레길

 

3.7㎞의 등산로는 시작부터 가파르다. 급경사 계단을 오르면 천장호와 출렁다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사람들이 천장호 출렁다리를 내려다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출렁다리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전망대 위로 다시 급경사 계단이 이어지고 계단이 끝나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2.4㎞의 능선길이다. 그 사이 천장호 출렁다리가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천장로는 올라가는 길보다는 내려가는 길로 많이 이용된다. 하산하면서 천장호에 드리운 출렁다리를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천장호 출렁다리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친구들이 폼을 잡고 있다.
천장호 전망대 위 데크 길에 진달래가 막 피기 시작했다.

 

정상(561m)은 사방이 활짝 열린 산꼭대기 100여 평의 평평한 터에 만들어진 헬기장이다. 북한산 사모바위 옆 헬기장과 흡사하다. 정자와 넓은 공터도 있어 쉬어가기 좋다. 그리 높지 않은데도 주변에 이보다 높은 봉우리가 없어 막힘이 없고 모든 산줄기를 내려다보고 있다. 칠갑산이 왜 자전거 바큇살이나 우산의 부챗살 모양이라고 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아득하지만 맑은 날이면 동쪽의 계룡산(845m), 북서쪽의 오서산(791m), 남서쪽의 성주산(677m) 등 충남의 내로라하는 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동쪽에서 백마강이 반짝거리며 흐른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내가 정상에 오른 시기는 조망이 그리 좋지 않은 2월과 3월이다.

칠갑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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