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美 라디오 드라마 ‘화성인의 습격’ 대소동

1938년 10월 30일 밤8시. 미국 CBS 라디오가 ‘화성인의 습격’이라는 라디오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었다. 영화배우이자 연출가였던 23세의 오손 웰스가 ‘우주 전쟁’이라는 소설을 방송용으로 제작한 가상 드라마였다. 그런데 방송 도중 갑자기 ‘임시 뉴스’가 흘러나왔다. 필립스 기자로 분(扮)한 오손 웰스가 뉴저지에 있는 한 농장에서 “화성군(軍)의 습격으로 미국 곳곳이 파괴되고 혼란에 빠졌다”고 전하는 가상 실황중계였다.

뉴스를 들은 미국인들은 방송 중에 “오손 웰스의 드라마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라고 했던 방송 멘트도 잊은 채 현실로 착각, 공포에 빠져들었다. 뉴욕에서는 수 천 명의 시민이 피난하고 뉴저지주에서는 “유독가스가 퍼졌다”며 20여 가구가 탈출을 시도했다. 피츠버그에서는 절망한 여성이 독약을 먹고 자살하기 직전 발견됐는가 하면 전투준비에 나선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미 전역은 거의 패닉 상태였다.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매스미디어 해프닝으로 기록된 이 사건은 곧 세계대전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미국인들의 막연한 전쟁 공포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실제상황으로 착각하게 할 만큼 뛰어났던 오손 웰스의 연출력이 크게 작용했다. 웰스는 이 드라마로 재능을 인정받아 ‘신동’으로 불렸고, 3년 후인 1941년에는 장차 ‘20세기 최고 영화’로 각광받게될 ‘시민 케인’을 연출·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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