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인천 무의도는 “잘 차려진 백반 상차림의 섬”] 2-① 종주산행, 호룡곡산, 소무의도 둘레길

↑ 호룡곡산 정상 데크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국사봉(우측)과 하나개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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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지

 

배낭을 챙긴 것은 2022년 12월 23일이었다. 인천 무의도의 2개 산을 종주하면서 겨울 일몰을 감상하자는 고교 동창의 꼬드김이 발단이었다. 과거 국사봉과 호룡곡산을 다른 날 다른 코스로 올라가보긴 했으나 종주 산행은 처음이어서 기대가 컸다. 산행 이틀 전, 서해에 폭설이 내리더니 산행 당일 온도가 영하 14도로 곤두박질쳤다. 바닷바람을 바로 맞아야 하는 섬인데다 저녁 산행이어서 은근히 걱정이 컸다. 다행히 무의도의 겨울바람이 견딜만 하고 일몰 후에도 쌓인 눈 덕분에 칠흑의 밤은 아니어서 무사히 내려왔다.

 

■무의도 개요

무의도는 인천공항의 영종도·용유도와 지척이다. 2019년 개통된 무의대교 덕분에 지금은 언제든 승용차로 쉽게 접근하지만 그 전만해도 여객선을 타고 건너야 했던 진짜 섬이었다. 섬 크기에 비해 구석구석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는 게 자랑이다. 대표 명소를 꼽으라면 산(山)과 해변(海邊)과 섬(島)이다. 산은 호룡곡산(244m)과 국사봉(230m), 해변은 하나개해수욕장과 실미도해수욕장, 부속섬은 소무의도와 실미도다. 여기에 데크로드를 갖춘 해변둘레길과 해상관광탐방로, 그리고 소무의도 둘레길까지 있어 산행과 트레킹에 적격이다. 그리하여 혹자는 “잘 차려진 백반 상차림의 섬”이라고 했는데 가슴에 와닿는 표현이다.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국사봉과 호룡곡산에 오르고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은 해변 뒤 능선에 조성된 둘레길을 걷는다. 바다를 좋아하는 가족이나 연인은 승용차로 하나개해변이나 실미도해변의 백사장을 걷거나 바닷물에 몸을 담근다. 국사봉 사면을 깎아 도로를 내고 건물을 지은 국립무의도자연휴양림은 예약이 쉽지 않을 정도로 수도권에서 인기가 좋다. 무의도 한자는 ‘舞衣島’다. 안개가 낀 날 배에서 바라보면 섬의 형상이 아름다운 춤사위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도 하고, 무녀가 춤을 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공통점은 춤을 추는(舞) 형상이라는 것이다.

무의도 지도

 

■산행 안내

산행은 국사봉(230m)과 호룡곡산(244m) 중 한 곳만 오르거나 두 봉우리를 잇는 종주 코스로 나뉜다. 한 곳만 오를 때는 산행 기점이 여러 곳이지만 산줄기를 걷는 종주 산행의 기점은 북쪽의 큰무리선착장과 남쪽의 광명항 두 곳이다. 종주 산행은 산에 설치된 표지판을 기준할 때 7~8㎞ 정도로 제법 길다. 다만 무의도 현지 지도상으로는 6㎞다. 이같은 거리 차이는 전국의 많은 산에서 쉽게 목격되는데 언제쯤 일치할는지 기약할 수 없어 답답하다. 거리가 길든 짧든 길이 비교적 순해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전국 어느 산이든 종주 산행이 늘 맞닥뜨리는 문제는 종착 지점에서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교통편이다. 무의도에는 택시가 없어 마을버스(무의대교~큰무리선착장~광명항)를 이용해야 하는데 배차 간격이 최대 몇십분이나 되어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수고로움은 피할 수 없다. 버스는 중간에 하나개해수욕장을 경유한다. 국사봉과 호룡곡산 중 한 곳만 오를 때는 승용차로 이동해 하나개해수욕장을 원점회귀 거점으로 삼으면 편리하다.

 

■종주 산행 : 큰무리선착장 ↔ 국사봉 ↔ 호룡곡산 ↔ 광명항

무의도 현지 산행 표지판을 기준하면 종주 산행의 구간별 거리는 무의대교 쪽 큰무리선착장 →(3.2㎞)← 국사봉 →(2.4㎞)← 호룡곡산 →(1.9㎞)← 광명항이다. 합치면 7.5㎞다. 산행 난도는 어느곳을 기점으로 삼든 비슷하다. 종주 산행은 능선의 바다 조망이 시원하고 숲길의 나무가 제법 빽빽해 나름 재미가 있다. 큰무리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산행 기점은 무의대교를 건넌 직후 만나는 회전교차로 우측 무의카페 옆이고 광명항 출발 산행 기점은 광명항 삼거리 초록카페 뒤편 흙길이다. 이 글은 큰무리선착장 출발 코스로 전개한다.

무의카페 옆에 차량 7~8대를 세울 공간이 있다. 이곳은 종주 산행의 들머리이면서 해안둘레길 1코스의 출발점이다. 문제는 이곳이 무의카페 전용 주차장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카페 주인이 양해하지만 나중에 해안둘레길이 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승용차가 몰려올 때는 카페 측에서 단속할 수도 있다. 그때는 알아서 주변 어딘가에 주차해야 한다.

무의카페 옆 종주산행 들머리

 

무의카페 옆 데크계단으로 10미터를 올라가면 곧바로 갈림길이다. 왼쪽이 국사봉 방향이고 오른쪽이 실미도 해수욕장으로 연결된 해안둘레길 1코스다. 국사봉 방향으로 15분 정도 진행하면 당산 정상이다. 오색 천이 나무에 걸려있는 것으로 미루어 ‘신성시하는 마을 근처의 산이나 언덕’을 뜻하는 당산(堂山)일 터이다. 당산 주변은 서어나무 군락지이기도 하다. 다시 10분 정도 진행하면 오른쪽 저 멀리 실미도가 내려다보이고 곧이어 아스팔트로 포장한 실미고개다. 오른쪽이 0.6㎞ 거리의 실미도이고 왼쪽이 큰무리마을이다. 아스팔트길을 건너면 표지판에 큰무리선착장 1.15㎞, 국사봉 2.03㎞로 표시되어 있다. 큰무리선착장에서 국사봉까지 3.2㎞인 셈이다. 산길이라지만 완만한 오르막이다. 길 양쪽으로는 이런저런 나무들이 도열해 있고 바닥은 부드럽다.

실미고개에서 15분 정도 진행하니 임도와 연결된 헬기장이다. 그곳에서 바라보이는 1.1㎞ 거리의 국사봉 정상이 펑퍼짐하고 산행길은 완만하다. 20분 거리에 전망데크가 있다. 오른쪽으로 저 멀리 실미도가, 왼쪽으로 하나개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인다. 다시 5분을 진행하니 마침내 국사봉(230m) 정상이다. 국사봉은 동서남북으로 탁 트인 360도 풍경 전망대다. 북쪽으로는 무의대교와 잠진도가 영종도와 이어져 있고 인천공항이 아스라하다. 남쪽으로는 호룡곡산에서 뻗어내려간 산줄기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며 바다로 줄달음친다. 그동안 일부만 보여주던 하나개해수욕장도 전체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에서는 물비늘이 반짝인다. 정상은 데크가 넓어 등산객들이 쉬어가기에 좋다. 백패커들이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국사봉 정상 전망대

 

국사봉 정상은 360도 풍경 전망대, 호룡곡산은 무의도 최고 조망터

10분 정도 머물다 효룡곡산으로 방향을 정한다. 한동안 내리막이다. 그렇게 20분을 내려가니 아스팔트 도로를 가로지르는 재빼기 구름다리다. 그 아래를 지나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0.8㎞를 내려가면 하나개해변이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비로소 호룡곡산으로 올라가는 북릉이다. 국사봉에서 1.5㎞ 걸어온 그곳에서 호룡곡산까지는 1.4㎞다. 합해서 2.9㎞인데 호룡곡산 정상에는 이 거리가 2.23㎞로 표시되어 있다. 나무계단을 따라 급사면을 20분쯤 오르면 남쪽 광명항과 소무의도가 내려다보이는 조망대쉼터다. 다시 10분 정도 진행하니 마침내 호룡곡산(244m)이다. 호랑이와 용이 싸웠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아담한 정상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데크전망대가 있다.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일몰과 일출 모두 볼 수 있다. 지나온 국사봉이 솥뚜껑처럼 보이고 왼쪽 하나개해변에서 불빛이 반짝인다. 표지판에 따르면 정상에서 국사봉이 2.23㎞, 광명항이 1.95㎞다.

재빼기 구름다리

 

호룡곡산 정상에서 하나개해변까지는 길이 두 갈래다. 하나는 신선약수와 호랑바위를 거쳐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바로 내려가는 1.7㎞ 거리의 길이다.  다른 하나는 광명항 방향 200미터 남쪽에서 바닷가로 내려가 환상의길이나 해상관광탐방로(데크로드)를 경유해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다가간다. 환상의길이나 해상관광탐방로(데크로드)를 경유하는 코스는 이 글 후편(2-②)에서 소개한다. 정상에서 광명항으로 내려가는데 늦게 출발한 탓에 해는 이미 기울고 세상의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추고 있다. 다행히 이틀전 내린 눈 덕분에 완전히 어둡지는 않다. 오후 3시에 시작한 종주 산행은 3시간이 지나 광명항에서 끝을 맺는다.

모처럼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 위해 광명항 부근의 붉은지붕 펜션에서 1박을 하는데 겉으로는 화려하고 그럴 듯해 보였으나 내부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방 바닥 일부만 따듯할 뿐 전체적으로 웃풍이 심해 두꺼운 옷을 입은 채 자야 하고 온수도 나오지 않아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이불은 가을에나 적당한 두께의 이불을 한 채 주며 두 사람이서 덮어쓰라 하고 바닥은 카페트를 깔아놓고 요 대신에 쓰라고 하니 이런 푸대접이 없다. 워낙에 추워 울며겨자먹기로 한 채에 1만원을 달라는 이불이 아쉬워 전화를 하니 밤 10시인데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호룡곡산 산행

호룡곡산은 블랙야크 BAC(블랙야크 알파인 클럽)가 정한 우리나라 ‘섬&산’ 중 한 곳이다. 들머리는 세 곳이다. 광명항, 재빼기 구름다리, 하나개해수욕장이다. 어느 코스로 올라가든 산세가 적당해 1.5㎞~2㎞만 수고하면 정상이다. 하나개해수욕장을 들머리로 삼을 경우도 등산 코스는 세 가지다. 첫째는 하나개해수욕장 뒤쪽 호룡곡산 산림욕장(자연생태관찰로 입구)에서 출발해 호랑바위와 신선약수를 거쳐 정상으로 올라간다. 1.7㎞ 거리다. 둘째는 하나개해수욕장에서 출발해 바닷가 쪽 환상의길(둘레길)이나 해상관광탐방로(데크로드)를 지나 호룡곡산으로 올라간다. 셋째는 해변에서 아스팔트 찻길로 850m 떨어진 재빼기 구름다리를 경유해 정상으로 올라간다. 어느 방향으로 올라가든 쉬엄쉬엄 1시간~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하나개해수욕장을 거점으로 한 호룡곡산 주변 산행 지도

 

이 글에서는 광명항에서 올라가 호룡곡산 정상을 밟고 해변으로 내려와 환상의길(둘레길)이나 해상관광탐방로(데크로드)를 거쳐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다가가는 코스 위주로 살펴본다. 들머리는 광명항 삼거리 초록카페 뒷길이다. 50분 정도 오르면 탁 트인 조망대다. 소무의도가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10분 정도 오르면 호룡곡산 정상과 하나개해변으로 갈라지는 봉오리재 삼거리다. 광명항에서 1.7㎞ 거리다. 표지판에 호룡곡산 정상까지 0.2㎞, 하나개유원지(왼쪽)까지 1.2㎞로 되어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하나개유원지가 아니라 하나개해변이다. 하나개유원지(해수욕장)는 해변에서 1㎞ 정도 더 가야 한다. 전체적으로 경사가 조금 있을 뿐 크게 힘들지 않다. 잠깐의 너덜바위지대를 지나면 마침내 용과 호랑이가 싸웠다는 호룡곡산(虎龍谷山, 244m) 정상이다. 봉오리재에서 7~8분, 광명항 들머리에서 1시간 10분 남짓 걸린다.

국사봉에서 바라본 호룡곡산과 하나개 해수욕장

 

호룡곡산은 블랙야크가 정한 우리나라 ‘섬&산’ 중 한 곳

정상엔 조그만 정상석만 세워져 있을 뿐 특별하지 않다. 정상의 맛을 느끼려면 바로 옆 데크전망대로 가야한다. 무의도 최고 조망터 답게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국사봉이 펑퍼짐하게 보이고 그 왼쪽으로 하나개 백사장이 길게 뻗어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사방의 섬들이 뚜렷하게 시야에 들어온다는데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어서 나는 섬 이름을 알지 못한다. 호룡곡산 정상의 표지판에 따르면 북쪽의 국사봉까지는 2.23㎞다. 정상에서 하나개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상에서 신선약수와 호랑바위를 거쳐 바로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1.7㎞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조금전 지나온 200m 떨어진 봉오리재 삼거리로 되돌아가 하나개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호룡곡산 데크전망대. 가운데가 하나개해수욕장이다.

 

해상 데크로드를 걷기위해 봉오재 삼거리를 거쳐 하나개해변으로 하산한다. 부처바위와 거북바위를 지나 해변으로 내려가는데 40여분 걸린다. 해변에서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바다 위에 놓인 데크로드(해상관광탐방로)를 걷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변 뒤 숲에 조성한 ‘환상의길’을 걷는 것이다. 환상의길은 해변에 거의 다 내려갔을 즈음 오른쪽으로 나 있다. 환상의길은 해안 절벽 위 숲길이어서 걷는 맛이 있고 바닷쪽 데크로드가 내려다보여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우리는 해변으로 내려가 해상관광탐방로(데크로드)를 걸었다. 해수욕장은 20분 거리다. 왼쪽으로는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고 오른쪽으로는 산쪽을 바라보며 걷는데 붉은빛이 감도는 해안 절벽이 압권이다. 사자바위 만물상 해식동굴 불독바위 햄버거바위 총석정 등을 확인하며 걷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무의도를 둘러보고 시간에 여유가 있으면 남쪽 소무의도를 걸어볼 것을 권한다. 소무의도는 광명항에서 소무의인도교로 연결된 작은섬이다. 무의도 본섬에서 떨어져나갔다 해서 ‘떼무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넓이(1.22㎢)는 서울 여의도 면적(2.9㎢)에 비해 2.4분의 1 수준이다. 참고로 언론이 면적을 비교할 때 주로 여의도를 기준으로 삼는데 국토부가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의도 면적은 제각각이다. 첫째는 행정구역상 여의도동 전체 면적인 8.4㎢다. 밤섬 일부도 해당된다. 둘째는 여의도 섬 자체만 가리키는 4.5㎢로 한강시민공원까지 포함된다. 셋째는 윤중로 제방 안쪽만을 뜻하는 2.9㎢로 국토부가 다른 곳의 면적을 비교할 때 주로 쓰는 면적이다.

호룡곡산 아래 조망대 쉼터에서 바라본 광명항과 소무의도

 

소무의도 산책은 본섬인 무의도와 연결된 소무의인도교에서 시작된다. 이곳이 소무의도를 한 바퀴 도는 ‘무의바다누리길’의 출발점이다. 누리길은 2.5㎞, 1시간~1시간 30분 코스의 둘레길이다. 총 8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중간중간에 스토리를 입힌 소무의 8경이 있다. 탁 트인 전망과 다양한 풍광의 해변, 숲길이 매력이다.  1구간인 소무의인도교를 지나 섬에 들어선 뒤 왼쪽 시계방향으로 2구간(마주보는길), 3구간(떼무리길), 4구간(부처깨미길), 5구간(몽여해변길), 6구간(명사의해변길), 7구간(해녀섬길)을 지나 8구간(키작은소나무길)에서 끝을 맺는다. 구간 마다 안내판이 있어 이해를 돕는다. 2구간이든 8구간이든 방향에 따라 들머리와 날머리가 될 수 있지만 보통은 ‘2구간 → 3구간 → 4구간…’ 식으로 진행한다.다만 이 글은 8구간에서 시작해 역순으로 전개한다.

소무의도 둘레길. 지도 위 오른쪽으로 2구간, 3구간으로 이어진다.

 

탁 트인 전망과 다양한 풍광의 해변, 숲길이 매력

소무의도로 진입하기 전,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소무의인도교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414m 길이, 3.8m 폭의 아치형이다. 외부인은 사람과 자전거만 건널 수 있지만 주민들은 자동차도 가능하다. 들머리인 8구간은 키작은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키작은소나무길’이다. 처음부터 급경사 데크계단이다. 곧이어 숲으로 이어지고 하도정(정자)이 세워져 있는 당산 정상이다. 들머리에서 10분 정도 걸린다. 다만 정상은 터가 좁아 시원한 맛은 없다.

소무의도 둘레길의 하도정(왼쪽)과 해녀섬

 

하도정에서부터 내리막 데크길은 해녀섬길(7구간)이다. 옛날 해녀들이 휴식을 취하던 해녀섬이 바로 앞에 있어 이름이 붙여졌다. 데크길을 거의 다 내려가면 6구간(명사의해변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휴양지였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다만 과거에는 어떨지 모르나 지금은 어수선하고 지저분하다. 썰물 때면 명사의해변(무의5경)에서 소무의인도교까지 해안이 드러나 오른쪽 해변으로 걸어갈 수 있고 중간 해변에서 장군바위(무의6경)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현지에서 살펴본 바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그것이 가능한지 묻기 위해 소무의도관광안내소에 전화를 걸어봤으나 좀처럼 전화를 받지 않는다. 장군바위는 안개 낀 날 섬으로 들어오던 왜구들이 거구의 장군으로 착각해 도망을 쳤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명사의해변을 지나 다시 데크길로 올라가면 5구간(몽여해변길)이 시작된다. 초입에 ‘몽여’ 안내판이 서 있다. 물밑에 있는 두 개의 바윗돌이라는 순수 우리말로 바닷물이 빠지면 두 개의 바윗돌이 드러난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실제로 앞쪽 바다에 두 개 바윗돌이 보인다. 몽여해변길 오른쪽으로 자갈로 이뤄진 몽여해수욕장이 길게 뻗어있고 왼쪽은 마을이다. 해수욕장 답게 카페와 음식점이 즐비하다. SBS ‘불타는 청춘’ 촬영지로 오드리 헵번을 테마로 한 티파니 카페, 소무의도 주민의 삶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섬 이야기 박물관’ 등이 여행객에게 손짓을 한다.

해변을 다 지나 살짝 오르면 4구간(부처깨미길)이다. 과거 섬 주민들이 마을 당제를 지냈다는 신성한 곳이다. 부처깨미(무의3경) 전망대에 이곳이 똬리를 튼 뱀의 머리에 해당한다고 풀어 써 놓았다. 뒤이어 절벽 위 평지를 걷는 3구간(떼무리길)이 이어지고 뒤이어 본섬과 마주본다고 해서 마주보는길(2구간)이다. 원점회귀하니 대충 1시간이 걸렸다. 여유롭게 감상하며 걷는다면 20~30분을 더하면 된다.

소무의도 몽여해변길

 

■무의도 세렝게티

무의도를 네 차례나 다녀와 이 글을 쓰려고 관련 글을 찾아보는데 ‘무의도 세렝게티’라는 생소한 단어가 드문드문 보인다. 알고보니 최근 수도권 백패킹 성지로 떠오른 남쪽 끝의 은밀한 바닷가 야영 터다. 지자체에서 세운 공식적인 야영장이 아닌, 백패킹 마니아들의 입소문으로 스타가 된 장소다. 광명항에서 남쪽 해변을 따라가면 닿을 수 있지만 해변길이 마땅치 않다. 결국 호룡곡산을 향해 오르다가 왼쪽 해변으로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세렝게티는 광명항 삼거리 초록카페 뒤편 흙길이 입구다. 호룡곡산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가 왼쪽 해안선 숲길로 2.5㎞를 40~50분 걸어가야 닿는다. 별도의 이정표가 없지만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선명해 길찾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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