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땅 구석구석

강화도 앞 석모도의 해명산~상봉산 종주길… 서해바다가 한 눈에 펼쳐지는 조망바위 널려 있고 온갖 형상의 바위 많아 산행 재미가 쏠쏠

↑ 상봉산 정상. 한  등산객이 서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by 김지지

 

▲석모도로 떠나보자

석모도는 강화도 서쪽 바로 앞 섬이다. 2017년 6월 두 섬을 잇는 석모대교가 개통하면서 사실상 뭍으로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섬의 정체성까지 없어진 건 아니다. 한번 섬은 영원한 섬인 법이다. 다리 길이가 1.41㎞이니 두 섬 간 거리도 대충 그 정도일 것이다.

다리가 개통한 다음 해 여름,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석모도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해명산~상봉산 종주산행을 시도했으나 등산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한 동료의 “기브 업(Give Up)!” 선언으로 산행이 보문사 뒤쪽 어디에선가 중단된 적이 있다. 그후 석모도 종주가 한번은 풀어야 할 숙제처럼 느껴졌으나 이상하게 인연이 닿지 않았다. 어쩌면 서울에서 가까워 언제든 다녀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차일피일 미루었는지 모른다.

그랬던 석모도 종주를 아내와 함께 떠난 것은 2020년 4월 15일 제21대 총선일이었다. 이틀전 사전투표를 한 터라 아침 7시 서둘러 집을 빠져나와 석모도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은 소요시간 1시간 40분을 가리켰다. 석모도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三山面)에 속한다. 해명산(327m), 상봉산(316m), 상주산(264m) 등의 봉우리가 한자의 산(山)자 모양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삼산면이다.

석모도 종주산행 코스. 석모대교 개통 전에 작성한 도로인데 아직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다. (출처 인천시 강화군청)

 

석모도는 석모대교 개통 전후로 확연히 나뉜다. 개통 전, 대부분의 외지인이 석모도에서 처음 기억하는 장면은 강화도 외포리항에서 시작하는 10~20분 동안의 석모도행 뱃길 바다 위에서 선객들이 던지는 새우깡을 갈매기들이 익숙하게 받아먹는 모습이다. 여친과 함께 석모도로 놀러갔던 일부 청춘들이 일부러 미적거리다 여친에게 “막배를 놓쳐 육지로 갈 수 없게 됐다”며 겉으로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전해오는 곳도 석모도다. 개통 후에는 곳곳에서 개발이 한창이다. 온천단지, 리조트, 골프장이 들어섰다.

 

▲해명산~상봉산의 종주산행은 능선길 8.7㎞

해명산~상봉산 종주는 8.7㎞ 거리에 휴식 포함해 5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들머리는 해명산 아래 전득이고개 주차장이고 날머리는 상봉산을 거쳐 한가라지고개 주차장이다. 그 사이 봉우리는 해명산과 상봉산을, 고개는 방개고개와 새가리고개 등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다. 다만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고 힘든 계단이나 바윗길이 없어 산행은 수월하다.

문제는 날머리와 들머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차를 주차한 들머리 쪽으로 돌아가려면 차편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석모도를 일주하는 버스이고 다른 하나는 네이버 등에서 검색 후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다. 우리의 선택지는 한가라지고개 주차장에서 일주 버스를 타고 전득이고개 주차장 입구에서 내린 뒤 10분 정도 걸어 주차장으로 가는 것이다. 버스가 자주 있지 않아 버스를 만나지 못하면 택시를 부를 계획이다. 버스 노선과 시간을 설명하려면 복잡하므로 이 글 뒤에서 소개한다.

전득이고개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 40분이다. 승용차 30~40대는 좋이 주차할 수 있고 화장실까지 갖춘 주차장에는 2년 전 왔을 때 없었던 구름다리(52m)가 보이고 둘레길이 새로 조성되었다.

구름다리

 

▲능선길 대부분이 흙산

8시 56분 산행을 시작했다. 구름다리를 지나 20분 정도 오르니 조망이 터진다. 그후 흙길이 대부분인 능선을 1시간 정도 오르면 석모도 최고봉인 해명산 꼭대기다. 그곳에 시야가 툭 터진 그래서 쉼터로 적합한 너른 마당바위가 너른 서해바다를 향해 호령하고 있다. 썰물 때여서 물만 가득한 밀물 때보다 갯벌의 특성이 잘 살아나 그 자체로 장관이다.

1~2주 뒤가 절정이겠지만 연초록의 새순이 황홀하다. 작년 5월이 지나갈 무렵부터 다가올 새해 4월말의 연초록을 머릿속으로 계속 그려왔으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지난 1년 동안 봄이 오면 들로 산으로 돌아다니리라 다짐했고 실제로 올해 5월 중순까지는 전국의 산하를 둘러보며 연초록에 정신을 빼앗길 생각이다.

해명산을 지나 방개고개는 1시간 13분만인 11시 6분, 새가리고개는 다시 30분만인 11시 36분에 도착했다. 두 고개 모두 방향목에 지명이 없어 위치를 파악하는데 약간은 불편했다. 사실 두 고개는 보문사나 석모도 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사거리 분기점이기도 하다. 이왕에 돈을 들여 방향목을 설치할거면 왜 고개 이름을 표시하지 않았는지 관련 공무원들의 깊은 생각이 궁금할 뿐이다.

종주 산행을 하다보면 이처럼 너른 마당바위가 많다. 멀리 해명산이 보인다.

 

보문사가 내려다보이는 낙가산 바위에 도착한 시간은 새가리고개에서 40분만인 12시 16분이다. 낙가산은 관음보살이 잠시 머물렀다는 인도 남쪽 보타의 산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따라서 낙가산 이름은 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된 천년사찰 보문사의 산물이다. 보문사의 명물은 낙가산 중턱에 자리 잡은 거대한 눈썹바위와 이 바위에 새겨진 마애관음보살좌상(9.7m)이다. 불상 위 바위에는 눈썹처럼 앞으로 삐죽 나온 암석이 관음보살의 우산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해질 무렵 마애석불에서 내려다 보면 서해의 경치와 석양이 빚어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덕분에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 홍련암, 경남 남해의 보리암과 더불어 기도발이 잘 듣는다는 국내 3대 관음성지의 하나로 유명해져 입시철이 되면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방문이 잦다.

낙가산의 눈썹바위. 바위 아래에 마애관음보살좌상이 새겨져 있다. (출처 강화군청)

 

낙가산에는 해명산과 상봉산처럼 정상 표지석이 없다. 지형적으로 별도의 산이라 부를 만큼 산세가 뚜렷하거나 독립적이지 않아 차마 표지석을 설치하기에 민망스러워 그랬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어쨌든 표지석이 없으니 대부분 봉우리인 줄 모르고 스쳐 지나가는데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낙가산은 그 자체가 엄청나게 크고 긴 마당바위여서 서쪽 보문사 방향으로 높은 펙스가 처져있다. 낙석을 막기 위한 사찰의 조치일텐데 펜스 때문에 경관도 해치고 산행 기념사진도 찍을 수 없으니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낙가산 바위에서 내려다 본 보문사

 

▲조망바위에 서면 서해의 다채로운 풍경 펼쳐져

종주 산행을 하다보면 20~30분마다 사방이 터져있는 조망바위가 나타나 서해의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다면 이곳엔 조망바위가 그 역할을 한다. 요즘은 어느 산에 가든 나무가 많아 조망이 막혀있는데 이곳의 조망바위에서는 시각적인 갈증을 해소하고 섬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어 좋다.

뿐만 아니다. 기묘하게 생긴 1~3m 크기 온갖 형상의 바위들이 곳곳에 점점이 박혀있다. 독특한 멋을 지닌 바위도 많지만 작은 혹처럼 생긴 돌기들이 서너개씩 붙어있는 바위도 부지기수다. 지질학적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 돌기들이 동물의 눈과 코와 입이 되어 온갖 모양을 하고 있다. 덕분에 이런 바위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내와 함께 바위에 이름을 붙여준 것만 해도 10여 가지나 된다. 돼지얼굴바위, 독도강치바위, 햄버거바위, 돌고래바위(말바위), 향유고래바위 등이다. 서해 낙조도 예술이다. 그래서 3대 서해 낙조로 부안 변산반도, 안면도 꽂지해변과 함께 석모도를 드는 사람들이 많다. 능선은 전체적으로 흙길의 연속이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 내가 정한 이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돼지바위, 돌고래(혹은 말)바위, 햄버거(버섯)바위, 향유고래바위
왼쪽 위부터 부부바위, 남근바위, 독도강치바위, 떠오르진 않으나 뭔가 이와 비슷한 모습의 동물이 있는 것 같아 찍었다.

 

상봉산 정상에 도착하니 오후 1시 46분이다. 낙가산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정상에서 10분간 주변 바다를 두루 감상하고 하산하니 30분만에 한가라지고개다. 8.7㎞에 총 5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평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당한 코스다.

상봉산 정상

 

한가라지고개에는 승용차 10여대 이상이 주차할 수 있는 아스팔트 공간과 버스정류장이 있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그곳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린 끝에 전득이고개 입구행 순환버스를 탔는데 기사가 한 정거장 전인 해명초등학교가 입구라며 알려준다. 그곳에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아스팥트 길이 있어서 그렇게 안내했지만 사실 전득이고개 입구역이 더 가깝다. 전득이고개 입구역에서는 700m 쯤 되고 해명초등학교역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올라가야 한다. 아스팔트길로 20~30분은 족히 걸린다.

어쨌든 나를 포함한 10여 명이 버스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올라갈 채비를 하는데 갑자기 소형 트럭 기사 아주머니가 뒤에 타라고 해서 모두들 뒤에 올라타고 주차장으로 가는 오름길을 수월하게 올라갔다. 어디나 이런 착한 사람들이 있어 반갑고 고마울 뿐이다.

한가라지고개. 오른쪽 길이 상봉상 등정길이다.

 

▲순환버스를 알아보자

한가라지고개로 내려와 차가 있는 전득이고개 주차장으로 돌아가려면 석모도 순환버스를 타야 한다. 그러나 버스 시간에 맞추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내가 아는 바로, 강화도 버스터미널을 떠나 석모도를 일주하는 버스는 31A와 31B, 35A와 35B, 39A 이렇게 다섯개 노선이다. 이중 보문사까지만 가는 31B만 빼고는 모두 석모도 일주 버스다.

여기서 중요한 건 번호 뒤의 A와 B다. 즉 강화도에서 석모대교를 지나 우회전해서 석모리 방면으로 일주하는 버스가 A번, 좌회전해 석포리 방면(전득이고개 입구)으로 일주하는 버스는 B번이다. 따라서 한가라지고개에서 전득이고개쪽으로 가려면 A번 버스를 타야 한다.

또 하나 문제는 버스 노선 시간이다. 35A, 35B, 39A는 하루 한 두차례만 운행하고 31A(5회)와 31B(10회)만 그나마 자주 운행하는 편이다. 따라서 대부분 31A나 31B 노선을 이용하게 된다. 노선과 시간은 강화군청 홈페이지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으나 그래도 확실히 하려면 강화선진버스(032-934-9105)에 문의하는 게 좋다.

나 역시 출발 전날 전화로 물어보니 한가라지고개에 정차하는 31A 버스는 오후 3시 35분, 7시 5분, 9시 30분 뿐이라며 친절하게 알려준다. 산행 당일 버스가 늦길래 다시 전화를 걸어 문의할 때는 어제와 다른 사람이 상당히 사무적이고 형식적으로 응대한다. 혹 버스시간표가 맞지 않으면 네이버에서 석모도 개인택시를 검색하면 관련 전화번호가 나오므로 크게 신경쓸 정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