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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가봐수까 ⑧] 노꼬메오름은 서부권 대표 오름이자 백미… 노꼬메~족은노꼬메~궷물오름 순환 8㎞를 한 바퀴 도는데 4~5시간 걸려

↑ 소길리공동목장에서 바라본 노꼬메 오름 정상. 포근하고 아늑하다. 분화구 모습은 뚜렷하다.

 

☞ 내맘대로 평점(★ 5개 기준). 등산 요소 ★★★★ 관광 요소 ★★★★

 

by 김지지

 

■노꼬메․족은노꼬메․궷물오름은 노꼬메 삼형제

 

제주의 여러 읍면 중 오름이 가장 많은 곳은 서부권의 애월읍이다. 전체 360개 오름 중 자그마치 40개가 애월에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 오름을 꼽으라면 단연 노꼬메오름이다. 애월읍 소길리와 유수암리 사이에 있다. 거문오름이 한라산 동쪽의 랜드마크라면 노꼬메는 서쪽의 랜드마크다. 노꼬메에서 흘러내린 용암은 서쪽으로 약 9㎞ 지점까지 다양한 숲과 지형을 남겼다. 그중에는 제주의 원시숲이자 애월의 곶자왈인 금산공원도 있다.

노꼬메 주차장에 설치된 안내판에 따르면 노꼬메는 높은 뫼(산)라는 뜻의 제주어다. 한자는 고고산(高古山) 혹은 사슴(鹿)이 살았다고 해서 노꼬메를 음차한 녹고산(鹿高山)이다. 노꼬메 옆에는 동생 오름도 있다. 작다는 의미의 족은노꼬메다. 두 오름보다 높이가 현격히 낮고 작은 것도 그 앞에 있으니 궷물오름이다. 그래서 한 지붕 세 가족이거나 삼형제 오름이다.

노꼬메오름 지도

 

노꼬메는 맏형답게 몸집이 거대하다. 해발고도 833m, 비고(순수 높이) 234m이다. 둘레는 4.4㎞다. 말발굽 분화구 오름 중에는 제주에서 비고가 가장 높다. 근처에 있는 바리메오름의 비고가 213m이고 동쪽의 다랑쉬오름이 227m이니 노꼬메에는 미치지 못한다. 해서 노꼬메는 한라산과 중산간, 주변 오름들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명당이다. 족은노꼬메는 해발고도 774m, 비고 124m이고 궷물오름은 해발고도 597m, 비고 57m다. 미루어 각각의 들머리 표고가 540(궷물)~650m(족은노꼬메)인 것을 알 수 있다.

노꼬메 삼형제를 찾는 사람들은 네 부류다. 첫째는 2017년도 JTBC ‘효리네 민박’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효리와 아이유가 촬영을 한 궷물오름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편한 복장으로 산책하듯이 궷물오름에 올랐다가 바로 아래 너른 초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며 행복해한다. 둘째는 궷물오름과 족은노꼬메를 묶어서 오르고, 셋째는 노꼬메만 오른다. 넷째는 세 오름을 모두 오르는 나름 트레킹 전문가들이다.

궷물오름 초지. 뒤는 족은노꼬메(왼쪽)와 노꼬메오름이다.

 

첫째와 둘째 출발지는 궷물오름 주차장이고 셋째와 넷째의 주요 출발지는 큰노꼬메 주차장이다. 두 주차장은 1㎞ 정도 떨어져 있다. 족은노꼬메 주차장도 있으나 이용자는 적다. 내비에서 검색이 안돼 찾기가 애매하고 찾아도 진입로가 좁다. 게다가 오름 기슭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노꼬메는 사방이 탁 트인 경관이 일품

 

노꼬메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2.32㎞다. 주차장에서 오름 쪽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면 길 곳곳에 말똥 무더기가 있다. 소길리공동목장이기 때문이다. 주차장이든 목장이든 웅장한 노꼬메 정상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포근하고 아늑하다. 분화구 모습도 뚜렷하다.

들머리에서 멀지 않은 왼쪽 기슭에 돌담을 쌓아 봉분을 보호하는 제주 특유의 무덤 몇 기가 자리잡고 있다. 숲에는 이런저런 나무도 많지만 제주도 조릿대도 초록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나무 이름을 알지 못하고 나무들이 옷을 벗고 있는 늦가을이라 그 나무가 그 나무처럼 보이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나중 알고보니 주로 서어나무, 단풍나무, 산딸나무, 사람주나무란다.

초입을 지나면 경사가 가파르다. 초입에서부터 40분 정도 오르니 분화구 능선이다. 능선의 억새 군락이 제주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춤을 춘다. 멀지 않은 곳에 바리메오름을 비롯 봉긋봉긋 솟아있는 오름들이 완만한 구릉을 이루고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눈이 호강한다. 올라오면서 흘린 땀을 비로소 보상받는 기분이다. 능선길을 10분 정도 걸으니 정상이다.

노꼬메 정상으로 오르는 길. 바로 앞이 정상이다.

 

사방이 탁 트여 경관이 일품이다. 서해바다와 북쪽 제주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있고 고개를 동쪽으로 돌리면 한라산 중산갓 구릉이다. 그곳의 드넓은 숲과 초지가 미끈하다. 한라산 백록담 근처에만 구름이 살짝 걸쳐있을 뿐 도무지 막히는 게 없다. 덕분에 윗세오름과 어승생악 등 주변의 오름 군락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로 옆 족은노꼬메도 내려다 보인다. 아담한 정원 같다.

정상에 설치된, 철도 침목으로 만든 꽤 넓은 계단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며 자연바람에 땀을 말리니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 분화구를 살펴보니 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다. 남북으로 터져 있고 동서쪽에 2개의 등성이가 있다. 다만 굼부리 바닥은 깊게 패여 있어 보이지 않는다.

노꼬메오름 분화구

 

☞ 드론으로 내려다본 노꼬메 오름

 

■노꼬메~족은노꼬메~궷물 순환 코스는 종합선물세트

 

노꼬메 주차장에서 출발해 노꼬메~족은노꼬메~궷물을 거쳐 노꼬메 주차장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는 제주 오름과 숲길의 모든 요소를 두루 갖춘 종합선물세트를 받는 것이다. 8㎞ 정도 거리에 4~5시간 정도 걸리니 사실상 등산 수준이다. 물론 반대 방향도 가능하다. 하지만 세 오름에 모두 오르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주차장은 큰노꼬메다.

노꼬메 3개 오름 순환 지도 (출처 부산일보)

 

노꼬메에서 족은노꼬메로 가는 길은 노꼬메 능선에 있다. 그곳에서 족은노꼬메가 바로 내려다보인다. 족은노꼬메 안내목에서 세월이 느껴진다. 족은노꼬메로 가려면 급경사 길을 내려가 안부(산의 능선이 말안장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에서 다시 올라가야 한다. 급비탈길이지만 철도 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어 크게 무리는 없다.

노꼬메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방향

 

안부에 족은노꼬메를 가리키는 안내판이 있다. 족은노꼬메 정상 → 0.5㎞, 궷물오름 주차장 → 1.7㎞, 족은노꼬메 주차장 → 1.6㎞다. 족은노꼬메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고비와 관중, 삼나무와 편백이 빼곡하다. 중간에 오래전 만든 것으로 보이는 야생오소리 서식지 안내판이 있으나 오소리가 지금도 살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노꼬메에 비해 완만하긴 하지만 그래도 중간 중간 숨이 찬다.

그렇게 0.5㎞를 올라가면 족은노꼬메 정상 표지석이 보인다. 다만 정상과 능선에서는 분화구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옆 노꼬메 정상 능선도 숲에 가려 일부만 보인다. 늦가을에서 초봄까지는 비교적 잘 보이겠으나 초록이 아닐테니 그 또한 아쉬울 것이다.

족은노꼬메 정상 쉼터

 

족은노꼬메 분화구 능선은 울창한 천연숲이다. 3분의 2 정도 구간의 능선을 돌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가면 활엽수 길이 끝나고 삼나무 숲이 시작된다. 그곳에서 궷물오름 방향으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목장 경계용 돌담인 상잣질이다.

삼나무가 줄지어 있는 상잣질을 따라 1㎞ 정도 들어가면 큰노꼬메 주차장이다. 왼쪽 상잣질로 가지 않고 직진하면 궷물오름(왼쪽)과 궷물오름 주차장(직진)으로 또 분리된다. 이 부근의 안내가 미비하지만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궷물오름은 뒷동산 수준이다. 노꼬메와 족은노꼬메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너른 초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는 게 매력적이다.

지금까지는 노꼬메를 거쳐 족은노고메와 궷물오름을 거쳐 하산하는 길을 소개했지만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궷물오름과 족은노꼬메에 오르는 길은 따로 소개한다.

☞ [궷물오름과 족은노꼬메오름]이 궁금하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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