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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의 충청도 양반길 ①] 산막이옛길(1코스)과 갈은구곡길(2코스)은 옛길 흔적을 더듬어 만든 ‘명품 둘레길’… 전국적 명소로 각광받아

↑  산막이옛길 일부 (출처 괴산군청)

 

by 김지지

 

■충청도양반길… 산막이옛길, 갈은구곡, 화양구곡, 선유구곡 등을 잇는 85㎞ 탐방로

 

충북 괴산에 충청도양반길이 있다. 산막이옛길, 갈은구곡,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을 하나로 연결하는 8개 코스 총 85㎞의 탐방로다. 현재 개통한 길은 세 코스다.

산막이마을을 중심으로 괴산호 하류는 산막이옛길, 상류는 각시와신랑길을 거쳐 신랑바위(사모바위)까지 걷는 길이 1코스(7.7㎞)다. 연하협구름다리를 건너 갈론마을~갈은구곡~옥녀봉~사기막마을~운교리 목교~갈론마을로 원점회귀하는 길은 2코스(13.5㎞)이고 운교리 목교에서 용세골 입구까지는 2-1코스A(4㎞ 정도)다. 사기막마을에서 용추폭포와 용세골을 거치는 용세골 입구까지의 3코스(4.4㎞)까지 합산하면 대략 30㎞다. 이처럼 산막이옛길은 충청도양반길의 일부이나 괴산군은 산막이옛길의 인기가 워낙에 높아 편의상 충청도양반길과 구분한다.

산막이옛길(오른쪽)과 충청도양반길 지도

 

■산막이옛길… 댐 건설로 육로 막힌 산골 주민들의 산허리 비탈길이 시작

 

충청도양반길은 높은 산과 계곡으로 이뤄져 경관이 빼어나다. 특히 아름드리 자연 송림이 울창하고, 다양한 수목과 야생초화가 어우러져 사계절 많은 방문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1코스에 해당하는 산막이옛길은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마을에서 사은리 산막이마을까지 이어진 옛길의 흔적을 더듬어 만든 ‘명품 둘레길’이다. 2011년 일반에 공개된 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곳 100선’ ‘전국 걷기 좋은 길 10선’에 선정될 정도로 전국적인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산막이옛길을 탄생케 한 공신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해방 후 우리 기술로 처음 건설한 충북 괴산댐(1957년 준공)이다. 괴산댐은 괴산군 칠성면을 관통해 흐르는 달천을 칠성면 외사리에서 막아 만든 댐이다. 높이 28m, 길이 171m, 연간 전력 생산 1083㎾h다. 괴산댐, 괴산호, 칠성댐, 칠성저수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 글에서는 산업시설 명칭인 괴산댐보다는 풍류와 정취가 느껴지는 괴산호로 통일한다.

괴산댐

 

달천은 충북 보은군 속리산 부근에서 발원해 흐르다가 금단산·백악산·조봉산·청화산·군자산 등지의 산에서 내려오는 지류와 합쳐져 괴산읍 동부를 지나 충주시 서부에서 남한강의 본류와 합류하는 116㎞ 길이의 하천이다. 괴산댐 준공 후 돌다리로 건너다니던 개울은 댐이 생기면서 커다란 호수로 변했다. 깎아지른 암벽과 산비탈 그리고 냇가 주변의 고운 모래밭이 물에 잠기는 과정에서 괴산의 명소인 연하구곡도 사라졌다. 대신 새로 생긴 게 한반도 지형이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산이 장막처럼 둘러싸여 막혀 있다는 뜻의 ‘산막이’ 마을 사람들의 생활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산에서 나물과 약초·버섯을 따다가 읍내 장에다 내다 팔아 연명했었다. 그러다가 1957년 댐의 준공 후 하천을 따라 읍내로 가는 유일한 육로가 차단되자 자구책으로 댐 옆 산허리에 비탈길을 만들어 댐 아래 외사리 사오랑 마을까지 왕복 8㎞의 옛길을 걸어다녔다.

그렇게 수십년을 지내던 어느날 한 괴산군수가 아이디어를 냈다. 흔적처럼 남아있는 가파른 비탈길에 덧그림을 그리듯 나무 데크를 설치하고 돌길을 황토로 포장하고 호수의 이곳저곳을 오가는 유람선을 띄워 2011년 산막이옛길을 개통한 것이다. 현재 산막이마을에는 7가구가 펜션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산막이옛길은 등산로와 산책로로 나뉜다. 등산로는 괴산호 옆 등잔봉으로 올라가 천장봉과 삼성봉을 거쳐 산막이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다. 거리는 4.4㎞이고 소요시간은 3시간 정도다. 산책로는 괴산호를 끼고 옛길을 걷는 길이다. 4㎞ 거리에 1시간 걸린다.

산막이옛길의 데크길

 

 

■등산로… 괴산호 내려다보며 걷는 등잔봉~천장봉~삼성봉 4.4㎞ 코스

 

등산로든 산책로든 출발지는 주차장이다. 언덕 위 안내소를 지나면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위에서 맞닿아 하나가 된 연리지가 나타난다. 소나무동산을 지나 언덕에 오르니 소나무출렁다리가 손짓한다. 60m 정도 길이의 출렁다리가 4m 높이의 공중에 떠 있어 제법 아찔하다. 일방통행이라 반대편에서는 탈 수 없다. 출렁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의 원래 길을 따라가면 사랑을 나누는 남녀 모습의 정사목이 나무 울타리의 보호를 받고 있다.

소나무 출렁다리 (출처 괴산군청)

 

등산로와 산책로는 소나무출렁다리를 지나 노루샘에서 갈라진다. 노루, 토끼, 꿩 등 야생동물들이 지나다니면서 목을 축였다는 샘이다. 등산로 초입 문에는 전국의 산악회들이 매달아 놓은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들머리에서 5분 정도 올라가니 중년의 남녀가 내려오면서 “중턱 초입에 ‘입산금지’ 표시가 있어 그냥 내려오고 있다”며 “초입에서 입산금지 사실을 알려야지 중턱의 산에다 고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툴툴거린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올라가니 ‘입산금지’라고 적힌 붉은색 천이 걸려있다. 산불 때문에 입산을 통제한다며 ‘2월 1일~5월 15일 입산금지’라고 적혀 있다.

산행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동안 고민하다가 입산하기로 했다. 이유는 ▲입구의 안내소든 괴산군 홈페이지든 입산금지 사실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고 ▲‘입산금지’ 붉은천을 등산로 옆에 세워놓았을 뿐 줄이나 나무같은 시설물로 길을 가로막지 않고 있고 ▲지척에 있는 마을 주민들은 수시로 산에 오르내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등산객을 적극적으로 막으면 관광 활성화에 방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 괴산군이 암묵적으로 등산을 허용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후 산행을 결정했다. 이후 하산할 때까지 2시간 남짓 동안 산에서 만난 두 팀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노루샘 부근 등산길 들머리(왼쪽)와 등잔봉 정상석

 

능선길은 호젓하고 소나무 군락은 운치 있어

등잔봉까지는 계속 급경사이나 수려한 소나무들이 많고 수시로 괴산호를 내려다볼 수 있어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등잔봉 아래 갈림길에 ‘힘들고 위험한 길’과 ‘편안하고 완만한 길’ 이정표가 나타났지만 ‘힘들고 위험한 길’이 궁금해 그 길을 선택했다. 나무 계단이 길게 이어져 있고 바위 사이로 지나는 구간이 일부 있지만 코스가 길지 않아 산행에 별 문제는 없다. 능선으로 올라가 왼쪽으로 꺾으니 등잔봉(450m)이다. 쉴멍놀멍하며 오른 탓에 들머리에서부터 등잔봉까지 0.9㎞ 거리를 오르는데 40분이 걸렸다.

괴산군 홈페이지 지도로는 등산로가 등잔봉, 천장봉, 삼성봉 등 3개 봉우리 아래에 그려져 있어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8부 능선쯤에 길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봉과 봉을 잇는 능선길이다. 지도의 수정이 필요하다. 사실 이것 말고도 괴산군 제작 지도에 수정할 곳이 많다. 나중에 관계자들을 만나면 일일이 알려주고 싶다. 등잔봉은 옛날 한양으로 과거 보러간 아들의 장원급제를 위해 등잔불을 켜놓고 100일 기도를 올렸던 봉우리에서 유래한다.

등잔봉에서 천장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강원도 동해안의 소나무처럼 빼어나고 아름드리는 아니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길은 흙산이어서 호젓하다. 괴산호와 달천 건너편 속리산국립공원의 고봉들을 바라보면서 걸으니 발걸음이 가볍다. 여름이었으면 숲에 가려 시야가 터지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니 자연이 사시사철 자기만의 멋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잔봉과 천장봉 중간의 능선길에서 괴산호를 내려다보며 해결한 점심이 그렇게 달고 맛있을 수 없다.

등잔봉에서 천장봉 가는 능선.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반도 지형이 잘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한반도 전망대에 도착하니 어느덧 2시간이 흘렀다. 이곳 한반도 지형은 강원 영월군과 충북 옥천군의 한반도 지형과 함께 사진작가들이 한번쯤은 다녀가는 인기가 있는 곳이다. 다만 이곳 한반도 지형은 영월과 옥천에 비해 다소 뭉툭해 버선처럼 보인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급경사이나 힘들지는 않아

한반도전망대에서 7~8분 정도 걸으니 천장봉(437m)이다. 등잔봉에서 천장봉까지 거리는 1.3㎞다. 그런데 이곳에서 내려다본 한반도지형이 한반도전망대보다 더 그럴싸하다. 천장봉에는 호수 산책로의 진달래동산으로 내려가는 진달래능선이 있다. 0.9㎞ 거리다. 진달래동산에서 산막이마을까지는 1.2㎞를 더 걸어야 한다.

천장봉에서 내려다 본 한반도 지형

 

나의 당초 코스는 등잔봉과 천장봉을 거쳐 삼성봉까지 갔다가 산막이마을로 하산하는 것(4.4㎞)이었으나 동행자의 꼬드김에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천장봉에서 바로 하산하는 코스로 변경했다. 동행자는 삼성봉까지 가도 능선 풍경이 비슷할 것이고 조금이라도 빨리 내려가야 산막이옛길을 구석구석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며 나를 설득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어서 그의 의견을 따랐다. 하산하는데 괴산군이 놓친 것을 발견했다. 용으로 승천하려다가 실패한 것 같은 이무기 모습의 소나무다. 전체 산행 중 이렇게 매끄러운 껍질은처음 본다. 괴산군은 지금이라도 이 나무에 스토리를 입혀 등산객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용으로 승천하려다가 실패한 것 같은 이무기 모습의 소나무 껍질

 

삼성봉에서 하산하는 코스는 두 갈래다. 천장봉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삼성봉 아래의 안부에서 산막이마을로 내려서는 코스와 삼성봉 정상을 지나 임도로 하산하는 코스다. 임도로 하산하는 것보다는 정상 아래 삼거리에서 하산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므로 정상에 오르더라도 이 길로 되돌아 내려와 하산하는 것이 좋다. 이 길의 중간 지점에 ‘신령참나무’와 ‘시련과 고난의소나무’가 있다.

천장봉의 내리막길도 등잔봉 오르막길 만큼이나 급경사이지만 고도가 높지 않아 힘들지는 않다. 명색이 진달래능선인데도 진달래가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고 있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산 지점인 물레방아 체험관에서 왼쪽길로 가면 산막이옛길의 데크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충청도 양반길로 이어진다.

강원 영월군(왼쪽)과 충북 옥천군에 있는 한반도 지형

 

■산책로… 4㎞ 길에 나무 데크 설치하고 황토로 포장

 

주차장에서 산막이마을까지 거리는 4㎞(10리)다. 성인 걸음으로 1시간이면 충분하다. 데크길이 편하고 평탄해 어린이나 노인 심지어 임신부도 걸을 수 있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나무 데크로 길을 평평하게 만들고 가파른 곳에는 나무 계단을 놓았다. 문제는 데크길의 폭이 좁아 사람이 몰리는 주말이면 혼잡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산책로라기보다는 관광지에 가까워서 호젓한 트레킹 코스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전국적인 명소이니 호기심 차원에서라도 한번쯤은 찾아갈 만하다. 산책로는 호숫가여서 좋기도 하지만 스토리를 곁들인 볼거리를 군데군데 조성해 놓아 그것을 확인하며 걷는 맛도 쏠쏠하다.

유람선을 타고 주변 산세를 바라보는 맛도 일품이다. 유람선 관광코스를 선상유람길이라고 하는데 산막이옛길 9경에 속할 정도로 풍광이 좋다. 괴산호에는 선착장이 몇 곳 있다. 초입의 차돌바위나루를 비롯해 환벽정나루, 산막이나루, 갈론나루 등이 있다. 3월 초부터 12월 호수가 얼 때까지 운행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언제 운항할 지 기약이 없다. 출발점은 초입의 차돌바위나루다. 이곳에 마을 영농조합이 운행하는 차돌바위나루~산막이나루를 오가는 유람선이 있다. 개인이 운행하는 유람선도 있는데 이런저런 상류의 나루들을 왕복하는 그야말로 관광유람선이다.

괴산호를 유유히 운항하는 유람선. 가운데가 한반도 지형이다.

 

볼거리를 살펴본다. 초입의 안내소 주변에 거대한 돌로 만든 기념석이 서 있다.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니 다리가 길게 나온다며 동행자가 좋아한다. 앞서 설명한 연리지, 소나무동산, 소나무출렁다리, 정사목, 노루샘 말고도 연화담, 호랑이굴, 여우비바위굴, 앉은뱅이약수, 괴산바위, 다래숲동굴 등 볼거리들이 많다.

괴산바위(왼쪽)과 정사목

 

그중 인상적인 것은 괴산을 상징하는 산(山)자 모양의 괴산바위와 세 곳의 전망대다. 망세루, 병풍루(호수전망대), 꾀꼬리전망대(고공전망대)다. 속세를 잊는다는 망세루(忘世樓)에서는 호수 건너편의 비학봉, 군자산, 옥녀봉, 아기봉과 좌우로 펼쳐진 괴산호를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중간 지점의 병풍루(호수전망대)는 괴산호와 한반도 지형을 바라보면서 쉬어가는 쉼터다. 자연을 그대로 살려 만들었다. 꾀꼬리전망대(고공전망대)는 깎아지른 40m 절벽 위에서 물가쪽으로 길게 내뻗은 전망대다. 바닥을 투명 소재로 깔아 스릴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병풍루(왼쪽)와 꾀꼬리전망대

 

스토리 곁들인 볼거리가 군데군데 있어 걷는 맛 쏠쏠

옛길을 따라 종착점인 산막이마을에 도착하면 마을 앞에 유람선의 선착장인 산막이나루가 있다. 그곳에서 호수 건너편의 한반도 지형 쪽을 바라보면 연천대라고 불리는 높은 절벽 위에 세워진 환벽정이 보인다. 산막이옛길 제1경 답게 절벽 위에 홀로 고고하다. 산막이마을에는 막걸리 팔고 빈대떡 부치는 주막과 토종닭 삶고 손두부 내는 식당이 여럿 있다. 옛길을 걷다보면 호수의 수질이 깨끗하고 플라스틱 등 오염물질이 거의 없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상류에 마을이 적고 수질 관리를 잘해서 일 것이다.

산막이나루에서 바라본 환벽정

 

대개는 초입에서 산막이마을까지의 길을 산막이옛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산막이마을을 지나 달천 상류로 올라가는 4㎞ 정도의 길이 더 이어진다. 이 코스도 좋은 것은 산막이옛길 9경에 속하는 절경 중 제4경 삼신바위, 제5경 연하협구름다리, 제6경 각시와신랑길, 제7경 각시바위(선유대)와 신랑바위(사모바위), 제8경 원앙섬을 두루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신바위는 삼신(해·달·별 신)이 내려와 목욕을 즐기다 날이 밝아 승천하지 못하고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산막이마을에서 1.5㎞ 정도 상류에 세워진 연하협구름다리는 산막이옛길에서 유일하게 달천을 건너는 다리로 산막이옛길과 충청도양반길을 이어준다. 길이는 134m이고 폭은 2.1m다. 살짝 흔들리는 연하협구름다리에서 괴산호의 풍경을 바라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차량으로 가려면 괴산댐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산막이옛길 맞은편의 좁은 길로 가면 된다. 주차장은 무료이고 화장실도 있다.

구름다리까지 가는 도로 중간에서 환벽정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지형의 산책길을 걸으면 호수와 산막이마을을 반대 방향에서 조망할 수 있다. 환벽정에 오르면 산자락 사이로 푸른 물빛을 가르는 유람선과 마을이 이국적 풍경으로 펼쳐진다.

각시와신랑길은 달천 상류의 원앙섬에서 신랑바위까지 걷는 약 2㎞의 오솔길이다. 이 길에서는 신랑신부의 신혼생활을 보여주는 깨소금바위, 원앙섬, 빨래터바위, 새뱅이마을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각시와신랑길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신랑바위는 사모관대를 쓴 사람의 듬직한 모습이다. 병풍을 펼친 듯 하다. 달천 건너편의 각시바위(선유대)는 족두리를 쓴 각시가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모습으로 경치가 좋다. 원앙섬은 오랜 세월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모래섬이다.

선유대 (출처 괴산군청)

 

■충청도양반길 2코스는 순환코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이 갈은구곡

 

충청도양반길 2코스는 연하협구름다리를 건너면서 시작한다. 아가봉(541m)과 옥녀봉(599m)를 감싸고 도는 순환코스이므로 왼쪽의 갈은구곡 방향으로 가거나 오른쪽 50m 거리의 양반길출렁다리를 건너 옥녀계곡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거리는 13.5㎞이고 4~5시간 정도 걸린다. 그중 일부만 걸을 때는 갈은구곡 쪽을 선호한다. 갈은구곡 길은 연하협구름다리를 건너 갈론마을에서 시작한다. 여기서부터는 속리산국립공원 안으로 길이 이어진다.

연하협구름다리 (출처 괴산군청)

 

갈은구곡길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거침없이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가 장관이다. 갈론마을을 지나 3㎞ 남짓 갈은구곡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서 비경이 펼쳐진다. 1코스 산막이옛길이 예쁘고 걷기에 편한 잘 정비된 산책로라면 2코스 갈은구곡은 산으로 들어가 계곡을 따라 걷는 호젓한 길이다.

갈은구곡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구곡(九曲)이다. 갈은구곡은 중국 송나라 시대의 유학자 주자가 조성한 ‘무이구곡(武夷九曲)’을 흉내 내 만든 것이다. 주자는 중국 무이산에 있는 경치 좋은 9개 계곡에서 공부를 하고 시를 지어 바위에 새겼다. 조선의 성리학자들이 이를 계승해 전국에 구곡문화를 심었다. 괴산에는 모두 7개의 구곡이 있는데, 이 중 유명한 것이 송시열이 지은 화양구곡과 이황이 지은 선유구곡이다. 갈은구곡은 누가 지은 것인지 모른다.

 

갈은구곡, 9개의 곡(曲)마다 한시 새겨 놓아

갈은구곡은 9개의 곡마다 전서·예서·해서·행서·초서 등 다양한 서체로 한시를 암각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가 본뜬 중국 무이구곡이 9개의 곡(曲)마다 한시를 새겨 놓은 것처럼 갈은구곡 역시 한시로 구곡을 설명하고 있다. 구곡 암벽에 한시를 음각한 곳은 국내에서 갈은구곡이 유일하다. 다양한 서체로 암각한 사례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특이한 한자 서체를 연구할 수 있는 보기 드문 희귀한 문화유적이다.

갈은구곡의 시작을 알리는 갈은동문은 집채만한 바위다. 1곡 장암석실은 갈은동문을 지나 계곡이 동쪽과 남쪽으로 나뉘는 입구에 있다. 갈천정(2곡)은 커다란 암반 아래 사람이 둘러앉을 공간이 있어 정(亭)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3곡·降僊臺)는 보통 신선 선(仙)자를 쓰는 것과 달리 춤출 선(僊)을 쓴다.

강선대부터는 계곡과 살짝 멀어져 10분 정도 흙길이다. 길은 계곡 건너로 이어져 구슬같은 물방울이 맺히는 절벽이라는 뜻의 옥류벽(4곡)이 나타난다, 시루떡과 같이 층층이 쌓인 암벽 모습이다. 상류다 보니 물줄기는 가늘어지고 바위는 많다. 네모반듯한 바위가 축대처럼 계곡 양옆에 늘어서 있다. 비단 병풍같이 아름다운 바위인 금병(5곡)과 십장생의 하나인 거북이 형상을 한 바위인 구암(6곡)도 있다.

옥류벽 (출처 괴산군청)

 

구곡은 세 가지 자연 요소가 있다. 명경지수 같은 맑은 물이 그 하나이고, 기암이 또 하나이다. 나머지 하나가 소나무다. 갈은구곡에도 이 세 가지 자연 요소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있다. 고송 아래로 흐르는 물가에 지은 집이란 뜻의 ‘고송유수재(古松流水齋·7곡)’다. 고송유수재 곁에는 7마리 학이 살았다고 해 붙여진 칠학동천(8곡)과 신선이 바둑을 두던 바위를 뜻하는 선국암(9곡)이 나란히 붙어있다.

갈은구곡을 통과하면 옥녀봉으로 가는 등산로에 접어든다. 앞서 계곡을 따라 걷는 것과는 달리 울창한 숲길이다. 1㎞ 정도 산을 오르자 옥녀봉 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1㎞ 내리막을 걸으면 사기막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