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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가봐수까 ⑥] 새별오름은 지나가다 자연스럽게 만나는 곳, 인근의 이달봉은 일부러 찾아가는 곳… 늦가을 억새와 늦겨울 들불축제가 장관

↑ 새별오름 능선. 사람들이 많은 곳이 정상이다.

 

☞ 내맘대로 평점(★ 5개 기준). 등산 요소 ★★ 관광 요소 ★★★

 

by 김지지

 

오름 전체에 물결치는 억새가 장관

제주시에서 서남쪽 서귀포시 대정읍으로 직행하는 지방도로 1135호선(서부관광도로)을 타고 남쪽으로 중간쯤 내려가다보면 오른쪽 드넓은 벌판에 경주 신라 고분이나 이집트 사막의 피라미드처럼 우뚝하게 솟아있는 대형 오름이 눈길을 끈다. 애월읍 봉성리의 새별오름이다. 따라서 새별오름은 제주의 다른 오름과 달리 일부러 찾아가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다가 언제든 자연스럽게 만나는 곳이다. 접근성 덕에 제주 오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주차장도 제주 오름 중 가장 크고 넓다.

새별오름, 이달봉, 촛대봉 지도

 

초저녁에 뜨는 샛별(금성) 같다고 해서, 밤하늘의 샛별과 같이 드넓은 들판에 외롭게 서서 빛난다고 해서, 부근의 이달봉에서 바라보면 5개 봉우리가 별모양 같다고 해서 이름이 새별오름이다. 해발고도는 519m이고 비고는 119m다.

새별오름은 늦가을이면 오름 전체에 물결치는 억새가 장관이다. 억새들은 알몸으로 제주 바람에 몸을 맡겨 때로는 하늘하늘하게 따로는 격하게 춤을 춘다. 능선은 물결치듯 부드럽다. 사람 키보다 높은 억새숲 속에 들어가 한껏 폼을 잡고 사진을 찍는 청춘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저절로 정겹고 흥겨워진다.

새별오름 (출처 제주관광정보센터)

 

주로 왼쪽으로 올라가 정상을 밟고 반대편 오른쪽 길로 내려와 원점회귀하지만 역방향 코스도 별 차이가 없다. 오르막이 제법 가파르지만 15~20분 정도면 정상에 닿는다. 사방을 감상하고 내려오는데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길에는 야자수 껍질로 만든 가마니를 깔아놓아 구두를 신고 정장 차림으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능선에 오르면 속이 탁 트이는 풍광에 감탄사 절로 나와

능선에 오르면 속이 탁 트이는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북쪽으로는 곳곳에 골프장이 자리하고 있고 동쪽으로는 한라산 모습이 비교적 뚜렷하다. 서쪽은 바다이지만 멀리 있어 의식하지 않고서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정상 바로 북쪽에는 능선으로 이어진 북봉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말안장처럼 움푹 들어간 안부(鞍部)에는 제주 특유의 묘지들이 조성되어 있다. 다만 오름 정상이라면 당연히 보여야 할 굼부리가 보이지 않는다. 북봉으로 이동해야 볼 수 있는데 새별오름 서쪽 1㎞ 지점에 있는 이달봉으로 가면 더 확실히 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니 곧 일몰의 장관이 펼쳐질 것 같았으나 서해바다 쪽으로 구름이 짙게 깔려 일몰의 순간이 포착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해서 일몰 관람을 포기하고 이달봉으로 가기 위해 하산을 서둘렀다. 그런데 오름 아래쪽으로 거의 내려갔을 때 오름 서쪽으로 일몰의 황홀한 빛이 오름 서쪽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오름의 동쪽 코스로 내려와 오름에 가로막힌 서쪽의 일몰 순간을 보지 못하고 오름 옆으로 새어 나오는 노을의 붉은 빛 일부만 보게되자 친구들이 “오름 정상에 있었으면 제법 그럴싸한 노을을 볼 수 있었을텐… 너 때문에 놓쳤다”며 핀잔을 주었다.

새별오름 서쪽의 노을

 

제주들불축제

새별오름의 또 하나 자랑은 해마다 3월 초에 열리는 들불축제다. 드넓은 남사면 억새에 불을 붙이면 거대한 불길을 뿜으며 제 몸을 태우는 모습이 장관이다. 제주는 수십년 전까지만해도 농한기에 중산간 초지를 찾아다니며 소를 방목하는 풍습이 있었다. 늦겨울에서 경칩에 이르는 기간에는 양질의 새풀이 돋아나도록 하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목야지에 불놓기(방애)를 했다. 그래서 그 무렵 중산간 일대는 마치 들불이 난 것처럼 장관을 이루었다. 이러한 풍습을 축제로 승화·발전시킨 게 제주들불축제이다.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정월대보름을 전후한 시기에 처음 개최되었다. 2020년 올해는 23회째다. 초기에는 애월읍 납읍리와 구좌읍 덕천리 중산간을 오가며 개최하다 2000년부터 지금의 새별오름으로 고정화하고 주차장을 대폭 확장했다. 문제는 제주의 열악한 기상상태였다. 강풍과 추위, 눈과 비 날씨로 오름불놓기를 연기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축제 일정을 정월대보름 전후에서 새봄이 움트는 경칩을 맞는 날이 속한 주말로 옮겼다. ‘정월대보름들불축제’이던 명칭도 2013년부터 ‘제주들불축제’로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8년 제주들불축제 포스터

 

☞ 클릭 2018년 제주들불축제 동영상

 

이달봉과 촛대봉

 새별오름에 올라간 김에 서쪽 지척에 있는 이달봉까지 다녀오자. 꼬불꼬불한 왕복 거리 5㎞ 정도에 넉넉잡고 2시간이면 족하다. 새별오름과 이달봉 사이는 너른 들판이다. 그곳에 보리밭도 있고 방목하는 목장도 있다. 두 곳을 이어주는 산책로도 있으나 길만 안내해줄 뿐 자연 그대로의 오솔길이다.

새별오름에서 바라본 이달봉과 촛대봉 (출처 제주관광정보센터)

 

이달봉도 화산 활동의 결과이지만 굼부리가 없어 이달오름이라 하지 않고 이달봉이라고 한다. 이달봉의 해발고도는 489m이고 비고는 새별오름과 같은 119m다. 이달봉 바로 옆에는 형제처럼 나란히 서있는 이달촛대봉도 있다. 고도는 456m이고 비고는 86m다. 이달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다소 경사지다. 소나무와 삼나무가 많다. 이달봉에서 새별오름을 바라보면 오름의 북쪽이 보이는데 말굽형 굼부리가 2개이고 별모양의 봉우리가 5개다. 굼부리 안방은 북쪽으로 완만하게 트여있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달봉에서 바라본 새별오름 뒤태 (출처 제주시)

제주 오름의 대동여지도 격인 ‘오름 나그네’의 저자 고 김종철은 이달봉과 촛대봉을 가리켜 “생동감 넘치는 대지의 젓가슴”이라고 했다. 모양이 비슷한 오름 두 개가 알맞은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모습이 여자의 가슴을 빼닮아서다.

 

몽골 지배 100년의 역사에 종지부 찍은 ‘제주 어름비 전투’

이달봉 주변은 역사적으로 제주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어름비전투가 1374년 벌어진 현장이기도 하다. 1273년(원종 14년), 몽골의 원나라가 제주의 삼별초를 진압하면서 제주 역시 원나라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원나라는 1276년(충렬왕 2년). 제주에 몽골인 목자(牧者)를 보내 원나라에서 가져온 말을 기르게 했다. 그때 이후 제주에서 거주하는 몽골인들을 목호로 불렸다.

원나라가 제주를 지배한 지 100년이 다 될 무렵인 1368년, 중국의 주원장이 원나라를 몰아내고, 명나라를 세우면서 제주는 명나라의 지배 지역으로 바뀌었다. 주원장이 제주 말 중에서 2000필을 명나라에 바치라고 해 고려 조정은 제주말을 징발하려 했으나 제주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는 몽골인 목호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문화관광부 지정 최영 장군 표준 영정

 

목호들은 1372년(공민왕 21년), 말 징발을 위해 고려 조정에서 내려보낸 수백명의 군사들을 살해하는 이른바 ‘목호의 난(牧胡―亂)’을 일으켰다. 격분한 공민왕은 1374년(공민왕 23년), 최영 장군에게 몽골인 목호들을 토벌하도록 지시했다. 최영 장군은 300여 척의 선박과 2만 5000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제주시 한림읍 명월포(현 웅포리 포구)에 닻을 내렸다. 뒤이어 어름비(애월읍 어음리)를 비롯해 밝은오름(한림읍 상명리)~금물오름(한림읍 금악리)~새별오름(애월읍 봉성리)~예래동(서귀포시 예래동)~홍로(서귀포시 동·서홍동) 등에서 저항하는 몽골인 목호들을 격퇴했다.

목호들은 서귀포시 남쪽의 범섬으로 들어가 최후의 결전지로 삼았다. 작은 섬이지만, 해안에서 1.3㎞나 떨어져 있고 절벽으로 둘러싸인 섬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최영 장군은 수 십척의 배로 범섬 주변을 에워싼 뒤, 목호들을 압박했다. 결국 몽골인 수뇌부는 항복하거나 벼랑에서 몸을 던져 자살했다. 그렇게 한 달에 걸친 전쟁은 끝이 났고 제주는 몽골 지배 100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새별오름으로 올라가는 길. 저 들판에서 어름비 전투가 벌어졌다.

 

[제주 오름 가봐수까 ①] 윗세오름
[제주 오름 가봐수까 ②] 다랑쉬오름
[제주 오름 가봐수까 ③] 용눈이오름
[제주 오름 가봐수까 ④] 거문오름과 만장굴
[제주 오름 가봐수까 ⑤] 물영아리오름
[제주 오름 가봐수까 ⑥] 새별오름
[제주 오름 가봐수까 ⑦] 산굼부리
[제주 오름 가봐수까 ⑧] 노꼬메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