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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가봐수까 ③] 용눈이오름은 제주 오름의 원형에 가장 가깝고 오름의 맛을 제대로 느끼는 곳

↑ 용눈이오름 능선에서 내려다본 세 분화구

 

☞ 내맘대로 평점(★ 5개 기준). 등산 요소 ★★ 관광 요소 ★★★★

 

by 김지지

 

제주 오름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곳

제주 토박이에게 “제주 오름 중 한 곳만 추천해 달라”고 물었을 때 십중팔구 다랑쉬오름을 추천한다고 ②편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러면 오름의 원형에 가장 가깝고 오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내 기준으로 말하면 그곳은 구좌읍 종달리의 용눈이오름이다.

제주 오름은 저마다 특색이 있다. 용눈이오름 역시 다른 오름과 차별화할 수 있는 매력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두 가지는 제주 오름 중 유일하게 분화구가 3개라는 것과 능선의 곡선이 한없이 부드럽고 유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름이 빚어내는 곡선의 미학을 말할 때 빼놓지 않는 곳이 용눈이오름이다. 곡선의 아름다움이 이곳에 고스란히 살아있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또 다른 매력은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고 가을 억새가 장관이라는 것이다. 민둥산과 억새라면 애월읍의 새별오름도 있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느낌과 차원이 다르다. 제주도민 다수가 가을 억새꽃을 감상하는 최고의 장소로 용눈이오름을 꼽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용눈이오름을 처음 경험한 뒤 제주 오름에 빠져든 이가 적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용눈이’는 분화구 한 가운데가 움푹 패어있어 마치 용이 누워있던 자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자명은 ‘용와악(龍臥岳)’이다. 표고(해발고도)는 248m이고 비고(순수한 산의 높이)는 88m이며 둘레는 2.7㎞다.

용눈이오름 분화구 (출처 제주관광정보센터)
바람이 왜 ‘제주 3多’의 하나인가를 알게 해줘

주차장은 넓다. 화장실과 작은 매점도 있다. 오름 입구로 들어서면 곧장 완만한 능선이다. 입구에서는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봄과 여름에는 연초록 풀이, 가을과 겨울에는 억새 군락이 제주 바람에 몸을 맡겨 춤을 추는 곳이다. 15~20분쯤 올라가면 능선과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다. 능선에서 보면 봉우리가 셋이다. 이 봉우리들이 완만하게 높아지고 낮아지면서 곡선을 만들어 낸다. 요즘말로 S라인이 완벽하게 살아있다. 오름이 지닌 곡선의 아름다움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푹신푹신한 능선을 사부작사부작 걷다보면 가장 높은 봉우리에 닿는다.

용눈이오름 입구

 

그런데 오늘은 능선에 올라서니 몸이 날아갈 것처럼 바람이 거세다. 왜 제주에서 바람이 ‘제주 3다’의 하나인가를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제주 바람을 관광상품화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피하지만 바람이 드세고 기온이 떨어지면 스마트폰 배터리가 금방 소모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비고가 88m에 불과하지만 사방에 나무가 없어 능선길 어디서나 시야가 트여있다. 바다 근처라 주변 조망도 좋다. 정상 북쪽으로는 다정하게 이웃한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이 눈에 들어온다. 손지오름, 지미봉, 높은오름 등 동부의 주요 오름을 볼 수 있고 맑은날이면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눈에 펼쳐진다.

용눈이오름에서 바라본 다랑쉬오름

 

몰려드는 탐방객으로 탐방로 훼손 심각한 게 문제

용눈이오름은 분화구(굼부리) 속에 또 다른 분화구가 있는 이중화산이다. 세 번의 분화 활동을 거친 결과다. 봉우리도 3개, 분화구도 3개다. 368개의 제주 오름 중 유일하다. 세 쌍둥이처럼 누워 있는 분화구 안은 풀밭이다. 3개의 분화구를 중심에 두고 오름 한 바퀴를 산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내외여서 걷는데도 풍광을 즐기는데도 최적이다. 내려오면서 ​​​​​​​다랑쉬오름이 인근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용눈이와 다랑쉬는 제주 동부에서 최고 대접을 받는 곳이므로.

이렇게 멋진 곳이니 CF, 영화, TV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소개되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가을이 되면 분화구 주변의 억새 군락은 사진촬영 명소가 된다. 그러니 가을 주말이면 몸살을 앓는다. 주차장과 주변 길가에는 차들이 빼곡하고, 정상에 오르는 길에는 인파가 가득하다. 제주참여환경연대의 집계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 시간당 500여명, 1일 3000~4000명의 탐방객이 찾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한 달이면 10만 명이니 탐방로가 훼손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탐방객들이 분화구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능선 위를 걷고 있다.

 

탐방로 주변의 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능선길의 야자수 매트는 닳아 없어지고 땅은 깊게 파여 훼손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주시가 2019년 6월 오름 초입부터 중간 지점까지 기존 탐방로를 폐쇄하고 새 탐방로를 개설했지만 정상부는 분화구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구조여서 폐쇄하지 않는 한 달리 방도가 없다. 결국 2021년 2월부터 2023년 1월말까지 2년간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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